The Korean Society Fishries And Sciences Education
[ Article ]
Th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Fisheries and Marine Sciences Education - Vol. 33, No. 5, pp.1207-1229
ISSN: 1229-8999 (Print) 2288-2049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Oct 2021
Received 18 Aug 2021 Revised 05 Oct 2021 Accepted 14 Oct 2021
DOI: https://doi.org/10.13000/JFMSE.2021.10.33.5.1207

학부모는 교사를 신뢰하는가? :평범한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김대현 ; 최류미*
부산대학교(교수)
*신라대학교(교수)
Do Parents Have Trust in Teachers? :Focused on the Parents of underachieving high school students
Dae-Hyun KIM ; Ryu-Mi CHOI*
Pusan National University(professor)
*Silla University(professor)

Correspondence to: 051-510-2629, dnkim@pusan.ac.kr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research was to investigate how much the parents of underachieving high-school students trust in their school teachers. In order to accomplish this purpose, the data for the research was gathered through the interviews with seventeen parents. These data were analyzed using qualitative data analysis. The results of this study were as follows: First, there is little contact between the parents of underachieving high-school students and their school teachers. Second, there is a disjunction between the parents’ expectation for their school teachers and their performance in career guidance, teaching, and life guidance. Third, school organization (overcrowded class, departmental system, teachers’ overloaded work), school culture(cultural of entrance, parents’ reliance on private education, denial of the school parents as subject of education), and educational policies(complexity and frequent change of the system of college entrance exam, Personal Information Act, lack of school autonomy) had an undue effect on the parents of underachieving high-school students’ trust in their school teachers. In conclusion, parents need to have a great deal of opportunity to meet their school teachers. High school teachers need to have an expertise in career guidance, teaching, and life guidance. Some innovations in school organization, school culture, and educational policies are required for the parents of underachieving high-school students to have a lot of trust in their school teachers.

Keywords:

Trust, Trust in school, Trust in teachers, Teacher-parent relationship, High schools

Ⅰ. 서 론

신뢰(信賴)란 믿고 의지한다는 한자말이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한다는 것은 교사가 자신의 자녀를 돌보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게 되면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고 자녀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교사와 협력하게 된다.

하지만, 2021년 현재 한국의 학부모는 교사를 신뢰하고 있는가? 특히 ‘평범한’ 고등학생의 학부모가 교사들을 신뢰하고 있는가? 여기서 평범한 고등학생이란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지 않는,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신 성적이 중위권이나 하위권에 속한 학생을 가리킨다. 이 연구에서 평범한 고등학생의 학부모에 주목하여 교사 신뢰를 연구하고자 한 것은 한국의 고등학교가 성적을 중심으로 학생을 구분하고 이 과정에서 중하위권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면서, 부모 또한 위축되어 교사와의 만남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주제로 하되, 학교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하여 존재감이 별로 없는, 그렇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성적 중하위권을 차지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는가를 알아보는 데 목적을 둔다.

그동안 신뢰를 주제로 한 연구는 조직 분야에서 시작하여 경영학, 행정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다. 교육 분야에서의 신뢰 연구도 점점 편수가 늘어나고 깊이를 더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신뢰 연구는 교사와 관리자,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관계를 밝히고, 이들 관계가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에 기여하는지를 살펴보는데 많은 관심이 있었다(Bryk and Schneider, 2002; Lee, 2008; Lee, 2013; Hong et al., 2010). 또한 신뢰 주체와 신뢰 대상을 확대하여 교사-관리자, 교사-학생, 교사-학부모, 교사-동료교사 등의 상호 신뢰 관계를 보는 연구(Kim and Choi, 2016; Kim et al., 2018; Park et al., 2018; Park et al., 2019; Tschannen-Moran, 2014)도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연구방법 면에서 신뢰 주체와 신뢰 대상과의 신뢰 정도를 측정하는 양적 연구(Lee, 2005, 2008; Lee et al., 2011; Lee and Hong, 2013; Park et al., 2018; Park et al., 2019)와 신뢰 형성의 통로와 과정, 신뢰의 결과를 탐색하는 질적 연구들(Choi and Kim, 2016; Kim and Choi, 2016; Kim, 2020; Kim et al, 2020)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교육 분야에서 진행되어왔던 신뢰 연구의 특징을 살펴보면 주로 신뢰성(trustworthiness: 신뢰 주체로부터 신뢰 대상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신뢰받을만한 특성)을 밝히는 방향으로 많이 이루어졌다. Lee(2008)은 학생의 신뢰를 받는 교사의 특성을 능력, 개방성, 믿음, 친밀감, 돌봄, 성실성, 존중, 협동으로 제시하였다. 또 다른 Lee(2013)는 신뢰성을 능력, 호의성, 진실성 등으로 제시하고, 교사와 교장, 교사와 교사 신뢰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을 호의성으로 보았다. Bryk and Schneider(2002)는 신뢰성을 존중, 능력, 선의, 성실로 제시하고, 학교 구성원 간에 신뢰 형성을 위해 이들 요소 중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할 수는 있지만, 어느 한 가지가 빠진 상황에서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Tschannen-Moran(2014)은 신뢰성을 선의, 정직, 개방성, 일관성, 능력으로 제시하고, 신뢰 주체와 신뢰 대상자의 관계에 따라 이들 요소의 중요성은 달라진다고 하였다.

Kim(2020)은 국내‧외에서 이루어진 많은 연구들과 자신이 행한 연구들(Choi and Kim, 2016; Kim and Choi, 2016; Kim et al., 2018; Kim, 2020; Kim et al., 2020; Park et al., 2018; Park et al., 2019)을 기반으로 신뢰성을 능력, 선한 의지와 존중, 성실성, 개방성과 공정성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들 요소들의 중요한 정도(중요도)는 신뢰 대상이 가진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교사가 볼 때 교장의 신뢰성은 교장이 교사들에게 행사하는 역할을 기준으로 교장의 선한 의지와 존중, 개방성과 공정성, 능력, 성실성 순으로 이루어지는 반면에, 교장이 보는 교사의 신뢰성은 교사가 보이는 능력, 성실성, 선한 의지와 존중, 개방성과 공정성 순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Kim, 2018). 이런 점에서, 이 논문에서도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파악하기 위하여 학부모가 보는 교사의 역할에 초점을 두고 신뢰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교사의 역할을 중심으로 신뢰를 살피되,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당사자 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학교 안팎의 배경을 함께 검토하려고 하였다. 아래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루어진 면담결과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를 토대로 연구문제를 재구성한 것이다. 하위 주제와 순서는 연역적으로 도출한 것이 아니며, 면담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

첫째, 신뢰의 필요조건이 되는 학부모와 교사의 접촉 빈도와 질은 어떠한가?

둘째, 학부모는 신뢰의 기준으로 교사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가?

셋째, 학부모는 교사들이 신뢰의 기준과 관련하여 어떻게 행위한다고 생각하는가?

넷째, 학부모는 교사들이 하는 행위에 어떤 배경적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Ⅱ. 이론적 배경

신뢰는 주체, 대상, 그들 상호 간의 관계에 의하여 형성된다. 신뢰 이론에 따르면, 신뢰 주체와 대상 간의 상호 교섭의 빈도, 기간, 질이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신뢰 주체는 타고난 기질과 자신의 이전 경험에 의하여 신뢰 성향을 가지며, 신뢰 대상의 성별, 연령, 지위에 따른 역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신뢰 대상자가 신뢰 주체의 기대에 따른 특성을 가질 때 신뢰가 형성된다(Bryk and Schneider, 2002; Kim, 2020; Mayer, Davis and Schoorman, 1995; Tschannen-Moran, 2014).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 학부모와 교사의 상호 교섭의 빈도, 기간 질이 중요하다.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 신뢰 주체와 대상 간에 접촉 빈도가 많고 기간이 길며 교섭의 질이 긍정적이어야 한다(Tschannen-Moran, 2014)는 점을 생각하면 학부모와 교사의 상호 교섭의 빈도, 기간, 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부모는 자신의 타고난 기질과 자신 그리고 부모로서의 학교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Kim, 2020). 학부모는 자신의 학창 시절의 경험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자녀의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교사와의 관계를 형성한다. 교사가 자녀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대우하는가에 따라 신뢰 관계를 달리하게 된다. 특히 자녀가 교사와의 긍정적인 관계 경험이 없을 때, 학부모와 교사 간에 신뢰 형성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신뢰는 교사가 보이는 특성(신뢰성)에도 영향을 받는다(Park, Kim, and Choi, 2019). 학부모가 교사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능력, 선한 의지, 성실성에 따라 신뢰 여부와 정도를 달리한다. 이러한 특성은 학부모가 교사에 대하여 갖는 역할 기대와 관련이 있다. 자녀를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자녀에게 필요한 지식, 기능, 태도를 길러주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기대는 학부모의 교육관과 같은 개인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학교급에 따른 차이도 있다.

최근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연구는 학교급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외에서는 유치원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연구(Kikas et al., 2011; Kikas et al., 2016)와 초‧중학교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연구(Adams and Christenson, 2000; Lerkkanen et al., 2013; Santiago et al., 2016)가 발표되었다. 이들 국외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한국의 학교조직과 문화, 학교제도(학제)와 교육정책, 학부모의 학교 참여 등에서 문화적 차이가 적지 않으므로, 그 결과를 한국 학부모의 신뢰 연구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국내에서는 두 편의 연구를 들 수 있다. Kim et al.(2018)는 중등학교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연구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설문지를 활용한 양적 방법을 적용한 연구로서, 학부모는 교사와 긴밀한 관계를 갖길 원하며,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게 되면 학교 방문에 기꺼이 응하고, 자녀에 대한 솔직한 정보를 교사에게 전하며, 교사를 자녀교육의 동반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는 주로 교사의 수업, 학급 운영, 학생 상담, 그리고 학생 앞에서 보이는 언행에 대하여 자녀가 전달하는 말에 의존한다는 것을 밝혔다.

또 다른 Kim(2020)의 연구는 초‧중학교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연구로서, 학부모는 아이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려는 선한 의지를 가지며,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서 능력이 있고, 아이들을 공정하게 대하며, 학부모를 교육 파트너로 생각하는 교사를 신뢰하고 한다고 하였다.

이 연구는 세 번째 연구로서, 2018년의 첫 번째 연구와 달리, 질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내용과 이유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또한, 두 번째 연구와 달리 ‘고등학교 교사에 학부모’의 신뢰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초‧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교과지도와 진로지도 면에서 차이가 적지 않다. 초‧중학교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적응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정서적인 안정과 신체적인 안전에 관심이 많다(Kim, 2020). 이와 달리, 대학진학을 고등학교 교육의 실질적인 목표로 생각하는 학부모는 이와 함께, 아니면 이보다 더, 교과와 진로지도에 관심이 많다. 즉, 대학진학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고등학교의 경우에, 학부모는 교사의 신뢰 여부를 판단하는데 초‧중학교 학부모와 다른 잣대를 가진다. 또한, 두 번째 연구는 신뢰 형성에서 신뢰자의 특성, 신뢰 형성의 통로, 신뢰대상자의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면, 이 연구는 학부모가 생각하는 ‘교사의 역할’을 중심으로 기대, 실제 학교 현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형성하는 학교 안팎의 배경 등에 초점을 두었다. 특히 학교에서의 신뢰 연구 대부분이 신뢰 주체와 신뢰 대상의 당사자간의 관계에만 주목하는 미시적인 접근에서 탈피하여,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환경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Kim(2018)은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학교에서의 신뢰 통합 모형을 신뢰주체-신뢰대상, 신뢰성 요인, 학교조직, 외부환경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제시했다. 학교에서의 신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조건과 하위요소는 아래의 [Fig. 1]과 같이 제안하였다.

[Fig. 1]

integrated model of trust in schools(Kim, 2018: 80).

이 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학업성적이 중하위권에 속한 평범한 고등학생의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는가를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이 연구는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해 갖는 신뢰를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연구 참여자는 자녀의 학교성적이 중위권과 하위권에 있는 자녀를 둔 고등학교 학부모이다.

연구 참여자는 모두 17명이며, B시 소재 고등학교 학부모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S시(P10, P11, P14, P15), U시(P12, P13)의 학부모도 참여하였고, 대다수가 자녀의 어머니이지만 아버지도 참여하였다. 아버지가 참여한 경우는 부부가 함께 한 경우이다.

연구에서 학부모 특성이 교사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학교 참여활동, 자녀와의 관계, 그리고 자녀의 학교적응에 대한 인식 등을 물었다. <Table 1>은 연구에 참여한 학부모의 정보를 정리한 것이다.

Demographic characteristics

2. 자료 수집

자료 수집은 연구자 1과 2가 함께 하거나 연구자 1 또는 2가 진행하는 2인 1조의 면담으로 이루어졌다. 면담은 2019년 11월에 시작하여 2020년 6월까지 8개월 동안에 이루어졌으며, 1차 면담 9차례, 2차 면담 2차례 등 모두 11차례 진행되었다. 면담은 회당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이루어졌으며, 독립된 방이 있는 음식점이나 조용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도중, 2020년은 코로나 감염병이 발발하여 대면 면담이 어려웠다. 2020년에 이루어진 7차례의 면담 중에서 2차례는 화상을 통하여 진행되었다.

면담은 생명윤리법에 따라 연구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였으며, 연구의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가 원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또한, 면담 과정에서 획득한 정보는 연구 이외의 목적에는 사용되지 않으며, 연구 결과는 연구 침여자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익명 처리한다는 것을 알렸다. 면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연구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녹음 여부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연구 참여자가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간단한 메모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면담은 비구조화된 면담 형식을 사용하였다. 초‧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사 신뢰에 대한 면담을 진행한 적이 있으며,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 신뢰에 대한 면담을 진행한 적이 있는 까닭으로, 질문의 큰 가닥은 마음속에 두되, 완전히 열린 형태로 자신의 일상과 학교 교육 참여, 자녀의 학교생활,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하여 자유롭게 말씀을 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가 심중에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공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목소리 톤이 높거나 반복해서 하는 말은 본인의 당시나 현재 느낌도 진술할 것을 요청하였다.

면담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는 심층 분석을 위하여 연구 참여자가 전달하는 주요 내용뿐만 아니라 반복해서 사용하는 어휘, 말의 강세, 제스츄어, 표정의 변화 등을 메모하였다. 2인 1조의 면담에서 문제가 되기 쉬운 단점으로 다른 사람의 말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동의하는 부분을 구분하고 전체 흐름이 동조하는 상태로 진행되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학부모님은 여기에 대해서 다른 생각이 있으신가요?” 등으로 개입하였다.

면담을 마무리할 때 연구자는 참여자의 발언 중에서 모호한 부분을 다시 질문하여 의미를 명확히 하고, 면담 과정에서 빠진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요청하였다. 또한 발언한 내용을 하나로 묶어서 표현한다면 어떤지,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보도록 하였다. 면담 내용은 당일 또는 3일 이내 전사를 하고, 이 과정에서 메모한 내용을 삽입하여 면담자료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였다.

3. 자료 분석

연구자는 Miles et al.(2014)의 질적자료분석 방법론을 적용하여 면담자료를 분석하였다. 면담자료를 3회 이상 읽고 주요 영역과 주제에 대한 윤곽을 파악하고 흐름을 정리하였다. 다음으로 영역별 주제별로 텍스트를 쪼갠 다음, 단락 단위로 나누어서 코딩을 하였다. 코딩은 1차에서 설명 코딩을 중심으로 하고, 2차 코딩에서는 인비보 코딩, 감정 코딩, 크기 코딩을 병행하였다. 이 연구에서 드러난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진로지도, 교과지도, 생활지도였다. 고등학교 학부모가 교사가 행하는 진로지도, 교과지도, 생활지도 중 어느 영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영역에서 실망이 가장 큰지를 중요도로 표현하였다.

또한, 면담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매트릭스를 활용하였다. 자료를 분석하면서, 학부모가 가진 교사에 대한 기대와 실제 학교에서 이루어진 현실 간에 큰 괴리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괴리 현상이 뚜렷이 나타날 수 있도록 준거를 중심으로 비교 대조할 수 있는 매트릭스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형성과 그 과정에 영향을 주는 변인들 간의 관계를 드러내기 위하여 인과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하였다.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부모는 교사와 직접 접촉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자녀를 통하여 교사의 행위를 판단하며, 교사가 이와 같은 행위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이러한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형성 과정과 이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과관계 네트워크로 표현하였다.

4. 연구의 타당도

연구자 1과 2는 학교에서의 신뢰에 관한 연구를 3년 정도 계속하고 있다. 교사-교장, 교사-학생, 교사-학부모, 교사-학생 간의 신뢰를 양적인 방법과 질적인 방법을 통하여 연구하고 10여 편의 연구물을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교사에 대한 초‧중학교 학부모의 신뢰와 고등학생이 보는 교사 신뢰 연구를 위하여 장기간에 걸쳐서 학부모와 고등학생을 면담하였다.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고등학생과 학부모 면담의 경험을 통하여, 이번 연구에서 학부모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자신의 학창 시절이나 학부모로서의 경험이 결과 해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옆으로 밀어 두고(괄호 속에 넣기), 이번 연구 참여자들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이전 연구 결과를 자료 분석의 과정에서는 배제하였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는 연구 참여자들이 있는 그대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비구조화된 면담방식을 적용했으며, 그들의 발언뿐만 아니라 말소리의 크기, 높이,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 보인 표정과 제스츄어 등이 포함된 메모를 함께 활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또한 면담 이후에 작성한 연구자들의 면담 일지를 통합하여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면담 과정에서 연구자가 이해하지 못한 발언에 대하여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면담이 끝날 때는 연구자가 보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연구 참여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논문 작성 단계에서는 초고를 작성한 다음, 연구 참여자에게 그 내용을 보여주고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Ⅳ. 연구 결과

1. 신뢰의 필요조건으로서의 학부모와 교사의 접촉 기회

당사자 간의 신뢰는 기본적으로 대면 관계를 통하여 생긴다. 만난 적이 없거나 만나는 횟수가 극히 적은 경우에는 신뢰가 생기기 어렵다. 요즘과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서 만남은 직접적인 대면보다는 전화나 서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통화 횟수와 서면 자료의 오가는 횟수가 중요하다. 신뢰는 충분한 횟수의 접촉이 뒷받침될 때 생긴다.

물론 접촉 횟수가 많다고 해서 신뢰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만남에서 서로 간에 있었던 일(접촉의 질)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보이는 신뢰받을 특성(신뢰성)을 내가 인식하고 느껴야만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접촉이 아예 없거나 매우 적다면, 당사자 간의 신뢰가 생겼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당사자 간의 일정한 횟수의 접촉은 신뢰 형성의 필요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먼저 학부모와 교사의 접촉 기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교사와 접촉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입학 초기에 진행되는 학교교육 프로그램 소개와 매 학년 열리는 대입 준비와 관련된 설명회이다. 면담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설명회에 참석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설명회는 학부모와 교사, 즉 당사자 간의 개별적인 접촉 기회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둘째, 설명회 이후에 이루어지는 담임교사와의 면담이다. 학부모들은 이 면담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설명회 이후 짧은 시간에 교사 일인과 다수의 학부모로 이루어지는 면담은 교감(交感)이 있고 소통이 있는 접촉은 아니라고 하였다. 면담은 일 년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진행되며, 학년 초에는 대개 학교의 교육 활동에 대한 교사의 말씀을 듣고 학부모는 자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2학기에는 성적, 진로,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적응이나 진로에 대하여 교사와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협의를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하였다. 교사와 속 깊은 이야기를 할 만큼 편안하지도 않으며 본인의 말실수로 인해 자녀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면담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셋째, 공개수업을 통한 접촉이다. 학부모와 교사가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개수업은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확인하고 자녀의 수업 참여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자녀들 또한 부모의 공개수업 참여를 원하지 않으며, 참여하지 않는 것이 고등학교 학부모 사이의 지배적인 분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넷째, 시험감독과 급식 모니터링이다. 면담에 참여한 일부 학부모는 학교운영을 돕는 목적으로 이러한 지원 활동을 하지만, 이때 담임교사나 상담교사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다고 하였다.

다섯째, 전화와 문자를 통한 면담이다. 학부모는 때때로 교사에게서 전화와 문자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자녀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학교생활에 관한 비교적 가벼운 정보나 학교의 공지 사항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였다.

여섯째, 서면을 이용한 면담이다. 학교의 교육 활동을 안내하거나 자녀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근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6쪽에 이를 정도로 학생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대면, 전화, 그리고 서면을 통한 소통은 없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학부모와 교사는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접촉은 대개 일회적이고, 간헐적이며, 횟수 또한 매우 제한적이며, 시간 또한 매우 짧은 것으로 보인다. 자녀의 학교생활이나 진로를 둘러싼 구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개별적인 접촉은 거의 없으며, 또한 일 년에 한두 번의 만남으로 거리낌 없이 자녀의 성장과 관련하여 진지하게 협의하는 기회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교와 학부모가 협력해야 아이들을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견지에서,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교교육에 학부모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운영하고, 온-오프라인 강좌를 개설하며, 단위 학교에서 학부모가 참여하는 연수 활동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연수에 참여하는 학부모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연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와의 접촉 기회는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혁신학교에서는 학생동아리뿐만 아니라 학부모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다. 학부모는 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교사와 직접 그리고 간접적으로 접촉할 기회를 가진다. 면담에 참여한 학부모는 동아리 활동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학교 방문이 교사의 생활과 속마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1학년 때는 별로 학교에 관심 없이 지냈고. 작년에 학교 도서관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공고를 봤어요...도서관 도우미를 하면서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고, 이제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게 됐어요...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속상했던 것, 또 애들이 반짝반짝할 때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걸 통해서 선생님의 진심을 알게 되고 감동을 받았어요(P1)

하지만, 위의 사례는 비교적 예외적인 경우로, 대부분의 학부모는 학교를 자주 방문하여 교사와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기회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접촉 기회의 부족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형성에 영향을 준다. 학부모 중에는 본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교사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하여 연락을 취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면담에 응한 대부분의 학부모는 교사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은 이상, 연락을 하고 만남을 잡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들은 특히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상위 클래스가 아니다”(P16), “부끄럽다”, “당당하지 않다”(P3) 등의 이유를 들거나, 자녀들이 싫어할 것(P6, P10, P16)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댄다. 또한 면담할 기회가 있을 때도 초등학교나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서의 교사와의 면담은 “매우 조심스럽다”(P7, P8, P14, P17)고 말한다. 그들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으로 인하여 학교의 문턱이 낮아졌지만, “쓸데없는 말과 행동으로 자녀를 좋지 않게 볼 수 있다”(P17)는 염려와 부담감으로 “할 말을 못한다”(P14), “눈치를 본다”(P17),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P7, P8) 등으로 자신을 묘사하고 있다. 그들은 특히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내신, 생기부, 자소서 등에서 자녀에게 피해가 갈 것을 두려워한다.

이와 같이, 학부모와 교사의 접촉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고. 접촉 또한 심리적 부담으로 편안한 면담이 어려운 가운데,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는 대개 자녀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형성된다. 학부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가 선생님을 신뢰하면 부모들은 같이 신뢰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고등학생 같은 경우에는 자기 생각들이 다 있기 때문에, 교사들에 대한 신뢰 여부를 이야기를 하고 표현을 하지 않습니까?(P8)

이와 같이, 학부모는 자신의 직접 체험보다는 자녀를 통하여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교사를 판단하게 된다. 학부모는 자녀가 전하는 말들을 들으며 교사가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다음 절은 신뢰와 관련하여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신뢰받는 교사의 특성: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

면담에 응한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기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확하고 유능하며, 재미있고 유익하며, 따뜻하고 공정한 교육 활동을 하는 분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의 교육 활동에 주목하는 부분은 크게 진로지도. 교과지도, 생활지도로 나뉜다.

가. 정확하고 유능한 교사

교육법(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이나 국가교육과정 속에 제시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교는 현실적으로 대학입학 준비 기관이다. 고등학교 학부모와 학생은 교사의 진로지도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진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이 필요로 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능력이다. 유능한 교사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진로지도를 할 수 있는 선생님이다.

자기(자녀)가 모르는 부분을 선생님께 질문했을 때, 선생님이 정확하게 설명해주시는 게.. 이렇게 준비하는 어떻겠니?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를 해주는 선생님이 유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시나 진로에 대해서요.(P8)
나. 재미있고 유익한 교사

학교에서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수업을 들으면서 보낸다. 수업은 교사에게도 자신의 전문성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학부모는 교사의 교과지도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학부모는 “친절한 의사보다 실력있는 의사를 원하듯이, 인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기 과목을 대해서 잘 가르치는 교사가 필요하다”(P7)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모든 학부모가 인성과 실력을 갈라놓고 실력을 우선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학교에서의 수업이 유익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동의한다. 여기서 유익하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의미이다.

좋은 선생님이면 가장 좋지만 만약에 인성이 다소 부족하시더라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그 과목을 잘 가르치는 티칭 능력이나 그런 걸 가지고 있다고 하면 나은 게 아닌가요?(P7)
다. 따뜻하고 공정한 교사

학부모는 학생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공감하며 격려해주는 교사를 원한다. 아이들이 힘들 때 찾아가서 고민을 털어놓고 상의할 수 있으며, 때로는 비전을 갖도록 해주는 교사를 원한다. 아래는 면담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부모들은 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이나 이런 쪽으로 밀지만, 교사들은 제3자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니까, 그래도 조금은 아이들이 잘 갈 수 있도록 말 한마디라도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면, 우리 아이들이 힘든 상황에서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에 조금 더 용기를 얻고 방향을 잡고 나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P15)
저도 정말 학원강사면 잘 가르치길 원해요. 학교 선생님은 덕망있는? 덕이 있는 선생님을 원하죠, 못 가르쳐도 괜찮을만큼. 요새는 지식을 넣어준다는 게 별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아이한테 미래를 좀 제시를 해주고, 애들한테 희망을 주고, 사랑으로 대하고 뭐 그런거죠.(P11)

또한 학부모는 편애하지 않는 공정한 교사를 원한다. 학부모는 특히 성적을 기준으로 편애하지 않기를 바라며, 사회적 약자 계층에 속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아이를 바라볼 때, 성적순으로 보지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이 부모같다고 해야 하나요 그랬어요.(P11)
어른들의 시선으로 편애한다거나 성적에 대해 강압적으로 한다던가 그런 게 있을 때 경쟁을 하게 되잖아요. 근데 자기반에는 그런 게 없고 선생님이 되게 반이 잘 돌아가게 해준다고. 그래서 애들 전부 분위기가 자유롭다고 했고, 중요한 것은 강압적으로 지시나 시키는 게 없다고 했어요.(P9)

일부 학부모는 이보다 더 나아가 학교의 역할, 여기서는 교사의 역할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저는 솔직하게 과목에 대한 기대는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에게 기대를 더 많이 해요... 학교에 보내는 부모로서 말 그대로 요즘에는 인성, 그 다음에 공동체성, 사회성을 가르쳐주길 기대해요. 요즘 너무 이기적이고 개인적이고, 애들 자체도 독자 아니면 많아야 두 명 정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회성을 키워야지 나중에라도 정말 이기적인 인간이 안 되지, 그런 부분을 학교에서 좀 더 많이 부딪히게 만들고 접촉하게 만들고.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활동을 좀 그렇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P7)

위에서는 학부모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교사의 특성(신뢰성)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신뢰성은 신뢰 연구의 일반에서 보이는 능력, 선한 의지, 성실 등의 특성(Bryk and Schneider, 2002; Kim, 2020; Lee, 2008; Lee, 2013; Mayer et al., 1995; Tschannen-Moran, 2014)과도 관련이 있지만, 교사가 행하는 역할과 관련하여 구체화된다. 즉. 학부모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특성은 진로지도에서의 ‘정확성’, 교과지도에서의 ‘유익성’, 생활지도에서의 ‘따뜻함’과 ‘공정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면담을 면밀히 분석하면. 이들 특성의 중요도 면에서는 학부모 간에 편차가 있다. 학부모들이 어떤 영역에서 어떤 특성에 더욱 주목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현실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래는 전체 수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학부모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심층 면담을 분석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Characteristic of teacher who be trusted by parent

3.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현실

학부모는 교사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의 면담자료를 분석하면, 그들이 교사를 신뢰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면담에 응한 학부모 간에 차이는 있다. 앞에서 서술한 기대와 마찬가지로, 교과지도의 전문성과 생활지도의 필요성에 강조점을 달리한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는 아래와 같이 공통적인 형태를 보인다.

가. 진로지도: 현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아마추어 여행가이드

학부모는 자녀들의 진로, 즉 진학에 관심이 많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취업 지도에 관심이 크다. 일반계 고등학교나 특성화 고등학교에 상관없이 학부모는 교사들이 자녀들의 진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에는 교사들이 제대로 된 진로지도를 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들은 교사들, 특히 담임교사는 대입 진학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지 못하며,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한다(P3, P8)고 생각한다. 나아가 학부모들은 입시는 학교 선생님과 상담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연구자는 대학입시 제도에 대하여 관심은 있지만 깊이 있게 알지 못하여 도움이 되지 않는 교사의 상황을 ‘현지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길 안내를 하거나 엉뚱한 길을 안내하는 아마추어 여행가이드’로 비유할 수 있다고 본다.

학부모들도 사실은 학교 선생님한테 바라는 게 많지 않거든요. 학원 선생님은 굉장히 신뢰를 하지만. 전문 입시 컨설팅을 가서 금액을 지불을 하고 컨설팅을 받잖아요. 결국은 입시 컨설팅을... 학교 선생님한테 맡기면 망치기 때문에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입시 컨설턴트에게 가는 거라고 저는 들었어요. 어떤 입시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은 계속 바뀌잖아요. 학교 선생님보다는 전문가들이 너무나 빨리 공부를 하면서 습득을 하고 있는 거죠.(P14)
(학교에서) 전체적인 진로나 입시를 도와주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 저희 애는 선생님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보겠다, 상담이랑 면담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건질게 없고 자세하게 상담을 해줄 선생님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P9)
나. 교과지도: 사람은 붐비지만 사는 사람이 없는 가게 주인

학부모는 학교 수업이 재미있고 대학입시 준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학부모는 학교가 교과지도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는다”(P12, P16), “좋은게 없다”,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고 애들을 끌어주는 게 없다”(P13, P16)고 말한다. 심지어 “학교는 시험을 보고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서 가는 곳이다”(P14)라고 말한다.

그들은 “교사들이 수업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P2), “학원에서 배운다고 생각하고 대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P2, P8, P9), “3학년은 수업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다”(P5)고 말한다.

또한 교사의 수업능력에도 의구심을 표시한다. “본인은 똑똑하지만 전달을 못한다”(P1), “엄마, 선생님은 나보다 더 모르는 것 같아요”(P5), “수업이 재미있어요라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P12), 그래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다 잔다”, “듣는 아이는 몇 명 없다”(P6)는 아이의 말을 전한다. 학부모는 공부는 아이들 본인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알아서 한다는 것”은 학원에 가고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희 큰애가 시험을 치렀는데 그냥 학원에서 배운 것만 가지고 시험을 치른 거지 학교에서 가르쳐 준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얘가 말해요.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인강으로 보는 게 더 낫다고 얘기를 해서 조금 안타깝더라고요.(P15)

학부모는 학원비와 인강 비용의 부담이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떤 학부모는 학원비가 가계 수입의 40%에 이른다(P14)고 호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것은 재미있게 가르치고 이해가 되게 가르친다(P15)는 이유도 있지만, 선행 학습이 필요하고, 보내지 않으면 불안하며(P14), 학교 공부만으로는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는 수능에 대비하지도 못하고, 수시 논술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 치르는 중간이나 기말시험도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학교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수업은 굉장히 쉽게 하시고 시험은 굉장히 어렵게 내시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번에 코로나로 온라인 강의하는 것을 제가 살짝 봤더니 굉장히 기본적인 내용만 하더라고요. 애들이 학교 수업보다 학원 수업에 더 신뢰를 한다는 부분에 공감을 했어요. 학교에서도 기초적인 개념도 가르치지만 심화도 같이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P14)

자녀들이 학원을 가는 것은 3학년 2학기에 치게 될 수능이나 수시 논술을 대비하는 목적도 있지만, 당장 내신 성적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학교에서 치는 중간이나 기말고사와 관련해서 학원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기도 하지만 꼼꼼하게 관리를 해준다는 것이다. 교과지도에 대하여 학부모의 이와 같은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필요한 물건을 진열한 가게에서 사람은 붐비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힘들어하는 가게 주인과 같은 모습으로 교사를 생각한다고 할 수 있다.

다. 생활지도: 문제만 생기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무심한 관리자와 공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상담자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의 교과지도에 대해서는 비교적 한 목소리를 내었지만,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적지 않았다. 먼저 학부모는 “학교는 입시 준비가 우선으로 공부 말고 관심이 없는 것 같다”(P12),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P16), “아이들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즐거움과 기쁨이 있는 학교는 아닌 것 같고 방치되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P12)고 한다. 특히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분을 만나서, 애를 학교에 보내 놓고 일 년 내내 걱정을 했다”라고 한다(P11). 하지만 이런 사례는 드문 경우로, 생활지도 영역에서 여러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교사에 대한 이미지는 다음의 말로 잘 요약될 것 같다.

선생님들은 관리자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다치면 안 되고, 싸우면 안 되고, 그런 것이기 때문에, 관리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개개인을 살필 여력도 없고,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만 없다면 되는 것이지요. 담임 교사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역할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P7)
원리적으로만 말씀하시죠, 그러니까 그 아이의 감정에 대해서 조금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이건 아니야, 이렇게 하면 안 돼, 그렇게 단답형으로 말씀하시니까, 애가 크니까 거기에 대해서 감정이 약간 욱하는 게 올라오는 거죠. 선생님은 왜 저렇게 매일 말씀하시지, 이렇게 하면서 애들이 선생님한테는 말하지 않는 게 좋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P8)

이와 달리 일부 학부모는 교사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과 다르게 아이들과 공감하고 소통한다고 말한다. 중학교는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학교의 규율이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려고 하는 경향이 많았던 반면에, “고등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관대한 것 같아요”(P16)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의 교사들과 달리 “고등학교 교사들이 아이들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며, 자녀의 장점을 말해주고”(P17), 소통을 잘한다고 믿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하고, 통화했을 때 “학부모의 말을 귀를 기울이고 친절하게 응대한다”(P17)고 말한다. 학부모는 “고등학교 교사들이 한 마디로 어른스럽다”(P15)라고 표현하였다.

이와 같이, 생활지도 면에서는 학부모는 자신과 그리고 자녀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에 대하여 무심한 관리자와 소통하는 상담자라는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술한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와 실제 현실 인식을 비교하여 표로 나타내면 아래 <Table 3>과 같다.

Difference between parent’s expectation and reality of the teacher

<Table 3>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학부모는 교사의 학생지도를 세 가지 차원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의 차원에서 교사의 신뢰할만한 특성을 표현하였다. 진로지도에서는 정확성, 교과지도에서는 유익성, 생활지도에서는 따뜻함과 공정함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경험과 자녀의 말을 통해서 형성한 교사에 대한 현실 판단은 진로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교사, 교과내용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대학 진학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수업,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기만 바라는 관리형 교사와 공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친절한 교사로 나타났다. 생활지도에서의 ‘공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교사’를 옆으로 제쳐놓으면, 학부모는 신뢰의 기반이 되는 정확성, 유익성, 따뜻함을 교사들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정함에 대해서는 일부 학부모가 지금도 학생을 편애하는 교사가 있으며, 교사들이 성적을 기준으로 차별을 하는 일이 있다(P14)고 하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부모는 자신의 학창 시절과 비교하여 가정환경에 따른 차별은 이제 거의 사라진 것 같다(P1, P16, P17)고 답하였다.

이와 같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와 그들이 실지로 인식한 교육현실 간의 괴리는 다음과 같은 종착점을 향한다.

그런데 원래 학교 공부는 알아서 해야되는 거 아닙니까. 초중고 세 군데를 졸업시켰지만, 다 보내면서 학교에 공부를 기대하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냥 스스로 알아서. 학원을 가서 알아서...(P5)
공교육에 대해서 불신보다는 기대가 없었다는 게 더 맞겠죠.(P11)
저는 중학교를 굉장히 자유롭게 다녔고, 고등학교는 완전 신세계였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 데..,
우리 아이가 그런 힘듦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일반계고를 보내니 별반 다르지 않아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건 엄청 달라졌는데, 선생님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P4)

하지만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드러난다.

근데 선생님들마다 많이 다르세요. 성향 자체가 정말 다르세요. 열 분이면 열 분 다 다른 성향을 가지고 계시니까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기 초에 정말 복불복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해는 정말 1년을 선생님과 잘 지낼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어떤 해는 이제 아이가 힘들어지는 해가 있잖아요.(P8)

한마디로 말하면 ‘복불복(福不福)’이다. 복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학생이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는 운(運)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다. 자녀가 진로지도, 교과지도, 생활지도를 잘하는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P8, P15)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대체로 ‘행운’이라는 말은 생활지도에서 공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교사를 만났을 경우에 사용하는 것 같고, 진로지도와 교과지도에 있어서의 고등학교 학부모의 태도는 단호하게 말하면, 기대가 없거나 기대하지 않는다(P5, P7, P8, P11, P14)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아래와 같은 표현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중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그 플랜은 엄마가 짜는 것이지. 학교에서 짜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부족한 게 있으면 그걸 학교에서 좀 채워줬으면 좋겠는데, 절대 아니더라고요.(P14)
예전에는, 아주 오래전이지만, 저 어릴 때만 봐도 선생님이 교육에서 거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부모는 거기에 보완을 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엄마가 주도를 하고 학교 선생님도 그냥 한 파트, 그 다음에 학교에서 부족한 것은 학원이 또 한 파트, 아니면 개인 과외를 붙여서라든지 뭐 이런 식으로 가요.(P7)

이와 같이, 진로지도와 교과지도에서는 학부모 자신의 역할(몫)이 있으며, 학원이나 과외 등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다. 거듭하여 말하면, 학부모는 진로지도와 교과지도 면에서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이유 없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교조직, 학교문화, 학교제도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학부모가 생각하고 있는 교사를 신뢰하지 않게 된 원인들이다.

4. 교사를 신뢰하지 않게 된 원인

학부모의 면담에서 나온 반응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촉진하는 것보다 저해하는 요인에 집중되어 있다. 그들은 먼저 학교조직의 특성에 주목한다.

가. 학교조직의 특성: 다인수 교실과 교과별 교육

학부모들은 이전에 비하여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다인수 학급의 특성으로 교사는 학생 개개인을 케어할 수 없다”(P8, P9, P12)고 본다. 여기서 케어한다는 말은 교과지도에서는 개인맞춤형 지도를 할 수가 없고, 생활지도에서는 학생들 개개인을 파악하고 일일이 응대할 수 없다는 것을 가리킨다.

또한 아이들이 달라졌다. 요즘 아이들은 관심도 다양하고 진로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다르다. 이런 점에서, 자기 자녀도 케어하기 어려운 데 선생님이 케어한다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 그리고 교과담당 선생님은 여러 학급을 동시에 맡아서 가르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일부 학생들만을 알기 쉽고, 담임교사는 조례와 종례에 들어오기 때문에 소통의 시간이 거의 없다. 담임교사가 국,영,수와 같은 주요 과목 교사인 경우에는 조금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업을 통해서도 만나기 어렵다. 다인수 교실과 교과별 수업으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소통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요즘은 우리 학교 다닐 때와 달라서 학생 인원수가 많지는 않지만, 담임 선생님이 얘를 만날 일이 잘 없고. 어떤 때는 교과목 한 번도 안 들어오는 때도 있다던데, 그러니까 얘가 특출하게 뭘 잘하지 않거나, 특출하게 말썽부리지 않는 이상 그냥 평범하면 선생님이 얘를 잘 모르고.(P5)

이에 덧붙여 교사가 학생들을 캐어할 수 없는 이유로 학부모들은 교사의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사가 하는 업무들과 어떤 업무가 실제로 부담을 안기는 지에 대해서 학부모들이 아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선생님들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P8)는 말을 하는데, 학교의 관료제적 성격에 따라 교사에게 주어진 행정업무가 많고 이러한 업무에 부담이 클 것으로 짐작하는 것 같다.

정리하면 교사가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하지 못하는 것은 다인수 교실과 교과별 교육 그리고 교사의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 학교의 문화적 특성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달리 입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진로지도와 교과지도가 중요하다(Hwang, 2019). 하지만,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학부모는 진로지도와 교과지도에 대해서 교사에 대한 믿음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학원이나 인강이 대학진학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게 되어 학교의 정규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이미 배운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집중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애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다 보니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너네 이거 알지, 학원에서 배웠지, 이런 식으로 넘어가서...솔직히 수업이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우리한테 신경쓰는 건 없고, 그냥 말하자면 진도 나가기 바쁘고 넘어가기 바빠서 정작 수업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게 말했어요.(P9)

이에 덧붙여 학부모는 “진로지도와 교과지도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성적만 중시하고 상위권 애들만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P2)고도 말한다.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즉, 학부모는 학교가 입시준비 기관으로서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입시준비라는 이름으로 상위권 학생 중심으로 운영하여,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축시키고 존재감을 없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이가 많은 교사의 경우에 세대 차이로 인하여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P8, P9), 힘에도 부대껴서 조금이라도 귀찮게 구는 학생이 있으면 싫어한다(P11)고 말한다. 생활지도 면에서는 젊은 교사와 나이 많은 교사의 세대 차이에 주목한다.

또한 교사들은 학부모와의 만남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속칭 김영란법으로 교사들은 조금이라도 법에 저촉될만한 일이 생길 것을 염려한다. 학부모는 이런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된다. 또한 별난 학부모가 넣는 민원성 요구에도 민감하다. 그리고 가끔 터지는 학교폭력 문제는 자신의 담당 학생이 아니라도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이런 까닭으로 교사는 학부모에게 “학교에 반드시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P3). “문제가 없으면 오지 않아도 됩니다”(P15)라고 말한다. 학부모를 교사와 함께 아이를 성장시키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없을 때(P14), 학부모는 소통의 대상이 아니다. 이와 같이 교사가 학부모를 협력의 파트너가 아니라 기피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문화 속에서는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기 어렵다. 간접적이긴 해도 교장의 인식과 행위도 교사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교장이 학부모가 건의한 사안을 민원으로 받아들이고 교사를 추궁하거나 대응을 지시할 때(P3), 교사는 학부모를 협력의 상대로 보기보다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게 된다.

다. 교육제도와 정책 그리고 학부모 특성

현재와 같은 대입제도는 교사들로 하여금 진로지도와 교과지도에 한계를 갖게 한다. 입시 제도가 복잡하기도 하고 자주 바뀌기 때문에 교사들이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한다(P3, P5, P12, P14). 학부모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교사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대입제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입시 준비를 위하여 학원을 찾고 전문적인 컨설텅 기관에 의뢰하게 된다.

또한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학교 수업이 현재의 수능, 대입 논술, 내신 성적을 올리는 데 한계가 많기 때문에, 학원이나 인강에 기대게 된다. 또한 입시 제도의 복잡성으로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이 매우 많고 다양하여 힘들어 한다.

우리는 되게 단순하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지금의 아이들은 되게 복잡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우리 때는 공부만 하면 되는 시절이었어요. 우리는 공부만 하면 됐기 때문에 단순하게 그냥 학교-집, 아니면 학원, 공부만 하면 되는 거였고, 요즘 애들은 학교에서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야 하고, 봉사활동도 해야 하고, 수행평가도 해야 하고, 독서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P8)

다시 말하면 입시제도는 복잡해지고 아이들의 부담은 엄청나게 많이 늘었는데, 학교와 교사는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다. 이런 일이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되고 개선되지 않은 까닭으로, 학부모는 진로지도와 교과지도에서 교사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살펴서 맞춤형 교과지도를 하고, 그들의 관심이나 진로, 학교적응, 가정문제 등을 살펴서 도움을 주려면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전에는 가정환경조사나 가정방문을 통하여 아이의 특성이나 교육환경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교사가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제도적으로도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선생님에게 없어요.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아이의 가정생활이나 환경에 대해서 알지 못해요.(P8)

또한 정부 당국과 시‧도교육청의 학부모 정책이 영향을 준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의 교육 당국에서는 학부모를 중요한 교육 주체로 간주하고, 학부모의 교육 참여 활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려면 학교에 지금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육 주체들이 합의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다른 한편, 교사와의 신뢰를 논의할 때 학부모의 특성도 영향을 준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사회에 대한 믿음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신뢰 연구에서 신뢰자의 성향을 연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학부모는 자신의 학창 시절 그리고 자녀를 학교 보낸 후 학부모로서 갖는 경험으로 인해 같은 대상을 두고도 다른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학창 시절과 자녀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의 학부모 경험이 교사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 집단의 성격도 달라졌다. 요즘 학부모는 과거와 달리 학력이 높고 정보가 많으며 스마트한 분이 많다(P14). 또한 자녀 수가 적고 자녀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인 지원 활동(P8)을 한다. 특히, 헬리곱터 맘은 자녀 주변을 돌면서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일이 있으면 앞장서서 제거하고 자녀에게 이익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빈다. 그들이 학교 일에 참견하는 일이 있으며, 교사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선을 긋고 학부모와의 경계를 넘지 않으려고 합니다. 힘들어지거나 어려워질 수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P7)

이와 같이 교사에 대한 학부모 신뢰는 여러 원인에 의하여 영향을 받고 조정된다. 아래는 지금까지의 논의한 결과를 그림으로 제시한 것이다.

[Fig. 2]

Integrated Model of parents trust of average high-school students in teachers.


Ⅴ. 논의 및 결론

이 연구는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들이 교사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알아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2명의 연구자가 17명의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8개월간에 걸쳐 행한 11차례의 면담결과를 바탕으로 4가지의 연구 결과를 얻었다.

첫째, 고등학교 학부모는 교사와 접촉하는 기회가 별로 없다. 학교에서 여는 학교 소개와 입시설명회, 공개수업, 시험감독 등은 교사와 1:1 접촉은 아니며, 일 년에 1-2번 정도 하게 되는 담임교사와의 면담도 회수와 시간, 논의 내용의 깊이 부족으로 서로 간에 신뢰를 쌓는 기회로 보기 어렵다. 특히 학교성적이 중위권과 하위권의 학부모는 자신감의 부족으로 교사와의 만남을 더욱 꺼린다. 또한 면담 과정에서 교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실수로 자녀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서 생기부나 자소서 작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두려워하여 편안한 의사소통이 되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는 대개 자녀들이 전하는 말을 통해서 형성된다.

둘째,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에 대해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기대는 주로 교사들의 역할과 관련이 있으며, 진로지도에서는 정확성, 교과지도에서는 유익성, 생활지도에서는 따뜻함과 공정성을 기대한다.

셋째, 이러한 기대와 달리, 학부모는 교사들이 진로지도에서 대학진학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인식한다. 진로지도에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대학입학 준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학원, 인강, 과외 등의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학생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수업과 성의 없는 수업 그리고 일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진도 나가기 수업을 비판한다. 교사의 수업이 학생의 진로와 진학에 유익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격려하는 따뜻한 선생님이 있는 반면에, 학급에 문제만 없으면 괜찮다고 여기는 관리형 선생님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하고 공정한 교사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교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넷째, 학부모는 교사의 이러한 행위가 다인수 교실과 교과별 수업이라는 학교의 조직적 특성, 입시준비 기관으로 변질된 학교 문화와 학부모를 교육의 공동 주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낡은 인식, 복잡하고 자주 변하는 입시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인한 학생에 관한 정보 부족 등의 구조적, 문화적 요인들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은 연구 결과는 교육 실제와 학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첫째, 학부모와 교사가 접촉하는 기회 부족은 근본적인 의미에서 양자 간에 신뢰 형성을 어렵게 한다. 이 연구에서 말하는 학부모와 교사의 신뢰는 Bryk and Schneider(2002)가 말하는 관계적 신뢰(relational trust)를 가리킨다. 관계적 신뢰는 신뢰 주체와 대상 간에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개인간 신뢰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Kang and Lee, 2019: 332-333)를 묻는 일반 신뢰(generalized trust)와는 다르다.

학부모가 교사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일 년에 1~2회의 상담이라는 극도로 제한된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양자 간에 신뢰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학부모의 신뢰는 자녀가 전달하는 말에 대개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학생들 또한 학부모와 마찬가지로 교사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Kim et al.(2020)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열리는 공식적인 상담 시간을 제외하면, 조례와 종례 그리고 수업시간이 있지만, 학생들이 교사를 개별적으로 접촉할 기회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학생이 교사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시간은 매우 짧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교사와의 접촉 시간과 빈도, 기간 등의 부족은 교사에 대한 학생의 신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Kim et al., 2020: 903).

학생과 교사간에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학생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통하여 학부모와 교사 간에 깊은 신뢰가 만들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면담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학부모의 학교 참여 활동이 교사와의 신뢰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된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사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많은 것 같다. 학부모연수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는 물론이고 학부모동아리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교사와의 친분을 쌓는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소그룹으로 공부를 하게 된 거예요...그러면서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된거죠. 선생님들이 애들을 진심으로 아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마음이 그다지 다르지 않구나, 그런 것도 알게 되고.(P2)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신뢰가 형성되려면 신뢰 주체와 대상 간에 접촉 빈도가 많고, 기간이 길어야 하며, 접촉의 질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학부모와 교사 간에도 신뢰 형성이 이루어지려면 직접적으로 만나는 기회가 많고, 지속적으로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며, 만남이 편하고 진심이 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교사가 직접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당장은 교사의 부담이 적지 않으므로, 우선 학생과 교사부터 개별적인 만남이 많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교사를 신뢰할 기회를 갖지 못하면,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학부모는 학교에서 하는 진로지도와 교과지도에 대하여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Hwang(2019)는 이에 대해 ‘학교: 특별히 기대하지 않아요’라는 매우 도발적인 제목을 붙이고 ‘공부에 도움이 안 되는 학교’, ‘소명의식 없는 교사’,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교육과정’, ‘불신하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는 평가’ 등의 소제목을 붙여서 서술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면담에 응한 학부모들의 반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Hwang(2019)의 연구는 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이 문제를 조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밝힌 것처럼, 학부모가 교사의 진로지도와 교과지도를 신뢰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다인수 교실이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 학부모는 진로지도와 교과지도에서 기본적으로 개인맞춤형, 정확하게 말하면, 자녀의 능력 수준에 맞는 개별화된 지도를 원한다. 다인수 교실에서 이런 지도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부모가 학원이나 진로컨설팅, 개인 과외라는 사교육 기관을 이용하는 것은 개별 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학급당 인원수를 줄여서, 개별 지도는 아니지만, 소집단 지도 정도는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대입제도가 복잡하고 자주 변경되어 교사들이 진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때 획득하고 충분히 이해하여 개별 맞춤형 지도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안정적인’ 대입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단위 학교 차원에서는 교사들이 대입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정기적인 자체 연수가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교사의 교과지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와 지도 기술의 부족으로만 볼 수 없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재미없어요’, ‘혼자서 떠들어요’, ‘다 자요’, ‘인강을 들으면 이해가 되요, 재미있어요’ 등의 반응을 보면 교사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능이나 논술, 심지어 내신을 산출하기 위한 평가와 현행 교육과정(교과서 내용)과의 수준 차이, 초‧중학교 때부터 쌓여 온 학습결손으로 인한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 사교육 시장에서의 선행학습 때문에 생기는 학습동기 결여 등의 문화적 요인과 교사에게 주어진 수업 외 생활지도와 행정업무 등 다양하고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의 학교조직 요인들이 이러한 현상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교사들이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 문제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도전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을 고수하여 심리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Lortie(1975)는 이와 같은 이유로 교사 집단이 보수성을 띠게 된다고 말한다.

불안한 교사들은 보다 나은 해결 방안의 탐색을 포기하고 과거로부터 그들이 알고 있는 것에 집착하기 쉽다.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초래함으로써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보수적인 성향을 조장한다(Jin, 2011: 356).

한국의 고등학교 교사들이 보이는 교과지도 형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수능이나 논술, 내신이 국가교육과정과 일치해야 한다. 학교가 상급학교 선발 기능을 계속하는 한, 이러한 일치를 이루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그 간격을 좁히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된다면 학습결손의 누적이나 사교육 시장에의 의존 현상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교사들이 교과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업무는 없애고 꼭 필요한 것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강을 들으면 이해가 가요, 재미있어요’ 하는 반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교과지도 능력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교과지도 기술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없다. 다만, 학생들에게 배움이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으려면 배우는 내용이 학생들의 삶과 관련되도록 재구성하고, 학생들이 학습의 주체로서 그리고 협력을 통하여 배우는 학습환경을 ‘창조’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장곡중학교와 같은 혁신학교의 교과지도 사례(Park et al, 2015)가 모델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배움이 재미가 있고 배움을 통해서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학생들은 교사의 교과지도를 신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학부모 또한 자녀들을 통하여 교사의 교과지도 능력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셋째, 생활지도 면에서는 교사를 신뢰할 수 있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이 있다. 학생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며 이해심 있고 따뜻한 교사가 있다. 이에 반하여, 학생 개개인에게는 관심이 별로 없고 문제만 없기를 바라는 관리형 교사도 있다. 또한 후자의 경우에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배경에 따른 차별은 없지만, 학생의 성적을 두고는 차별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상위권 학생 밀어주기’에 많은 학부모들이 분노를 표시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그들의 미래를 염려한다. 학부모는 기본적으로 교사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일 대 일로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학급에는 많은 학생이 있으며, 교사에게는 교과지도와 행정업무 등 다양한 업무가 있다. 더욱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하여 학생들에 대한 주요한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들을 보살피고 지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여건에서는 교사가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고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서 생활지도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교사들이 생활지도에서 관리형 교사로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교사가 생활지도 면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비밀보장을 전제로 교사는 학생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도 줄이고 행정업무 등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나 구조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학부모의 신뢰를 받는 교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비극적인 일’은 적지 않은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에서의 삶을 ‘복불복’, 운에 맡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런 행운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생활지도에서 교사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교사의 인성,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성향은 교사양성기관을 통해서도 기르기 어려우므로, 다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예비교사들은 교사양성기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교과지도 능력을 배우는 데 사용한다. 생활지도라는 교직과목이 있기는 하지만, 교과지도 능력을 개발하는 데 보내는 시간에 비하여 턱없이 적고 게다가 그것조차도 실습이 아니라 이론을 통해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와 학생이 바라는 교사의 역할 중에서 생활지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교사양성과정에서는 생활지도 영역의 이수 학점과 시수를 대폭 늘리고 이론보다는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실습의 과정을 통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생활지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학교에서는 학생의 자치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학교에서 개인적인 자신의 삶과 구성원들의 전체 삶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기회를 갖는 것은 주체의식, 자신감,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장점이 있다. 교사들이 학생을 훈육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에 있으며 자신의 성장에 책임 있는 주체의 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면, 학생들의 자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된다. 이와 같이 자치 활동이 활발한 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신뢰하고, 나아가 학부모가 교사와 학교를 신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는 진로지도와 교과지도에서는 낮고, 생활지도에서는 신뢰와 신뢰하지 않는 것의 두 가지로 나타났다. 혁신학교 학부모의 경우에는 생활지도 부분에서 교사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아래와 같은 정책 제언을 할 수 있다.

첫째,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생들과 교사와의 긍정적인 접촉 기회가 많아야 한다. 교사의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학교 차원에서는 공식적인 면담 횟수를 증대하고, 정책 차원에서는 교사들이 개별 학생을 중심으로 진로지도, 교과지도, 생활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학생지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둘째, 학부모가 교사의 진로지도 능력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 차원에서는 대학 입학전형 기본계획 및 주요 변경사항 안내, 전년도 입시결과 및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사례 제공, 전공별/성적별 학생 맞춤형 입시지도 방안 등 진로지도 전문성 향상을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연수 수강이 필요하다. 정책적으로는 입시제도를 안정화하고 간소화하는 등 고등학교 담임교사의 진로지도 능력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부모가 교사의 교과지도 능력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교과지도 전문성과 학생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와 같은 교사 개인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차원에서는 교과지도능력 향상을 위한 전문적학습공동체가 정착되어야 하며, 정책 차원에서는 국가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교육과정-입시전형과 제도 간의 일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학부모들의 공교육 불신과 지나친 사교육 의존 문화를 불식할 수 있도록 교육 문화 형성에 힘쓸 필요가 있다.

넷째, 학부모가 교사의 생활지도 능력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생활지도에 대한 대한 관심을 제고해야 하며, 정책차원에서 학생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선, 교사양성과정에서의 실천중심 생활지도 능력 배양이 필요하다. 문화적 차원에서는 입시교육을 우선시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전인발달을 중심에 두고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었다. 연구를 위해서 3개 도시에 거주하는 17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11차례의 면담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이 연구가 양적 연구는 아니지만, 더 많은 학부모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한다면 신뢰의 모습과 이유에 대하여 더욱 다양하고 뚜렷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구 참여자 대상을 확대하여 면담에 응한 연구 참여자의 배경 요인-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 자녀교육 경험, 교육관, 사회적 지위, 학력, 자녀와의 관계, 자녀의 성적, 대인관계, 학교적응, 그리고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특성(국‧공립과 사립, 혁신학교 유무), 교사의 지위(담임교사와 교과담당교사)와 경력, 성별 등을 바탕으로 질적 분석을 한다면 유용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문지를 만들어 양적 연구를 한다면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일반화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9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2019S1A5A2A0103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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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integrated model of trust in schools(Kim, 2018: 80).

[Fig. 2]

[Fig. 2]
Integrated Model of parents trust of average high-school students in teachers.

<Table 1>

Demographic characteristics

ID Sex Children’s
Age
School activity
participation of parents
School adjustment of
children
Parent-children
relationship
P1 Female 18, 17 act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2 Female 17 act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3 Female 18 act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4 Female 17 act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5 Female 17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6 Female 17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7 Male 18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8 Female 18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9 Female 18 passive participation maladaptable good
P10 Female 19 act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11 Female 19 act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12 Male 19, 17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13 Female 19, 17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14 Female 17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15 Female 18, 17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P16 Female 19, 17 passive participation adaptable trying to improve
relations
P17 Female 19 active participation adaptable good

<Table 2>

Characteristic of teacher who be trusted by parent

Characteristic of teacher who be
trusted by parent
The number of
parent
Career guidance accuracy 6
Teaching informativeness 4
Guidance warm-hearted 4
fairness 3

<Table 3>

Difference between parent’s expectation and reality of the teacher

Dimension Parent’s expectation Reality
Career guidance Accurate and competent teacher An amateur tour guide unfamiliar with local affairs of the tour destination
Teaching Funny and informative teacher An owner of a store crowded with eye-shoppers but few purchasers
Guidance Warm-hearted and fair teacher An indifferent manager who cares nothing but staying out of troubles
A counselor empathizing with couns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