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P 데이타를 활용한 전통적 성역할 태도와 일-가정 갈등의 구조적 관계 분석 연구: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과 양육 방식 포용성의 다중매개효과를 중심으로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relationship between traditional gender role attitudes and work–family conflict from a cross-cultural perspective, with a particular focus on the mediating roles of perceived fairness in the division of housework and parenting inclusiveness. Using multinational data from the 2022 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me (ISSP), the study analyzes respondents from multiple countries and regions and tests the hypothesized relationships through structural equation modeling. The results indicate that traditional gender role attitudes significantly and negatively predict both perceived fairness in housework division and parenting inclusiveness, while significantly and positively predicting work–family conflict. Perceived fairness in housework division is significantly negatively associated with work–family conflict, whereas parenting inclusiveness shows a significant positive association with work–family conflict. Mediation analyses further reveal that traditional gender role attitudes indirectly exacerbate work–family conflict by reducing perceived fairness in housework division, while simultaneously exerting a significant negative indirect effect through decreased parenting inclusiveness. These findings underscore the importance of inclusive parenting practices in shaping individuals’ work–family experiences within cross-cultural contexts.
Keywords:
Gender role attitudes, Perceived fairness, Parenting inclusiveness, Work–family conflict, Social role theoryI. 서 론
세계화와 사회 현대화의 진전과 함께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은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 2023) 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가정과 사회 전반에서의 전통적 성역할 태도의 변화로 곧바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많은 사회에서 전통적 성역할 태도가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일하는 여성의 일–가정 갈등(work–family conflict)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직업 역할과 가족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때 두 역할 간의 시간적·에너지적·행동적 요구가 상충할 경우 일–가정 갈등이 발생한다(Greenhaus and Beutell, 1985). 다수의 실증 연구와 메타분석 결과는 일–가정 갈등이 직무 만족도와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녕과 직무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 직무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Amstad et al., 2011). 따라서 일–가정 갈등의 주요 선행 요인을 규명하는 것은 이론적·실천적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로 볼 수 있다.
한편, 일–가정 갈등의 수준과 양상은 국가 및 문화권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직무 요구나 가족 책임과 같은 요구 요인은 다양한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이들이 일–가정 갈등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와 경로는 문화적 가치와 제도적 환경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Allen et al., 2020). 또한 최근의 팬데믹과 같은 사회적 환경 변화는 가정 내 역할 수행 방식과 일–가정 경계를 재구성함으로써 갈등 경험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들었다(Vaziri et al., 2020).
사회적 역할 이론은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회는 남성과 여성에게 상이한 역할 기대를 부여하고, 이러한 기대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성역할 태도로 내면화된다(Eagly and Wood, 2012). 전통적 성역할 태도를 지닌 개인일수록 가사 및 돌봄 책임을 성별에 따라 분담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로 인해 직무 요구와 가정 내 기대 간의 불일치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Croft et al., 2015). 최근 연구들은 전통적 성역할 태도가 일–가정 갈등과 유의미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Chen et al., 2022).
가정 차원에서는 가사노동의 분담 방식과 이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정성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투입과 보상이 불균형하다고 인식할 경우 불공정감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부정적인 정서 반응으로 이어진다(Adams, 1965). 관련 연구들은 실제 가사노동 시간의 차이를 통제한 이후에도 가사 분업에 대한 공정성 인식이 일–가정 갈등을 유의미하게 예측함을 보여준다. 특히 가정과 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관적 공정성 인식의 영향은 더욱 두드러진다(Allen et al., 2021).
가사 분업과 더불어, 양육 방식에 대한 가정의 태도 역시 일–가정 갈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비전통적인 양육 방식이나 공동 양육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가정을 가진 개인은 양육 책임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직무 요구가 가정 기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전통적 성역할 태도에 강하게 의존하는 가정에서는 양육 역할 분담이 경직되기 쉬워, 직무 압력이 증가할 경우 가정 내 갈등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Shockley et al., 2017; Shuyin and Yin, 2023).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전통적 성역할 태도는 일–가정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가정 내 상호작용 방식이라는 간접 경로를 통해서도 그 영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즉, 가사 분업에 대한 공정성 인식과 양육 방식의 포용성은 성역할 태도와 일–가정 갈등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매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메커니즘을 교차문화적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아직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국제적인 대규모 데이타(ISSP 2022)를 활용하여 전통적 성역할 태도, 가사 분업 공정성 인식, 양육 방식의 포용성, 그리고 일–가정 갈등 간의 관계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 성역할 태도, 가사 분업 공정성 인식의 구조관계는 어떠한가?
둘째, 가사 분담 공정성 인식과 양육 방식의 포용성의 다중 매개효과는 어떠한가?
Ⅱ. 연구 방법
1. 연구모형
전통적 성역할 인식이 개인의 일-가정 갈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조적 관계를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과 양육 방식 포용성의 다중 매개를 가진 연구모형을 설정하였다. 이를 위한 연구모형은 [Fig. 1] 과 같다.
2. 분석 자료
본 연구는 GESIS Cross-National Data에서 제공하는 국제사회조사 데이터(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me: Family and Changing Gender Roles IV, ISSP 2022)를 활용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에 활용된 최종 45,762명 응답자의 특성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3. 구인(Construct) 설정
구조방정식 분석을 위해 연구모형을 바탕으로 전통적 성역할 태도, 일-가정 갈등,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 양육 방식 포용성의 4가지 구인을 설정하고, 세부 변인들을 측정하기위한 설문 문항들을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전통적 성역할 태도(TGRA, Traditional Gender Role Attitudes)는 성별에 따라 사회적 역할을 구분하려는 전통적 경향의 가지는 태도의 정도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Eagly and Wood, 2012). 이를 측정하기 위해 ‘어머니가 취업하면 취학 전 자녀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이 전일제로 취업하면 가정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긴다’등의 4개의 설문 문항을 활용하고 있다. 측정은 5점 리커트 척도(1=매우 동의함, 5=전혀 동의하지 않음)를 활용하여 측정하고 있다. 해석 편의를 위해 역코딩을 하여, 전통적 성역할 태도 점수가 높을수록 성역할 태도에 있어서 전통적이고 보수적임을 나타내게 하였다. 이들의 신뢰도 계수 크론바 알파값은 .707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정 갈등(WFC, Work Family Conflict)이란 개인이 직업 역할과 가족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때 두 역할 간의 시간적·에너지적·행동적 요구가 상충할 경우 나타나는 갈등의 정도라고 할 수 있다(Greenhaus and Beutell, 1985). 이를 측정하기 위해 일-가정 갈등과 관련하여 묻는 설문을 활용하였다. 구체적으로 직장에서 너무 피곤해서 가정 내 책임을 수행하기 어렵다, 가족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기 어렵다, 가사 노동으로 너무 피곤해서 직장에서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직장에서 집중하기 어렵다 등의 4가지 설문 문항을 활용하였다. 측정은 5점 리커트 척도(1=매우 동의함, 5=전혀 동의하지 않음)를 활용하여 측정하고 있다. 해석 편의를 위해 역코딩을 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일-가정 갈등 정도가 높은 의미를 나타나게 하였다. 이들 문항들의 신뢰도 계수 크론바 알파값은 .756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PFHD, Perceived Fairness in Housework Division)이란 가정에서 가사 노동 분담 방식에 대해 얼마나 공정한지를 인식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Thompson, 1991). 이를 측정하기 위해 가사분담과 관련하여 본인과 배우자의 상대적인 가사 참여 정도를 묻는 설문을 활용하였다. 구체적으로 ‘세탁하기, 아픈가족 돌보기, 집안청소하기, 식사 준비하기, 파트너 간 가사분담 현황’ 등의 5가지 설문 문항을 활용하였다. 측정은 5점 리커트 척도(1=내가 항상, 5=배우자/파트너가 항상)를 활용하여 측정하고 있다. 점수에 대칭적 재코딩(symmetric recoding)을 실시하여 해당 구인의 점수가 높을수록 공정성 인식이 높은 것으로 재코딩하였다. 이들 문항들의 신뢰도 계수 크론바 알파값은 .701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방식의 포용성(PI, Parenting Inclusiveness)이란 양육 방식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양육방식의 포용성과 관련하여 묻는 설문을 활용하였다. 구체적으로 ‘한부모 아버지도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다, 동성 여성 커플도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다, 동성 남성 커플도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다’등의 3가지 설문 문항을 활용하였다. 측정은 5점 리커트 척도(1=매우 동의함, 5=전혀 동의하지 않음)를 활용하여 측정하고 있다. 해석 편의를 위해 역코딩을 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양육 방식 포용성이 높은 의미를 나타나게 하였다. 이들 문항들의 신뢰도 계수 크론바 알파값은 .856으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4. 분석 방법
기본적 자료분석은 SPSS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기초적인 기술통계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구조방정식 분석을 위해 AMOS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모형의 적합도와 타당도, 구인들 간의 구조적 관계와 다중매개 관계를 분석하였다.
Ⅲ. 연구 결과
1. 연구모형의 적합도와 타당도
첫째, 측정모형의 적합도를 분석한 결과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카이스퀘어값은113.672(df=98, p=.000)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카이스퀘어값은 표본크기의 영향에 민감하여 다른 적합도 지수와 함께 활용한다(Hooper, Coughlan and Mullen, 2008). 다른 적합도 지수는 SRMR .045, RMSEA .050, CFI .953, TLI .943으로 비교적 양호하였다(Hu and Bentler, 1999; Browne and Cudeck, 1992). 이를 정리하면 <Table 2>와 같다.
둘째, 측정모형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복합신뢰도(CR, Composite Reliability)와 평균분산추출(AVE, Average Variance Extracted)으로 살펴본 결과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측정치는 <Table 3>과 같으며, AVE는 그 잠재변수와 다른 잠재변수 사이의 상관제곱보다 높아 판별타당도를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ornell and Larcker, 1981).
셋째, 구조모형의 적합도를 분석한 결과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합도 지수를 확인한 결과 SRMR .034, RMSEA .050, CFI .953, TLI .943으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Hu and Bentler, 1999; Browne and Cudeck, 1992). 이를 정리하면 <Table 4>와 같다.
2. 전통적 성역할 태도와 일-가정 갈등구조 관계
전통적 성역할 태도와 일-가정 갈등의 구조적 관계는 <Table 5>와 같이 나타났다. 이로 부터 연구모형의 구조적 관계에서 직접효과를 알 수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 성역할은 일-가정 갈등에 직접적으로 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전통적 성역할은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과 양육방식 포용성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모두 부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은 일-가정 갈등에 직접적으로 부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양육방식 포용성은 일-가정 갈등에 직접적으로 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3.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과 양육 방식 포용성의 다중 매개효과
전통적 성역할 태도와 일-가정 갈등의 구조적 관계는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과 양육 방식 포용성의 다중 매개효과가 <Table 6>과 같이 나타났다. 이로부터 연구모형의 구조적 관계에서 다중 매개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중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법을 활용하였다.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 성역할 태도와 일-가정 갈등의 구조적 관계는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은 정적으로 유의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전통적 성역할 태도와 일-가정 갈등의 구조적 관계는 양육방식 포용성 인식은 부적으로 유의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Ⅳ. 결 론
본 연구는 2022년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의 다국가 데이터를 활용하여, 전통적 성역할 태도, 가사분담 공정성 인식, 양육 방식의 포용성, 그리고 일–가정 갈등 간의 구조적 관계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한 연구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전통적 성역할 태도가 가사 분담 공정성 인식에 유의미한 부적 영향을 주었다. 이는 전통적 성역할 태도가 강할수록 개인이 지각하는 가사 분담의 공정성이 낮아짐을 의미한다. 비록 해당 효과의 크기는 중간 이하 수준이었으나, 그 이론적 함의와 실천적 의미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부적 관계의 핵심 메커니즘은 전통적 성역할 기대와 현대의 맞벌이 가족 현실 간에 존재하는 ‘구조적 모순’에서 살표 볼 수 있다. Greenstein(2009)이 제시한 ‘성별 이데올로기 가설(gender ideology hypothesis)’에 따르면, 가사 분담의 공정성 인식은 실제 노동 분배뿐만 아니라 개인이 내면화한 성역할 기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통적 성역할 태도를 지닌 개인은 가사 노동이 주로 여성의 책임이며, 남성의 주요 역할은 경제적 부양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기대가 현실과 심각한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Lachance-Grzela and Bouchard(2010)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 역시 전일제로 근무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가사 노동의 약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평등한 가사 분담은 성별 역할 태도에 따라 상이한 심리적 영향을 초래한다. Braun et al.(2008)의 연구는 이러한 역할 기대의 불일치가 전통적 관념을 지닌 직업 여성에게 특히 강한 가사 분담 불공정감을 유발함을 입증하였다. 또한 Ciciolla and Luthar(2019)는 전통적 관념을 지닌 남성이 자신의 가사 기여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는데, 이는 이들이 가시적이고 계량화하기 쉬운 노동만을 고려하고 배우자가 수행하는 비가시적 노동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둘째, 본 연구는 전통적 성역할 태도가 양육 포용성에 극히 강한 부적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결과는 양육 영역의 성별화 정도가 가사 노동보다 훨씬 심각하며, 전통적 성별 관념이 양육 실천을 제약하는 힘이 매우 강력함을 시사한다. 최근의 실증 연구 역시 전통적 성역할 관념이 아버지의 양육 참여를 제한하고, 어머니를 ‘주요 양육자’로 규정하는 역할 기대를 강화함으로써 협력적이고 평등한 양육 방식의 실질적 구현을 저해함을 재확인하고 있다(Wang et al., 2023). 따라서 포용적 양육 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이 내면화한 전통적 성별 역할 규범을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인 선행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전통적 성역할 태도는 일–가정 갈등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 성역할 태도가 강할수록 개인이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일–가정 갈등 수준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일부 초기 연구에서는 전통적 역할 분업이 역할 모호성을 감소시켜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최신 연구들은 맞벌이 가정이 보편화된 사회적 맥락에서 경직된 성별 역할 분업이 오히려 시간 압박과 심리적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을 보여준다(Allen et al., 2015). 구체적으로, 개인이 직업 역할과 가족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상황에서 가족 내부의 책임 분담이 여전히 강하게 성별화되어 있을 경우, 역할 기대 간의 조정 불가능성이 현저히 증가하게 된다(Greenhaus et al., 1985). 특히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맥락에서는 전통적 성별 역할 태도가 더 이상 ‘갈등 완충 장치’로 기능하지 못하며, 오히려 구조적 스트레스의 원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가사 분담 공정성 인식은 일–가정 갈등에 유의미한 부적 영향을 미쳤으며, 즉 공정성 인식이 높을수록 일–가정 갈등 수준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자원보존이론(Conservation of Resources Theory)과 높은 일치성을 보인다. Bernhardt and Recksiedler(2022)는 개인이 가족 내 노동 분배를 공정하다고 인식할 경우, 실제 부담이 크더라도 심리적 스트레스와 소진감이 유의미하게 감소함을 지적하였다. 공정성 인식은 정서적 지지감과 관계 만족도를 강화함으로써 개인에게 중요한 심리적 자원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역할 갈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다섯째, 양육 포용성은 일–가정 갈등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즉 양육 포용성이 높을수록 개인이 지각하는 일–가정 갈등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반직관적 결과’는 최근 연구들에서도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Adams(2024)는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 양육은 아버지의 투입 증가로 이어지지만, 어머니의 책임이 이에 상응하여 감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가족 전체의 시간 요구가 오히려 증가한다고 지적하였다. 다시 말해, 양육 포용성은 실제로 ‘부담의 재분배’라기보다는 ‘높은 기준의 공동 투입’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높은 수준의 포용적 양육은 더 큰 정서적 투입과 양육의 집약화(intensive parenting)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근무 시간과 회복 자원을 추가로 압박하여 일–가정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Milkie et al., 2023). 따라서 본 경로는 양육 포용성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실적 구조 제약 하에서 나타나는 ‘비용 효과(cost effect)’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본 연구는 전통적 성역할 태도와 일–가정 갈등 간의 매개 경로 역시 검증하였다. 먼저, 전통적 성역할 태도는 가사 분담 공정성 인식을 매개로 하여 일–가정 갈등에 유의미한 정적 간접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통적 성역할 태도가 가사 분담에 대한 공정성 인식을 약화시킴으로써 일–가정 갈등을 심화시킴을 의미한다. 이 경로는 전형적인 ‘인지–평가’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즉, 전통적 성별 관념은 개인이 비대칭적인 가족 내 분업을 합리적이거나 수용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그 결과 가족 역할 부담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며 이러한 부정적 경험이 일–가정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발견은 성별 이데올로기와 가족 공정성 인식 간의 관계를 다룬 최근 연구들과 높은 일관성을 보이는데, 성별 태도는 행동적 분업 자체뿐만 아니라 그 분업을 개인이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는지에까지 깊이 관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uppanner et al., 2021). 반면, 전통적 성역할 태도는 양육 포용성을 매개로 하여 일–가정 갈등에 유의미한 부적 간접 효과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전통적 성역할 태도는 양육 포용성을 낮추며, 본 연구에서는 낮은 양육 포용성이 더 낮은 일–가정 갈등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 결과는 낮은 양육 포용성이 가족이나 개인에게 바람직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조적 완충 효과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 성역할 틀 하에서는 양육 책임이 특정 역할에 명확히 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배치는 성평등과 가족 관계의 질 측면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지만, 단기적으로는 역할 협상, 정서적 조율, 시간 재분배에 대한 요구를 감소시켜 개인이 지각하는 일–가정 갈등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일부 ‘전통적’ 가족 배치가 역할 중첩을 줄임으로써 단기적으로 갈등을 완화할 수 있으나, 그 대가로 장기적 불평등과 잠재적 관계 위험을 수반한다는 Dinh et al.(2017)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실무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정책 차원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단순히 제고하는 것만으로는 일–가정 갈등을 효과적으로 완화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가정 내 성역할 태도의 동시적 전환이 핵심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가족친화 정책을 설계함에 있어 모성 중심의 지원에 국한되지 말고, 부성휴가, 부모 공동 육아휴직, 성중립적 돌봄 정책 등을 통해 육아와 가사 책임의 성별화된 귀속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조직 및 고용주 차원에서 본 연구는 일–가정 갈등이 단순히 업무량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 내 자원의 배분 방식과 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평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조직이 유연근무제, 원격근무, 가족친화적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이러한 제도들이 서로 다른 가족 구조와 성별 역할 맥락 속에서 상이한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특히 전통적 성역할 태도가 여전히 지배적인 환경에서는, 유연한 근무 방식이 오히려 여성에게 부과되는 잠재적 가사 및 돌봄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셋째, 가정 및 개인 차원에서 본 연구 결과는 주관적 공정성 인식이 일–가정 갈등을 완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함을 강조한다. 단기간 내에 완전한 가사 분담의 대등성을 달성하기 어렵더라도, 가족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노동 투입을 보다 투명하게 공유하며, 가시화되지 않은 돌봄 및 정서 노동을 인정하는 노력은 개인의 공정성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일–가정 갈등을 완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향후 연구에서는 성별 역할 태도, 가정 내 분업 인식, 그리고 일–가정 갈등 간의 인과적 순서를 보다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종단 연구 또는 추적 설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횡단면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변수 간 구조적 관계의 존재를 검증할 수는 있었으나, 역인과 가능성이나 시간에 따른 동태적 조정 효과를 완전히 배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 양육 포용성과 일–가정 갈등 간에 나타난 이른바 ‘비정상적 정적 관계’를 고려할 때, 향후 연구에서는 양육 포용성의 하위 유형과 실천 강도를 보다 세분화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태도 차원의 포용성과 행동 차원의 실제 양육 참여를 구분함으로써, 양육 포용성이 수반하는 잠재적 비용과 편익을 보다 정교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후속 연구에서는 다중 주체 자료 또는 부부·파트너 짝지음 표본 설계(예: 부부 또는 동거 파트너의 대응 자료)를 활용하여, 가정 구성원 양측의 성별 역할 태도와 공정성 인식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일 응답자 관점에 의존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추론의 한계를 완화하고, 가정 내 상호작용이 개인 수준을 넘어 일–가정 영역의 갈등 경험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5학년도 국립부경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 지원비(PhiNX 보호학문 차세대육성)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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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xml/49226/KSFME_2026_v38n2_304_f00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