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교육과정 개정에서의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방식과 한계 탐색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find out the actual condition of the students and parents’ participation in the operation of surveys, forums, concerts, discussions, public hearings, and intensive discussions conducted during the 2022 national curriculum development process (April 2021 to November 2021). In order to achieve the research purpose, all related data publish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the National Education Council, and the Provincial Superintendent of Education Council were collected and analyzed. As a result of the study, first, the timing, period, target selection, and connection with follow-up work were appropriate, but in the case of the questionnaire, professional content that is difficult for students, parents, and the general public to know was included. Second, problems such as one-time operation, topics requiring expertise, lack of discussion among participants, and absolute lack of time for discussion were found. Third, intensive debate run by the National Education Council can be said that participants such as students and parents lacked expertise in the curriculum. In conclusion, surveys, forums, concerts, and public hearings promoted the direction and main contents of the 2022 revised curriculum and helped to form consensus, but there are limitations in collecting wide opinions and materializing agendas.
Keywords:
2022 National curriculum, Survey, Forum, Public heraring, Intensive disscussionⅠ. 서 론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개발 중에 있다. 교육부는 2021년 4월 20일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교육과 미래역량을 갖춘 자기주도적 혁신 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2021년 11월 24일에는 ’더 나은 미래,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기치 아래 2022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시안으로 발표하였다. 2022년 8월 현재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앞두고 각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중요한 특징은 내용의 변화 못지않게 개정 추진 체계의 변화에 있다. 2021년 4월에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감협의회가 협력적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고, 교원, 학생, 학부모, 일반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2021년 4월부터 2022년 8월 현재까지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주관 아래 설문조사,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 집중토론회 등이 운영되고 있다. 운영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이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교사와 교사 단체의 참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 개발 위원, 검토 위원, 심의위원으로 참여하였으며, 교사단체는 국가교육과정 개정 포럼과 공청회, 그리고 언론을 통하여 단체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에 비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는 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응하거나 학부모 단체의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간헐적인 입장표명 외에 의사표시를 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하였다. 설문조사,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 집중토론을 통하여 그들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통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서 이번에 새로이 도입한 ‘개발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운영의 성과’를 기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실제로 이러한 기제가 어떻게 작동되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이번 교육과정 개정작업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기회 확대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갖는 한계가 무엇인지 검토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교육과정 개정에서 단순히 참여 기회의 양적 확대가 개정 교육과정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연구를 통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적절한 참여 내용과 방식, 그리고 참여를 보장하고 촉진하는 여건을 찾는 데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해에도 교육과정 분야에 대한 수많은 연구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가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의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연구와(Kang et al., 2014) 교육과정이 개정된 이후 사후적으로 개정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을 묻는 연구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Song, 2019).
최근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포럼이나 공청회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들의 참여 내용과 방식, 결과 반영 등에 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며,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학부모 단체의 의사표시가 있었지만, 이것을 주제로 한 연구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국가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의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방식과 성과에 대한 많은 후속 연구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연구는 2021년 4월 교육부에서 2022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21년 11월 총론의 주요 내용을 발표할 때까지 약 8개월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포럼, 콘서트, 토론회, 공청회, 집중토론회 등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 문제는 아래와 같다. 첫째,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갖는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가? 둘째,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포럼, 콘서트, 토론회, 공청회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갖는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가? 셋째,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집중토론회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갖는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가?
Ⅱ.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 과정에서의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교육부는 2022 교육과정을 ‘국민과 함께 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전의 교육과정이 교육과정전문가를 중심으로 개발되었다면, 이번에는 국민 참여를 제도화하여 교육과정 개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2 교육과정 의 개발 체계를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협력적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한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원과 교육전문직 등의 현장 의견을 수렴하며, 국가교육회의는 미래 교육 비전과 주요 쟁점에 대해 국민참여단, 청년·청소년자문단이 중심이 된 숙의 토론을 통해 개선안을 도출한다. 교육부는 설문조사를 통하여 다양한 대상별‧주제별로 국가교육과정 개발 의견을 수렴하고, 개정추진위원회와 함께 포럼, 비대면 토론회, 공청회, 심의회 등 현장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정안을 마련한다(the Ministry of Education, 2021).”
이에 따라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에서는 2021년 4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022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설문조사, 콘서트, 포럼, 집중토론회를 시행하였다(<Figure 1>).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에서 시행하였던 의견수렴 과정은 아래와 같다.
1. 교육부
교육부는 2022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공감&소통 콘서트, 현장소통 포럼, 교육과정심의회 내 학생참여위원회의 신설,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의 공청회를 운영하겠다고 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Table 1> 참조).
여기서는 2022 교육과정 개정을 위하여 2021년 교육부가 추진한 설문 조사, 공감&소통 콘서트, 공청회에 관한 내용을 살펴본다. 교육부가 개최한 현장소통 포럼은 총론 개발의 초안을 맡았던 교수와 교원들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므로, 여기서는 제외한다.
콘서트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실시되었다. 실시 시기와 장소는 8월 28일~9월 25일이며, 대전, 광주, 부산, 서울에서 개최되었으며,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720명이 참여하였다.
개별 콘서트는 3부로 운영되었으며, 1부에서는 ‘미래 교육의 변화와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강연과 교육과정 개정에 관한 홍보 동영상 시청, 2부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릴레이 토크, 3부에서는 학생 및 학부모로 구성된 4개 분과별 주제 토의 및 결과 발표, 종합 토의로 진행되었다.
2부와 3부의 진행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부의 릴레이 토크는 5명이 참여하여 대담 방식의 토의로 진행되었는데, 사회자를 포함하여 고등학생 1명, 학부모 1명, 교사 1명, 교육부 관계자 1명이 참여하였다. 릴레이 토크 주제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학교교육의 방향, 학생의 개별 성장과 진로 설계를 위한 개별 맞춤형 교육, 역량 함양을 위한 초중고 학교급별 교육과정의 개선 과제, 디지털 기반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개선 방안이었다.
3부의 분과별 토의 주제는 모든 참여자가 함께 토의하는 ‘공통 주제’와 초‧중학교 분과와 고등학교 분과에서 논의하는 분과별 주제로 구분되었다. 공통 주제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학교 교육’이며, 초‧중학교 분과 주제는 ‘기초 능력에 바탕을 둔 학생의 성장과 발달’, 고등학교 분과 주제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었다.
공청회는 2022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에 대한 공개 토론 및 국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하여 2021년 10월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총론 연구자들의 주제발표 후 지정토론과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지정토론에서는 학부모 1명과 학생 1명이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토론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각기 5분 남짓이며, 학부모 토론자는 학생 주도성, 지역과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강화, 고교학점제의 개선 방안을 공감하고 지지한다는 내용이었고, 학생발표자는 고교학점제에 한정하여 발표하였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고교학점제의 도입을 환영하지만, 지역간 그리고 학교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2. 시도교육감협의회
2022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6개 학부모 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포럼이 개최되었다. 포럼은 ‘학생 중심의 2022 개정교육과정, 학부모자치로 꽃 피우다’라는 슬로건으로 온라인으로 운영되었다. 포럼에서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경기 교육희망네트워크, 어린이책시민연대,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의 대표들이 각기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교육정책 담당자나 발표자 간에 토론을 하지는 않았다.
3. 국가교육회의
국가교육회의는 2022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대국민 설문, 온라인 토론 및 공개포럼, 권역별 토론 및 청년‧청소년 토론, 집중토론, 종합정리 순으로 운영하였다. 국가교육회의가 밝히고 있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사회적 협의 과정은 아래 [Fig. 2]와 같다.
가. 대국민 설문에서 설문 영역과 주요 내용, 온라인 설문 영역은 크게 ‘교육의 가치와 방향’, ‘교육과정 운영’, ‘교육과정 운영 지원 체계’의 3개의 영역으로 구성하고, 추가할 내용이 있는 경우 ‘발전 방향에 적도록 하였다.
나. 온라인 토론방에서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쟁점별 토론방을 개설하여 게시글, 댓글, 공감으로 참여하는 개방형 자유토론으로 진행하였다. 토론방의 8개 주제는 아래 <Table 3>과 같다.
다. 공개포럼에서는 설문 결과 보고 및 이를 바탕으로 한 포럼이 운영되었다. 토론자로 교사 단체 2명, 학부모 단체 2명, 학생 대표 1명이 참여하였다. 참여자들이 발표한 주요 내용은 아래 <Table 4>와 같다.
라. 권역별 토론회가 운영되었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실시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참여시켰다. 권역별 의제 선정은 온라인토론방에서 선정한 8개 주제를 공통의제와 선택의제로 나누어 토론하였다.
마. 청년‧청소년(10대에서 30대) 토론회가 운영되었다. 일회성의 토론이며, 분임토론 시간은 90분, 아래 <Table 5>와 같은 주제들이 논의되었다.
바. 집중토론회가 운영되었다. 전체 120명이 참여하였으며, 교사 44명, 학부모 43명(학부모 단체 대표 포함), 학생 33명이 참여하고, 분임토의 시간은 120분이었다. 집중토론회가 있기 전에 설문결과, 온라인토론방, 공개포럼, 권역별 토론회, 청년‧청소년토론 결과를 사전에 제시하였다. 논의된 주제는 아래 <Table 6>과 같다.
사. 종합정리회가 운영되었다. 참여자는 총 30명 중에서 학생 10명, 학부모 10명, 교원 10명으로 구성하였으나, 코로나로 28명이 참여하였다. 협의문 검토 및 수정·보완을 하였다. 주요 내용은 아래 <Table 7>과 같다.
Ⅲ. 연구 방법
이 연구는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했던 2021년 4월부터 총론 내용(시안)을 발표했던 2021년 11월까지 실시되었던 설문조사,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 집중토론회 등에서의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방식과 한계를 밝히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설문조사 관련 자료, 각 기관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발행한 문서 및 영상 자료 등을 수집하였으며 <Table 8>과 같은 과정을 통해 분석하였다.
첫째,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양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조사 시기, 조사 기간, 조사 대상, 설문 문항, 결과 분석, 결과 활용 등을 분석하엿다.
둘째,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에서 운영한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 등의 문서 자료와 영상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세 기관에서 운영한 행사를 개최 시기와 장소, 운영 기간, 참여 대상, 논의 주제, 결과 활용 등에 대해 분석하였다.
셋째, 국가교육회의에서 운영한 공론조사 과정 중 집중토론회와 종합정리회에 관한 문서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집중토론회와 종합정리회의 개최 시기와 장소, 운영 기간, 참여 대상, 논의 주제, 진행 과정, 결과 활용 등을 분석하였다.
문서 자료와 영상 자료는 공개된 자료이므로 참여자를 기술할 때는 자료에서 밝혀진 형식을 따랐다. 문서와 영상자료 분석 과정에서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연구자가 자료를 거듭 읽고 분석한 다음 세 차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박사학위를 가진 교육과정 전공자 두 명에게 자료와 분석 결과를 제시하여 분석의 타당성과 객관성(자료와 분석 내용의 일치 여부)을 확증받는 과정을 거쳤다.
Ⅳ. 연구 결과
2022 국가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설문조사, 온라인토론, 포럼, 권역별토론, 콘서트, 공청회, 집중토론 및 정리(공론조사 형식의 숙의) 등으로 이루어졌다.
1. 설문 조사
설문 조사란 설문개발자가 만든 문항에 대한 답변을 수집하여 어떤 사실을 밝히는 방법이다. 요즘은 자료 수집과 분석의 편의성으로 대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여기서는 2021년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의 조사 시기, 조사 기간, 조사 대상, 조사 문항, 분석 방법, 결과 처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설문 조사의 시기는 국가교육회의가 5~6월, 교육부가 8월 실시하였다. 교육부의 설문 문항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국가교육회의의 설문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교육부에서 재차 설문조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또한, 8월이 학생들의 방학 기간이라 교육부의 설문조사 시기가 적절한 것인가에 의문이 있다.
국가교육회의에서의 설문 조사 기간은 약 한 달 (정확하게는 31일)인데 반하여, 교육부는 10일간으로 전국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 조사로는 응답 기간이 매우 짧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설문조사 대상 표집에는 차이가 있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는 대상을 초(5~6)·중ㆍ고등학생, 초·중·고 학부모군으로 구분하였으나, 국가교육회의에서는 완전히 자발적인 참여자 조사로 진행되었다. 교육부의 표집은 학교급별 학생과 학부모를 균형 있게 표집한 장점이 있다. 국가교육회의의 설문 응답자는 학부모가 51.6%, 학생이 15.8% 참여하여 학부모가 학생의 3배가 넘었다는 점과 교육과정 개정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분들이 참여하였을 것으로 보여, 일반 학부모나 일반 국민의 의견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10만 명이 넘게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교육부는 설문 문항과 관련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구분하고, 학교급을 다시 구분하여 초(5~6)·중ㆍ고등학생용(3종), 초·중·고 학부모용(3종) 6종으로 개발하였으나, 국가교육회의는 하나의 설문지를 만들었다. 교육부의 설문 영역과 문항에 대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갖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교육회의는 총 16문항으로 크게 교육의 가치와 방향, 교육과정 운영, 교육과정 운영 지원 체계, 발전 방안(추가 제안)으로 구성하였다. 영역별 세부 내용은 아래 <Table 9>와 같다.
국가교육회의의 설문 영역과 내용을 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주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 영역에서 전문성이 필요한 이러한 질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어떻게 반응을 했는가에 의문이 있다. 교육과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운영 경험이 있는 일부 학부모 단체 대표를 제외하고는 설문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9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실시한 Song(2010)의 연구는 시사하는 점이 있다. Song의 연구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설문 조사가 어떤 한계를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대한 논의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설문조사가 실시되었다. 학부모들이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설문한 것이다.
결과는 아래 <Table 10>과 같다.
위 <Table 10>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저 그렇다’ 35.2%, ‘잘 모른다’ 38.9%, ‘전혀 모른다’ 8.1%로 82.2%가 대충 알거나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논란이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부모들은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Song의 연구를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질문 범주와 내용은 다음 <Table 11>과 같다.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학부모의 인지 정도는 낮았다. 하지만 전 문항에서 찬성의 비율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다. 상기한 질문을 보면 학부모가 알거나 판단을 내리기에는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문항이 많았다. 깊이 있게 알지 못하지만, 찬성 비율이 높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니’ 또는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토하여 제시한 것이니’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
Lee(2020) 등이 행한 연구도 교육과정 개정에서 설문 조사가 갖는 한계를 보여준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2015 교육과정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학부모의 경우 인지의 정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와 학부모의 인지 정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위 <Table 1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체 문항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응답 차이가 크고, 학부모 응답의 경우에는 점수 범위가 2.94 ~ 3.18로 ‘보통’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이 깊이 있게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과정 분야에 대한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과 운영 경험을 가져야만 대답할 수 있는 문항에 대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보여 준 응답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문 결과 분석에 관한 부분이다. 교육부에서 행한 설문 조사는 표집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급으로 나누었다. 하지만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서 분석을 어떻게 하였는지 알 길이 없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실시한 문항 분석 결과를 보면 개별 문항을 응답 집단별로 분석한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실제적으로 집단별(학생-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초등학교 학부모, 중학교 학부모, 고등학교 학부모 등)로 분석을 했을 터이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찾을 수 없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내용에 대하여 깊이 있는 분석을 위해서는 문항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 간에 그리고 학교급별 학생들 간 학부모 간 차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설문조사 결과를 온라인토론, 권역별 토론, 집중토론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를 이번처럼 체계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
토론회는 어떤 문제를 두고 여러 사람이 옳고 그름, 적절과 부적절, 효과와 효율성 등을 논의하여 결론을 얻는 자리를 가리킨다. Noh와 Min(2009)은 토론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과 견해가 다른 타자와의 잦은 토론은 사적 이익과 공공선을 연계해 줌으로써,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민주주의의 구현에 필요한 시민의 덕목(civic virtue)으로 상정했던 ‘분별력(euboulia)’을 고양시킬 수 있다(Noh and Min, 2009). ”
포럼은 포럼디스커션(forum discussion)의 준말로 사회자의 지도아래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간략히 발표를 한 다음, 청중이 그에 대하여 질문하면서 토론하는 방식을 말한다(출처: https://likeuni.tistory.com/6)
콘서트(concert)는 청중이 한자리에 모여 감상하는 음악회를 가리킨다. 최근에는 이 콘서트라는 단어가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생각을 청중과 나누는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작가는 책을 출판하는 '북 콘서트'를 개최한다. TV에서는 코미디언의 '개그 콘서트'가 나오고, 인기 셰프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시연하는 '푸드 콘서트'를 벌린다(http://www.dailycc.net/news/articleView.html?idxno=434408). 이처럼 콘서트는 주최자가 자신의 작품, 공연, 입장 등을 관심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에게 제시하고 지나치게 형식에 매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모임을 뜻한다.
공청회(public hearing)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사안에 대하여 의결을 하기 전에 전문가, 이해당사자,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리킨다.
토론회, 포럼, 콘서트는 원래 그 말이 가진 유래를 찾아보면 차이가 있다. 하지만 토론회가 정부 정책과 같은 주제를 대상으로 하는 공개토론회의 성격을 가지면, 토론자 간의 소통과 함께 참석한 청중도 토론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포럼과 차이점이 줄어든다. 또한, 콘서트는 원래 음악회를 의미하지만, 공적인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한 콘서트는 주제를 가지고 청중과 교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자리라는 성격이 강하여 공개토론회나 포럼과 성격을 같이 한다. 공청회 역시 공적인 사안에 대하여 여러 집단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청취하는 자리라는 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즉, 2022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주최한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는 교육과정 정책입안자가 학생, 학부모, 교원, 일반 시민과 교육과정의 주요 문제를 놓고 소통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와 함께 토론을 운영하는 정부 기관에서는 새로운 정책 대안이 개발 중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대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고, 때로는 이미 마련한 대안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책과 관련된 공개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는 개최 시기, 시간 및 장소, 참여 대상(발제자, 토론자, 청중 등), 논의 주제, 진행 과정, 결과 반영 등을 살펴서 그 성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Table 13>과 같이 교육부에서 주최한 콘서트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8월부터 9월까지 네 차례 진행하였다. 콘서트에는 권역별로 학생 학부모 각각 90명, 교사 20명, 모두 800명의 참여를 계획했지만, 720명이 참석했다. 운영 시기는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시점이라 적절했다고 보지만, 일회성 콘서트이고, 전체 운영 시간은 심도 있는 토론을 하기에는 매우 짧았다.
발제자는 교육과정 전문가이며, 토론자는 학생과 학부모가 주를 이루고 교사들이 일부 참여하였다. 청중과의 상호 작용은 현장에 있지 않아 알기 어렵지만, 전체 일정으로 미루어 활발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부의 릴레이 토크는 5명이 참여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30분에 불과하며, 분과별 토의는 분임별 15명이 참여하는데 총 60분만 책정되어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이나 집단의 의사를 전달하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논의된 주제 역시 공통주제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학교 교육’과 분과별 주제 ‘기초 능력에 바탕을 둔 학생의 성장과 발달’,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으로, 학생 학부모가 토론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이며 범위가 넓었다고 본다. 특히, 시간제한이 있는 상태에서 깊이 있는 대화와 토론을 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된 전문가 강연과 홍보 동영상 시청 이후에 이루어지는 대화와 토론은 강연의 내용과 홍보 동영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도 있다.
콘서트가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주요 내용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겠지만, 주제의 범위와 난이도 그리고 시간 제약 등을 생각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거나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Table 14>에서와 같이 교육부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 결정을 앞두고 2021년 10월 22일 온라인으로 공청회를 가졌다. 총론 주요 사항 발표 일이 2021년 11월 24일이며, 각론이 성안되면 총론과 각론 전체 교육과정을 대상으로 다시 공청회가 있을 것을 생각하면, 약 한달 전 공청회가 열린 것은 적절한 시기를 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총론의 주요 방향과 내용이 매우 중요하고 이후 각론 구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미루어보면, 한 번이 아니라 2~3회의 공청회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공청회는 총론 연구자들의 주제발표 후 지정토론과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지정토론에서는 50분 동안에 9명의 토론자가 발표를 하게 되어 토론자 1인당 5분 정도 짧은 시간이 주어졌으며, 토론자 중 학부모 1명과 학생 1명만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비중도 높지 않았다. 학부모 토론자는 학생 주도성, 지역과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강화, 고교학점제의 개선 방안을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하여,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수용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발표자는 고교학점제에 한정하여 발표하였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고교학점제에 관하여 지역간 그리고 학교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고, 학생은 특히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정리하면,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된 공청회는 적절한 시기에 개최하였으나 횟수를 늘릴 필요가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비율이 낮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여 말 그대로 ‘공적인 사안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듣는다’는 공청회 운영의 취지에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청회 결과가 총론 주요 방향과 내용의 결정에 어떤 통로를 통하여 어떻게 반영될 것이라는 언급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Table 15>와 같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22 개정교육과정과 관련하여 학부모단체와 함께 하는 포럼을 2021년 8월 11일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개정 교육과정에 대하여 학부모의 의사를 듣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2021년 8월은 2022 교육과정 총론의 기본 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시기라는 점에서 적절한 시점에 포럼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시간짜리 일회성 온라인 형식의 포럼이라는 점에서,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포럼의 발제자는 학생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학부모 단체 대표들이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학부모 단체가 개정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발표 내용이 단체 대표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 논의를 거쳐 집약된 단체의 의사 표시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학부모 단체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교육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왔기 때문에, 이번 포럼에서도 이번 2022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발표 주제는 교육부가 4월에 개정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고, 국가교육회의가 설문의 주요 영역으로 설정한 학생 주도성, 지역과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고교학점제, 강화되어야 할 내용 등이다. 특히, 대부분의 발표자가 고교학점제에 초점을 두고 토론을 하였는데, ‘폐지가 답’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보완의 필요성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그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대다수의 토론자가 대입제도의 연계와 전 과목 절대평가라는 내신제도의 개선이 없이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주장한 점에 미루어, 고교학점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를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발표 자료와 포럼 일정을 보면, 학부모 단체 간 그리고 교육과정 정책팀과 학부모 단체 간에 소통을 통하여 쟁점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로 진행한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국가교육회의에서는 게시글, 댓글, 공감으로 참여하는 개방형 자유토론 방식으로 8개의 주제에 따른 온라인 토론방을 운영하였으며, 3,261명이 참여하였다. 온라인 토론방의 주제는 아래 <Table 16>과 같다.
<Table 17>에서와 같이 공개포럼은 2021년 7월 7일에 개최되었으며, 온라인 방식으로 두 시간 운영되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개정 교육과정 개발의 사회적 협의 과정과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교원 단체 2명, 학부모 단체 2명, 학생 1명이 토론하였다. 토론에 배정된 시간은 50분으로 토론자 한 명당 10분이 배정되었으며, 일회성으로 운영되었다. 이 포럼은 국가교육회의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협의과정과 설문조사 결과를 통한 8개의 의제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즉, 공개포럼은 학생, 학부모, 교원단체 대표 등을 참여시켜 의견 수렴의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발표자들 간 그리고 국가교육회의와 발표자 간의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서 의제를 발굴하는데 초점을 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권역별 토론회(2021.7.10.~31)가 공개 포럼 결과를 가지고 운영되었다. 4개 권역(중부 및 강원 77명, 영남 83, 전남 제주 78, 수도권 212명 참여)으로 나누어 실시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였다. 설문조사, 온라인 토론방, 국가교육회의 국민참여단 중에서 토론 참여 희망자를 권역, 성별, 교육 주체(학생, 학부모, 일반시민, 교원)를 고려하여 무작위로 선정하였으며, 8개 주제를 공통의제와 선택의제로 나누어 토론하였다.
권역별 토론회는 참여자 입장에서는 일회성이며, 시간 부족(분임은 10명 내외로 구성되었으며, 의제 선정을 위한 분임 토의 총 55분, 선정된 의제를 공통의제와 선택의제 2개를 놓고 하는 분임토의 총 60분)으로 참여자 일인당 의제 선정과 의제토의에 각각 배정된 시간이 5분 내외로 주제별로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토론 참여 후기에도, ‘자기소개를 하고난 뒤 자신이 가진 의견을 한 번 발표하면 더 이상 토론을 할 시간이 없었다’(National Education Council, 2021)는 지적도 있었다. 즉, 하나의 분임에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배치되고 시간 부족으로 참여자들 간에 충분한 토론이 되지 못했으며, 주최자와 참여자 간에도 토론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청소년(10대에서 30대)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71명이 참여하였으며, 학생 자기 주도성, 학습내용 적정화, 서술형 논술형 평가 정착 방안, 학교에서 강화해야 할 교육 영역과 실현 방안, 고교학점제 지원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 토론회는 1회 온라인 방식으로 3시간 운영되었으며, 교사가 다수를 차지하였다(National Education Council White Book, 153). 논의 주제는 학생주도성, 교과별 학습내용 적정화, 서술형·논술형 평가, 학교에서 강화해야 할 교육영역, 고교학점제였으며, 10명 이내의 분임으로 구성하여 첫 번째 선택주제 총 50분, 두 번째 선택주제 총 40분으로 참여한 토론자 일인당 주제별로 4~5분 정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시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주제별 토론 결과를 보면, 고교학점제에 대한 토론 시간과 논의 내용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주제에 비하여 자신의 의견을 내거나 쟁점을 가지고 토론을 할 기회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퍼실리테이터의 진행 역량도 토론의 내용과 질에 영향을 크게 주었다(National Education Council, 2021). 요약하면, 일회성 분임토론이고 90분의 시간 제약 속에서 의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본다. 이상의 내용은 <Table 18>과 같다.
3. 집중토론, 집중 정리, 권고안 작성
국가교육회의에서 행한 집중토론회, 종합정리, 권고안 작성 과정 등은 ‘공론조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먼저, 집중토론회는 온라인 숙의 토론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2021년 8월 7일 10시~18시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10시간가량 운영되었으며, 권역별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 중에서 참여 신청을 한 사람 120명이 참여하였다. 지역, 성별, 교육주체를 고려하여 무작위로 98명이 선정되고, 집중 숙의를 돕기 위한 전문가 22명이 지정(교육관련 단체 및 학회 추천) 참여한 것이다. 집중토론회 참여자는 교원 44명, 학부모 43명, 학생 33명으로 구성되었고, 교원 중에는 17명의 전문가, 학부모 중에는 5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였다.
집중토론회에서는 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권역별 토론회 분석 결과 공유 및 협의문 작성 원칙과 방향 공유, 집중토론회 참여단 사전검토의견서 공유의 과정을 거쳤다. 집중토론회에서는 권역별 토론회에서 도출된 핵심의제(학생주도성,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자율권)별 세부 과제를 중심으로 집중 숙의를 하였다. 의제 또는 의제별 세부 과제에 쟁점 또는 이견이 있는 경우 분임별 숙의를 통하여 합의 방식의 조정을 했다. 집중토론회에서는 토론 내용을 취합하고 종합하여 개정 교육과정의 협의문 초안에 담길 내용을 구성하였다.
집중토론회는 핵심의제별 분임토의(75분), 전체공유(30분), 종합정리(30분) 순으로 운영되었다. 고교학점제는 정착을 염두에 두고 숙의하였고, 교육과정 자율성은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학생 주도성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눈 다음, 영역별로 세 가지 하위 주제에 대하여 개인별 의견을 제시하고 다수 의견 중심으로 종합하였다.
종합정리는 2021년 8월 21일 10시~18시로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10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종합정리 참여자는 집중토론회 13개 각 분임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교사 39명 추천자 중에서 학생, 학부모, 교원을 각각 10명씩 온라인으로 추첨을 하였는데, 최종적으로는 28명이 참여하였다.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전에 합의문 초안을 보내어 검토의견서를 받았다. 종합정리는 대면 회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집중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개정 교육과정 협의문 초안에 대한 숙의를 하고, 제안이나 쟁점이 있는 경우 토의하고, 협의문의 문구 수정 및 보완을 거쳤다.
협의문은 사회적 협의 주요 쟁점으로 학생주도성, 교육과정 자율권, 고교학점제 등의 권고 사항과 개정 교육과정 방향과 추진과제로 교육의 가치와 방향, 교육과정 운영, 교육과정 운영 지원 체제로 구성되었다.
Kim(2017)은 국가교육과정 개발에서 이와 같은 공론조사 방식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아래와 같이 기술하였다.
“국가교육과정 개발은 총론 개발자와 각론 개발자를 포함하여 교사 단체, 학생 단체, 학부모 단체, 시민 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위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면 여론조사 형식의 질문지 조사가 아니라 ‘공론조사’가 적합하다. 학교 교사를 포함하는 교육과정의 실행자와 적용 대상이 되는 학생 및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개정에 책임을 진 위원회’가, 현재와 같은 조사 방식을 탈피하여, 공론조사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Kim, 2017).”
공론조사에서는 참여자의 집단별 안배와 수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된다. 공론조사의 경우 참여자를 선정할 때, 집단의 다양성, 대표성, 전문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집중토론회와 집중정리회에서 학생, 학부모, 교원 집단을 참여시킨 것은 다양성을 고려한 것이고, 참여 집단의 인원을 균형있게 안배(1:1:1)한 것은 특정 집단의 참여자 수가 많게 되면, 그들 집단의 의사가 관철되기 쉽다는 점에서 타당한 일로 볼 수 있다. 참여자들이 권역별 토론회와 집중토론회를 거친 인사라는 점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였다고 본다. 집중토론회에서 교원과 학부모 중 전문가를 뽑아서 배치한 것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이다.
그런데 공론조사에서 숙의적 대화는 공론조사의 성패를 가름짓는 잣대가 된다. Noh와 Min(2009)은 숙의적 대화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숙의적 대화’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동시에 그 대화는 주장의 근거 제시(자신의 생각 말하기)와 상호간의 주장에 대한 경청(타인의 생각 듣기)이 균등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이어야 한다(Noh and Min, 2009). ”
집중토론회와 집중정리회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숙의적 대화가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못한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볼 때,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제에 대한 전문성, 민주적인 의사소통, 충분한 논의 시간 등이 숙의의 질을 결정한다. 집중토론회와 집중정리회에서 논의된 의제와 숙의 결과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가 의제에 대한 전문성을 가졌는지 의문이 있다. 비록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가 이미 권역별 토론과 집중토론에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교육과정 자율권, 서술·논술형 평가, 고교학점제, 교육의 가치와 방향, 교육과정 운영, 교육과정 운영 지원 체계 등과 같은 전문적인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하기에는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지로 집중토론와 정리회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는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 교원은 학생 주도성, 교육과정 자율화, 학습격차 해소 등과 같은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제안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런 것을 염려하여 집중토론회 참여자를 선정할 때 22명의 교육전문가를 포함시킨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의 참여는 ‘양날의 검’과 같이 숙의 과정에서 대화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전문가적 의사결정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문제점이 따른다.
숙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서 소통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졌는가는 알지 못하지만, 참여 집단의 구성이나 운영 절차를 보면 이 점은 충분히 담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제를 심도 있게 토론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의제의 다양성, 중요성, 포괄성 등을 생각할 때 시간적 제약이 많았다고 본다. 참여 후기에서도 토론할 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National Education Council, 2021). 의제는 많고 토론할 시간이 부족하면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자’든지, 아니면 ‘다수의 뜻을 수용하자’는 등 전문가적 의사결정이나 다원주의적 의사결정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교육회의에서 교육부에 사회적 협의문을 보내면서, ‘2022 교육과정 개정 주요 사항에 이를 반영한다’(National Education Council White Book, 2021)라고 문구를 넣은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론조사를 하는 기관과 최종적인 정책 결정을 하는 기관이 다를 경우, 공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지는 정책결정 기관이 갖게 된다.
“무엇보다 현재의 공법적 질서 하에서 숙의를 통한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궁극적인 행정결정의 권한과 책임은 행정에 유보된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 결과 숙의과정을 통해 결정에 도달한 경우에도 행정기관은 그러한 결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Kim, 2020)”
따라서 국가교육회의에서 보낸 사회적 협의문을 교육부가 얼마나 어떻게 수용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1년 11월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총론 개요를 보면, 개정안을 마련할 때 국가교육회에서 제시한 협의문도 반영했다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 반영되고 어떤 내용이 참고만 되었는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Ⅴ. 논의 및 결론
이 연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방식과 한계를 알아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국가교육과정이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나아가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관료나 전문가만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종전의 교육과정 개정이 국가교육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방식을 실시한 반면에, 이번 개정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포럼, 콘서트, 토론회, 공청회의 주체로 참여시킨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더욱이 집중토론회를 통하여 전문가나 교원집단과 대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의사를 관철하려는 기회를 갖는 것은 그동안 ‘말로만’ 교육 주체라고 떠받들었던 것에서 실제적인 권한과 권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의견 수렴의 방식과 참여자의 참여 역할에 따라 설문조사, 포럼, 콘서트, 공청회, 토론회 등을 3가지로 범주화하여 살펴보았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설문 조사는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주최로 진행되었으며 각 설문 조사의 대상, 기간, 설문 문항, 설문 방식 등에 대해 살펴보고 설문 조사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의 문항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거 교육과정 개정과 달리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둘째,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 등이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의 주최로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의견수렴 과정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 주체를 참여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견수렴 과정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의견수렴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셋째, 집중토론, 집중 정리, 권고안 작성의 과정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공론조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참여 집단의 구성과 운영 절차가 적절하게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의제의 다양성과 중요성, 포괄성 등을 생각할 때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는 한계가 있다.
아래에서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설문조사, 공개토론, 포럼, 콘서트, 공청회, 집중토론 등을 하는 이유를 중심으로 연구결과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한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설문조사, 공개토론, 포럼, 콘서트, 공청회, 공론조사와 같은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포괄적인 의견수렴, ②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이해의 증진, ③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핵심의제를 제안하는 데 있다(National Education Council White Book, 2021).
2022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수년 전부터 설문조사와 포럼을 운영하였으며, 2021년에는 설문조사와 포럼뿐만 아니라 공개토론회, 콘서트, 공청회, 공론조사 등이 이루어졌고, 2022년 현재 이러한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활동들은 민간 부분을 제외하고도 교육부뿐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주관으로 실시되고 있다.
먼저, ‘포괄적인 의견수렴’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자. 포괄적이라는 말은 ‘어떤 것을 싸고(包) 묶는다(括)’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의견수렴을 포괄적으로 한다는 것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몇 가지로 정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공개토론(온라인 토론방), 포럼, 콘서트, 공청회에 참여한 집단의 성격과 참여자 수를 보면, 학생, 학부모(일반시민 포함), 교원(교육전문가 포함)이 비교적 균등하게 참여하였고, 설문조사 10만 명 이상, 토론방, 토론회, 콘서트 등에서 수십에서 수천 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학생과 학부모가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학생과 학부모만을 대상으로 한 포럼과 콘서트를 개최하였으며, 국가교육회의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온라인 토론방, 포럼, 집중 토론 등에 교육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전체 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한 것은 이러한 장치들이 포괄적인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가교육과정이 아무리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설계도라고 하더라도 교원, 학생, 학부모 등 ‘지나치게 학교교육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설문조사, 공개토론, 포럼, 콘서트, 공청회, 공론조사 등이 진행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덧붙여 여론 수렴의 방향이 먼저 기획된 다음 이러한 활동들이 이루어졌다면 학생과 학부모가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의사표시를 할 수밖에 없으므로 다양한 논의가 결여되고 주최 측의 사전 의사가 강하게 반영되었을 위험도 있다. 즉,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를 개최할 때, 행사 주최 측에서 토론의 방향과 내용의 범위를 한정하거나, 발제자와 토론자간 그리고 발제자와 객석 간에 충분한 대화의 기회가 부족했다면 여론 수렴에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집중토론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어 충분한 합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여론 수렴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토론회, 포럼, 콘서트, 공청회 등에서 제안된 의견들이 국가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마련되지 못하고 그 결과 수렴된 의견이 국가교육과정 개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면 많은 인력, 시간, 비용 등을 들여서 행한 제반 노력들이 허사가 되고 만다. 이런 점에서 의견을 수렴했다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속력이 있는 행정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설문 조사, 공개토론, 포럼, 콘서트, 공청회, 공론조사 등이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이해의 증진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들 활동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수와 언론과 유투브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이들 활동에 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공감대 형성과 이해 증진에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설문 조사나 토론, 포럼, 공청회 등을 시작할 때, 국가교육과정 개정의 취지, 방향, 주요 내용 등을 먼저 설명한 것은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참여자의 다양한 생각을 억제하고 표현을 통제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으나,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 학생이나 학부모와 같은 참여 집단에게는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활동들이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나 이해의 증진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공감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을 가리킨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가교육과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관심이 많지 않다. 교육과정의 영향을 직접 받는 학생들조차도 자신이 배우는 과목이나 평가 방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뿐, 교육과정의 성격이나 체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며, 학부모 또한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는 정도에 한정해서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교육과정에 대해서 보도된 언론 기사와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홍보 활동도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공감을 끌어내려면 정말 ‘학생이나 학부모 자신의 삶이나 국가의 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의 중대안 사안’을 중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감의 문턱에도 이르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국가교육과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했다는 것과 국가교육과정의 개정의 방향과 내용에 공감했다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해란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어떤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든지, 새로운 지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두고 이해라고는 하지 않는다. 국가교육과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전문가들조차 때때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토론, 포럼, 콘서트, 공청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국가교육과정의 개정 취지, 방향, 주요 내용을 오롯이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었다고 이해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태가 이렇다면, 언론 기사나 홍보 동영상을 통해서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이해하게 한다는 것은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다만 설문조사, 공개토론, 포럼, 콘서트, 공청회, 공론조사 등의 국민들에게 ‘국가교육과정을 이러한 방향과 내용으로 개정합니다’ 하는 주의 환기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셋째, 설문 조사, 공개토론, 포럼, 콘서트, 공청회, 공론조사와 같은 일을 하는 이유를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핵심의제를 선정하여 제안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설문 조사, 온라인토론방, 포럼, 권역별 토론, 집중 토론회 등의 일련의 체계적 과정을 밟아서 핵심의제를 선정하고 사회적 협의문을 만들었다. 이들 전체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 주체로서 교원과 함께 동등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국가교육회의는 숙의 과정을 거쳐서 교육부에 2022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교육과정 편성 운영, 학교 교육과정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권고문을 보냈다.
권고문에는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교육의 가치와 지향, 학생 주도성, 교육과정의 자율화, 지역화, 분권화), 교육과정 편성‧운영(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 교수-학습 및 평가의 자율권, 교과별 학습 내용의 적정화, 서‧논술형 평가, 강화해야 할 교육),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 지원(교육과정 자율권 확대, 고교학점제, 학습격차 해소‧온오프라인 학습 지원‧범교과 학습 운영 유연화)를 제시하였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진행해 온 포럼이나 콘서트가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여론 수렴과 이해 및 공감대 형성에 주안점이 있다면, 국가교육회에서 실시한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새 교육과정의 핵심의제 선정에 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문 조사부터 집중토론회 운영까지 철저한 기획을 바탕으로 엄격한 관리 속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확정된 권고 내용은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운영 경험이 부족한 학생과 학부모가 이 과정에서 행한 역할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핵심 제들 중에서 교과별 적정한 학습내용의 양, 서‧논술형 평가,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자율권, 학습격차 해소 등은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의 의견을 쉽게 개진하기에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주제들이다. Kim(2020)는 숙의적 의사결정에 적절하지 않은 의제를 다음과 같이 구별하고 있다.
“숙의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은 일반시민의 참여와 숙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법적 해석이 필요한 사안, 개인의 재산권, 종교, 신념 등 공론화에 적합하지 않은 쟁점을 포함하는 사안, 고도의 전문성, 기술성이 중요한 쟁점이 되는 사안 등은 적절한 대상이 아니다(Kim, 2020).”
또한, 포럼이나 토론의 과정에서 사전에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그리고 소속 팀 내 전문가의 의견을 따른다면 순순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주제별로 토론을 제대로 하는데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전문성을 가진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의견만큼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았을지 궁금하다.
다시 말하면, 설문조사, 포럼, 토론회, 콘서트, 공청회, 집중토론과 정리 모임 등의 주제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가 쉽게 의견 내기 어려운 전문성을 가진 의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 주도성, 교육과정 자율권, 고교학점제의 운영 필요성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이를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서‧논술형 평가, 범교과학습, 학습격차 해소, 온‧오프안인 학습지원 등도 도입이나 강화의 당위성은 몰라도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것은 적절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설문조사, 토론회, 포럼, 콘서트, 집중토론(숙의) 등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 주제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책입안자나 전문가가 하는 주제에 대한 설명이 학생과 학부모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이마저도 충분한 토론 시간을 주지 않으면 피상적인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성공적인 숙의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 ①의제 및 방향 설정의 적절성, ②진행 방식의 공정성과 신속성, ③정보 및 자료의 객관성, ④충분한 시간 확보(Hong et al, 2001)라면,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에서 적절한 의제 선정과 충분한 시간 확보 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관련 지식과 경험을 많이 필요로 하는 특정한 전문적인 의제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것을 의사 결정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해방 이후 10여 차례가 넘는 교육과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는 ‘학벌중심사회’에 대한 입장과 실제적인 개선 방안을 주제로 삼았으면 한다.
4차 교육과정 때부터 2015 교육과정까지 표현만 조금 달라졌을 뿐 핵심적인 내용은 그대로인, 국가교육과정의 목표인 건강한 사람, 창의적인 사람, 자주적인 사람, 도덕적인 사람이 길러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사들조차 2015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창의적사고역량, 심미적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역량이 학교에서 길러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겠는가? 이러한 교육과정의 목표와 핵심역량이 제대로 길러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 주도성, 교과별 학습내용의 양, 서‧논술형 평가,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자율권 등이 학교교육 혁신과 무관하지도 않으며 이조차 개선이 쉽지 않겠지만, 현재 우리의 학교 교육을 왜곡시키고 망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며 이러한 개혁조차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국가교육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주체로서 참여하는 숙의는 전문적인 내용이 포함되는 교육과정의 영역에 치중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학벌중심사회에 대한 용인 여부와 용인 수준, 나아가 근본적인 변혁을 포함하는 내용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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