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만화의 교육적 기능과 한계 :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을 중심으로
Abstract
In this study, the educational value of this book, “History of Japan” from the series “Faraway Nations and Neighboring Nations” of Lee Won-bok was examined and also the educational meaning of cartoon expression examined. The results of this study are as follows. First, the contents of Japanese history of this book seem not to be very different from the contents of the literary texts and the textbooks on the subject of Japanese history. Second, this book is worthy of learning materials. Third, the cartoon form of this book is very monotonous to pursue the purpose of providing information. Fourth, the sound field in this book also reveals a simple structure. Fifth, in this book, rather than portraying the factual characteristics of individual figures as they are, the characters set several characters and select the appropriate caricatures. It simplifies the picture to give a sense of security and familiarity, but there is a limit to conveying inner feelings. Sixth, this book has no storyline for epic comics whose conflict structures and secrets are revealed. In conclusion, if general comics is an art genre that simultaneously pursues intrinsic value and fun, this book needs to make some changes in the way of expression in order to improve the delivery of the contents.
Keywords:
History education, Comics, Comics for learning, “Faraway nations, Neighboring nations”Ⅰ. 서 론
교통과 정보통신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현대 사회는‘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정치와 경제도 세계 안의 여러 국가들 간에 벌어지는 갈등과 협력의 관계 속에서 부침을 거듭한다.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과 아메리카로 확산 중에 있는 ‘한류’ 열풍 또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리는 징표의 하나로 보인다.
이렇게 세계가 실시간으로 사람과 물자, 정보와 화폐가 급속도로 이동하는 하나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세계 여러 국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학생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필수적인 일로 보인다. 특히 한 국가의 모습은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축적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현재 교육과정(2015.9)에는 고등학교의 선택 과목으로 ‘세계사’와 ‘동아시아사’가 들어 있다. 특히 동아시아사는 “이 지역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지역의 공동 발전과 평화를 추구하는 안목과 자세를 기르기 위한 과목(2015.9. 고등학교 동아시아사 교과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 ‘동아시아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지 않고, 수능에서도 다른 사회탐구 과목에 비하여 ‘동아시아사’를 선택하여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적다는 점은, 한국, 일본, 중국 등의 국가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긴장과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통하여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룩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비추어 볼 때 아쉬움이 없지 않다.
교양만화가 이원복은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먼나라 이웃나라’ 편을 확장하여 2000년대에 ‘한국’, ‘중국’, ‘일본’ 편을 집필한 바 있다. 이들 만화가 고등학교 학생을 주요 독자로 하여 집필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로 보인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 일반인들에게도 교양서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만화는 문자 언어와 시각 언어를 결합하여 어렵고 딱딱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달한다는 이점이 있어 학습자료로 활용된다. 학생이나 일반인이 전문 용어로 집필한 두텁고 어려운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서를 읽는데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는 점에서, 이들 역사를 역사만화로 풀어 제시한 것은 교양교육의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만화의 교육적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Lee and Lim, 2009; Park, 2009)가 있으며, 이 연구들에서는 학습만화의 효과적인 표현형식과 유용성을 성공한 학습만화를 사례를 예시를 들어 나타냈다. 또한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활용 방안 연구(Jang, 2008)와 더불어, 교육적 효과에 대한 문제 제기(Choi and Park, 2012) 등의 연구도 있다. 이원복의 만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Kim, 2013)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Baek(2011)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성공요소를 작가의 뛰어난 역량과 만화를 통한 연출의 단순화로 분석함과 동시에, 작가의 선입견과 많은 학습내용 및 재미요소의 부재를 한계점으로 꼽았다.
이 연구에서는 이원복의 만화 중에서 ‘일본의 역사’편을 대상으로 만화 속의 내용이 갖는 지식교육의 의미를 살펴보고, 만화적인 표현이 갖는 교육방법적인 의미를 탐구하려고 한다.
만화가 갖는 교육력은 내용과 전달 방식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이원복의 만화가 일본의 역사를 사실대로 전달하고 있는가와 나아가 역사교육의 궁극적 목적인 역사적 안목의 형성으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 점을 밝히기 위하여 일본 역사에 대한 입문서와 전문서를 선택하여 만화의 내용과 비교하며, 고등학교 동아시아사 교과의 성격, 목적, 성취기준을 준거로 역사적 안목 형성과의 관계를 살펴보려고 한다.
또한 만화는 총 지면 수, 장의 구성, 지면의 구성, 지문과 말풍선, 효과 소리, 캐릭터의 묘사와 행위, 배경 장면 등의 여러 표현 수단을 통하여 의미를 전달한다. 이원복의 만화는 재미보다는 지식과 정보 전달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표현 수단이 비교적 단조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기서는 이원복의 만화에서 드러난 여러 표현 수단들의 특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원복의 만화 내용이 아무리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고 하더라도 표현 수단이 적절하지 않으면 학습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Ⅱ. 역사 만화의 사실성 표현 수단
1. 역사 만화 내용의 사실성과 교육적 가치
만화가 이원복은 히스토리텔러(historyteller)로 불린다. 히스토리텔러는 역사 history 와 이야기꾼 storyteller 을 합친 말로서, 역사를 들려주는 만화가라는 뜻이다(Lee and Park, 2011). 이원복은 스스로 자신의 만화를 역사만화라고 부르며, 자신이 그린 역사만화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역사만화는 우선 재미있고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가장 주요한 키워드입니다. 역사에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너무 방대하니까 다루기가 힘들어. 특히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게 큰 문제인데 그런 문제가 오히려 흥미롭기도 하지. 역사는 팩트이자 해석놀이이니까.”(Lee and Park, 2011).
“역사의 정사가 마라톤이라면 통사는 산책입니다. 내가 그린 역사만화는 역사에 대한 산책이며 해석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역사의 편린들을 여유롭게 들여다보면서 정사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인간의 냄새를 맡는거지. 역사는 인간의 것이지...역사는 차가울지 모르지만 내 만화는 살내나는 인간 기록의 뒤안길이기 바랍니다”(Lee and Park, 2011).
이원복은 자신의 만화를 역사만화로 규정하고,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되 자신의 해석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러 다른 만화에서 이원복이 역사적 사실의 서술에서 오류가 범했으며, 특정한 관점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잘못을 범했다(Lee and Park, 2011)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 편에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오류를 범했으며, 서구중심주의 사관에 경도되고, 이분법적 구도로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단순화시켜 제시하는 잘못을 저질렀다(Kim, 2013)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원복의 ‘일본 역사’ 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는 없는지, 해석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없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여기서는 김희영의 ‘이야기 일본사’와 구태훈의 일본사(고대·중세, 근세, 근대) 등과 비교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또한 역사교육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알게 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Kang(2017)은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역사가의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 역사 학습이 역사 지식의 기억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역사 지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 지식을 활용하여, 또 필요에 따라 과거인이 남긴 글을 읽고 역사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그것을 해결하려는 태도와 능력도 필요하다(Kang, 2017).
물론 이원복의 만화를 교육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원복은 자신의 만화를 문학적 서사만화와 구별하여 ‘교양만화’라고 규정(Lee and Park, 2011)하며, 교양만화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내 만화는 사회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꼭 필요한데 가르치는 사람이 없었거나, 어렵게 가르쳤거나...그랬던 거지(Lee and Park, 2011).
이와 같은 점에서 이원복의 만화는 단순히 역사 지식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목적으로 역사적 지식을 습득시키고 안목을 갖게 하는데 목표를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이원복의 만화가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동아시아사’ 교과의 성격, 목적, 성취기준 등의 측면에 비추어 어떤 의의를 갖는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2. 만화의 표현 수단
학습만화는 오락적 재미나 예술적 성취를 이루기 위한 만화와 달리, 독자에게 학습할 정보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에(Park, 2009), 표현 수단이 비교적 단순할 수 있다. 특히 이원복의 만화는 표현 수단이 매우 단조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 수단의 한계는 정보를 전달하고 정보 속에 내재된 의미를 전달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세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만화 구성의 형태 영역이다. 판형과 지질, 총 면수, 장들의 구성이다. 또한 칸의 모양과 크기, 칸과 단의 구성, 단면과 양면의 구성 등은 작가의 의도를 독자에게 전달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총 면수가 많으면 독자가 읽는데 적지 않은 부담을 주며, 더욱이 면마다 많은 칸들이 빽빽이 들어 있다면 끝까지 읽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모양과 크기가 같은 칸들이 계속된다면 안정성은 있지만, 캐릭터의 내면이나 행동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 만화의 소리 영역이다. 만화의 칸은 대체로 지문, 말풍선, 효과 소리 등으로 구성된다. 지문은 만화의 전체 스토리를 제시하거나 등장인물의 생각, 행위의 배경, 사건의 배경 등을 설명하며, 지문의 양이나 질은 스토리의 파악이나 재미의 정도를 결정한다. 말풍선은 등장인물들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발화를 담는 그릇으로, 그 내용과 함께 모양과 크기가 의미의 전달에 영향을 준다. 효과 소리는 등장인물의 행위를 생동감있게 전달하기 위하여 내는 ‘딱’ ‘댕그렁’ 등의 의성어와 ‘질질’, ‘스억’ 등의 의태어 등으로 표현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힘없이’ ‘용기를 내어’ 등과 같이 등장인물의 숨은 의도나 특정한 행위를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주목의 대상이 된다.
셋째, 만화의 그림 영역이다. 그림은 배경, 인물, 사건 그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예술 만화가 아니라면, 배경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기보다는 전체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들어간다. 인물 그림은 크기, 표정, 자세, 행동 등을 표현한다. 작가가 인물을 어떻게 묘사하는가는 만화의 내용 파악과 기억에 큰 영향을 주므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넷째, 등장인물의 영역이다. 문학적인 서사만화는 대개 주인공을 중심으로 갈등과 해소 등을 반복하며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독자들은 이러한 긴장과 이완의 플롯에서 재미를 느낀다. 역사만화 또한 이러한 플롯으로 구성할 수 있지만, 이원복의 만화는 역사 사실의 전달에 충실하여, 갈등 해소나 비밀을 풀어가는 플롯을 설정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설정과 역할 그리고 간간히 자신이 화자로 등장하는 이유를 살필 필요가 있다.
Ⅲ. ‘일본 역사 편’의 교육적 의미
이원복의 만화 ‘일본 역사편’에 나오는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얼마나 부합되는가? 또한 작가의 독자적인 해석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얼마나 교육적 가치를 지니는 지를 여기서 검토하려고 한다.
이원복의 만화 일본편은 ‘일본·일본인’ 편과 ‘역사’ 편의 두 권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검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역사편이지만, 일본편의 집필과정에서 어떤 준비와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일본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그 곳에서 살아보진 못했지만, 나름 관찰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풀어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준비한 게 햇수로 12년 걸리더라고, 일본에 40번 넘게 다녀왔지...일본을 말하는 것이 어쩌면 위험하고 만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가장 부담스러웠던 점은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였어요. 양국의 관계를 어떻게 기술하느냐가 최대 고민이었죠. 어쨌든 우리에겐 민감한 사안이니까(Lee and Park, 2011).
이원복의 만화 일본 역사편에 서술된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하여 두 종류의 역사책에 서술된 내용과 비교하였다. 먼저 김희영이 엮은 ‘이야기 일본사’는 개정판이 거의 매년 인쇄를 거듭할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일본의 전 역사를 간추리고 알기 쉽게 풀어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구태훈은 성균관대 교수로서 일본의 역사를 전공한 학자이다. 그는 일본의 고대·중세사, 근세사, 근대사를 비롯하여 10여권 이상의 일본의 역사서를 집필한 저자이다.
이원복의 만화 일본 역사편은 큰 줄거리를 중심으로 간편하게 엮은 김희영의 역사서와 유사하며, 구태훈의 저작에 비추어 볼 때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들이 보는 일부 역사 교양물들이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에피소드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원복의 만화는 역사의 흐름을 담담하게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역사를 통하여 알아야 할 주요 제도들을 개념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역사에서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에 얽힌 야사와 같은 떠도는 이야기들은 과감하게 줄이고, 일본의 봉건 제도와 이원 정치 제도 등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만화는 본질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과장하거나 축소하기도 하고, 아예 생략하거나 특징을 왜곡하기도 한다(Cho and Lee, 2006).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역사서가 아니라 역사만화라는 점에서 일본의 역사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근거를 가진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또한 지면의 제한과 읽는 재미를 위하여 고의적인 왜곡은 아니더라도 어떤 사건의 복합적 인과 관계를 깊이 있게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학자들이 집필한 전문적인 수준의 연구 보고서가 아니라,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 역사책도 이러한 한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만화 작가를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Choi et al.(2015)의 말처럼 “역사가 과거에 대한 객관적인 진리가 아니라 현존하는 자료에 근거한 역사가의 상상력의 소산”이라면, 역사만화 역시 작가가 지금까지 밝혀진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면 되지, 고의적인 왜곡이 아니라면, 제한된 지면의 한계와 독자의 읽는 재미를 위하여, 역사적 사실 중에서 일부를 취사선택하고 간결하게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수용할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원복은 스스로도 역사서와 역사만화의 차이점을 아래와 같이 구분하고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역사를 이해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내용이 더 깊어지면 그건 교양만화가 아니라 역사서가 되겠죠. 만화의 기본은 재미있어야 하고, 교양만화의 기본은 재미있게 역사의 지식을 얻는 겁니다. 깊이를 원하면 제대로 된 역사서를 읽으세요(Lee and Park, 2011).
하지만 그는 역사만화가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점은 거듭 강조한다.
사실 만화 작업을 하면서 최대한 객관적 사실만으로 구성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자료가 많지 않거나 논란거리가 존재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여러 개의 입장을 정리해서 공통 부분을 취하려고 노력해요. 정말 조심스럽지. 주관적인 견해를 넣고 싶을 때는 확실한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작업을 합니다.(Lee and Park, 2011).
또한, 이원복 만화의 교육적 가치는 고등학교 선택 과목인 ‘동아시아사’ 과목의 성격 및 목표, 내용 체계, 성취기준 등에 비추어 검토할 수 있다. 먼저 ‘동아시아사’ 과목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는 아래와 같다.
- 조몬 문화
- 야마타이 국
- 야마토 정권, 다이카 개신, 나라 시대, 헤이안 시대, 다이호 율령, 신사, 무사
- 에도 막부, 통신사, 류큐의 중계 무역
- 조카마치, 우키요예, 가부키
- 미일 조약 등 각종 조약, 메이지 유신, 제국주의, 전쟁
- 신헌법(평화헌법)
- 센카쿠(다오위 다오), 북방 도서, 일본의 식민 지배 미화,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일본군 ‘위안부’, 고노담화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상기한 내용의 대부분을 반영하고 있으며, 또한 시대 순으로 흐름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사’ 과목의 범위와 일치한다.
‘동아시아사’ 과목은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통해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이해와 분석 능력을 키워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 나가는 데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2015 개정 교육과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하여 역사 사실의 이해, 역사 자료 분석과 해석 능력, 역사 정보 활용과 의사소통 능력, 역사적 판단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 정체성과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한다(2015 국가교육과정 동아시아사의 성격과 목표).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학습자료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사’를 통하여 도달해야 할 교육목표는 교사와 학생간의 상호 작용인 수업을 통해서 달성된다. 학습자료는 이러한 목표 도달을 돕는 한 가지 수단에 해당한다. 즉, 학습자료에 역사 사실을 충실히 담을 수 있지만, 자료 분석과 해석 능력, 정보 활용과 의사소통, 역사적 판단과 문제해결 능력, 정체성과 상호 존중하는 태도는 교수-학습의 과정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 학습자료는 역사 사실을 충실히 서술하고, 그 외의 다른 역량들을 기르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역사 자료 분석과 해석 능력을 길러주는 데 한계가 있지만, 역사 정보 활용과 소통, 역사적 판단 능력, 정체성과 상호 존중하는 태도‘등을 기르는 데는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율령제도와 장원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서술은 역사 교육에서 단지 역사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의 주요 개념과 일반화를 이해하는 기반이 되어, 역사 정보 활용과 판단력을 길러주고,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우리 정체성의 문제와 상호 존중하는 태도의 싹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
Choi et al.(2015)는 역사 교육에서 학습해야 할 내용을 역사 사실, 역사 속에서의 주요 개념, 역사 속의 일반화로 구분하여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역사 사실이란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연대, 사건 등 비교적 단순한 사실을 의미한다. 둘째, 역사 속의 주요 개념은 인류 역사에 관련된 다양한 사실의 공통 속성을 모운 것으로, 개별적인 역사 사실을 모두 알지 못하더라도 유사한 역사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해 준다(Choi et al., 2015). 셋째, 역사의 일반화는 역사 사실들을 관찰하여 추출한 보편적인 서술로, 여러 역사 사실들 간의 관계, 사실과 개념의 관계, 개념과 개념의 관계를 보편화하여 일종의 법칙과 유사하게 서술한 것이다(Choi et al., 2015).
동아시아사 과목의 ‘동아시아의 성립과 변화’의 장에서는 조공과 책봉제도, 율령제도 등의 개념과 일반화 수준의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원복 만화의 일본 역사 편 곳곳에서 이러한 개념적 이해와 일반화의 기반을 제공하여 역사적 판단력과 정보 활용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Ⅳ. 표현의 방식과 한계
보통 만화는 스토리의 긴박감과 느슨함을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칸 나누기 기법을 사용하며, 캐릭터들도 사실적인 그림체로 묘사된다. 이원복 만화는 단조롭고 밋밋해 때론 지루하게 느껴진다. 바로 칸 나누기의 단순함과 캐릭터의 약화 때문이다(Lee and Park, 2011).
이러한 지적에 대하여 이원복은 “교양만화는 그림보다 콘텐츠의 질이 중요하며, 그림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이라고 항변한다(Lee and Park, 2011).
실지로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지문만 모으면 하나의 역사책이 되고, 대개 그림은 지문의 내용을 보충하여 설명하는 보조 수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사만화와 역사책은 달라야 한다. 이원복 스스로도 “만화의 기본은 재미있어야 하고, 교양만화의 기본은 재미있게 역사의 지식을 얻는 데 있다”(Lee and Park, 2011)고 했다. 하지만 이원복 만화는 재미있는가? 만화 속에 드러난 표현 기법에 주목하고자 한다.
1. 만화 구성의 형태 영역
이 만화는 46 배판이며 고급 모조지를 사용하고 컬러 인쇄로 되어 있다. 총 264쪽이며, 본문은 10쪽에서 시작하여 264쪽으로 마무리되어 255쪽 정도로 볼 수 있다. 만화로서는 판의 크기와 쪽 수를 생각하면 부피가 적지 않다. 책의 속을 들여다보면, 한 면은 4단으로 구성되고, 한 단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3칸으로 되어 있어 거의 대부분 12칸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전체 쪽 수를 곱하면 책 전체는 약 3,000여 칸으로 이루어진다. 한 권으로 구성된 만화책으로는 집필도 쉽지 않지만, 일반 독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갈등 구조와 비밀을 풀어가는 재미를 주는 서사 만화와 달리, 역사 사실의 정보를 제공하고 개념을 설명하는 교양만화라는 점에서, 일본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아니라면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칸은 만화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다양한 것이 보통이다. 스토리의 원활한 전개와 극적인 전달 효과를 누리기 위하여 칸의 모양은 필요에 따라 변형하고 크기를 조절한다. 하지만 이원복의 일본 역사 편에는 한 칸에 그림이나 표가 들어가지 않은 특별한 경우(두 칸을 합쳐서 하나의 칸으로 만듬)를 제외하고는, 모양은 같고 크기가 유사한 칸들로 구성된다. 역사 스토리에 극적인 요소가 적은데다가 같은 모양과 비슷한 크기의 칸들의 연속 배치는 독자에게 지루함을 안긴다.
단은 몇 개의 칸이 칸새라고 불리는 흰 여백으로 구분되어 일렬로 배열된 부분(Hong, 2016)을 말한다. 서사만화는 작품의 흐름에 따라 한 면에서 단의 수, 크기, 길이, 모양 등을 자유롭게 조절한다. 하지만 이원복의 만화는 한 지면이 대개 3칸 4단으로 구성되어, 전체적으로 매우 안정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인물이나 사건의 주요한 특징의 강약을 드러내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칸과 간을 포함하는 큰 하나의 공간을 지면 한 쪽, 불어로 플랑쉬라고 한다(Lee, 2004). 대개 한 지면은 인쇄물의 만화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개 용지에 맞추어 사각형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단조로움을 탈피하기 위하여 보통 칸 사이, 단 사이, 또는 지면의 여백 모양과 크기를 통하여 스토리 전개의 극적인 효과를 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원복의 이 만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각형의 지면에 모양과 크기, 길이 등이 같은 칸과 단, 칸새로 이루어져 있고, 위 아래 양 옆의 여백 또한 같은 모양과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 만화의 구성 형태는 단, 칸, 면, 여백 등의 모든 면이 통일되어 안정감을 주지만, 큰 변화가 없어 독자를 쉽게 지루하게 만든다.
2. 소리 영역 (지문, 말풍선, 효과 소리)
지문은 이야기의 상황이나 배경 설명, 등장인물의 심리나 생각, 표정이나 말투 등을 전달하는 형식(Kim and Oh, 2010)으로, 칸 내부에서 이미지, 말풍선과 연계하여 제시된다(Hong, 2016).
이원복의 이 만화에는 거의 모든 칸에 지문이 들어 있으며, 지문은 역사 사실로 구성되어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를 그림은 아예 건너뛰고 글만 읽어봤는데, 한 권의 역사책을 읽는 듯 했습니다”(Lee and Park, 2011)라는 Park의 말처럼, 이 만화의 지문만으로도 일본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다. 즉, 그림이나 배경 화면은 지문의 역사 사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보조 장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만화의 지문은 구어체로 표현하여 독자에게 친숙하고 생동감을 준다. 예를 들어, 이 책 154쪽 첫째 단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숙제가 하나 있었지’...‘다이묘로 살고 있었는데’...‘눈에 큰 가시가 아닐 수 없었어’ 등의 표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 칸으로 지문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문들이 여러 칸으로 이어지고, ‘숙제’, ‘눈에 가시’ 등과 같은 일상어를 사용하며, ‘있었지’와 ‘없었어’ 등과 같이 구어체로 표현하여 독자와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하였다.
하지만, 인물(아시카가 요시미츠, 미나모토 등), 관직(바쿠후, 간바쿠 등), 지명(간토, 가마쿠라 등), 제도(히토바라이, 다이아개신 등), 사건(호켄의 난, 단노우라 전투 등) 등의 명칭이 일본어의 한글음으로 표기되고(표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율령 국가, 이원 정치 체제, 장원제와 같은 전문 용어들이 등장하고, 책 전체를 꽉 채우는 지문의 방대한 양은 인내심이 강한 독자가 아니고서는 끝가지 읽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복의 만화에도 여느 다른 만화와 마찬가지로 일반 대화나 캐릭터가 설명하는 말에는 말풍선을 사용하고 있다. 말풍선은 대화의 대사나 독백 등 이야기가 전개되는 서사 공간 속에 포함된 말을 담는 그릇이다(Lee, 2004).
이원복의 이 책에서 말풍선 속에 들어가는 대화의 대사는 지문과 쌍을 이루어 스토리를 구성한다. 114쪽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말풍선은 지문의 의미를 그림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무사들의 세력 성장’이라는 지문과 함께 “우리가 시대의 주인이다”, ‘쇼군은 충성스러운 심복들을 지방에 파견하여 무사를 관리했다’는 지문은 “그대를 믿어도 되겠지? 와 이 생명 다 바쳐 충성하오리다” 등의 대사로 지문과 말풍선의 대사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스토리를 전개한다.
3. 그림 영역
이원복의 만화 칸에 배경 화면이 들어간 경우는 거의 없다. “3초 만에 그린 고양이도 3년 동안 그린 고양이도 결국 고양이로 다 알아본다”(Lee and Park, 2011)는 작가 본인의 생각을 반영하듯이, 인물 그림 또한 최대한 단순화시켜 표현하고 있다.
인물은 몇 개의 캐리커쳐를 활용하여 정형화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인물들 간에 차이를 두려고 하지 않았다. 작은 칸에 등장인물이 전신이 들어갈 경우 그림이 매우 작아지고, 풀샷으로 인물을 잡을 경우에도 지문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2/3 정도로 표현하며, 상체만 나오는 인물 그림이 매우 많다.
인물의 감정 표현은 눈썹과 입모양, 몸동작으로 표현하되, 권위있는 표정, 놀란 표정, 두려워하는 표정, 부끄러워하는 표정, 난처한 표정, 화난 표정, 기쁜 표정 등을 눈썹과 입모양 그리고 몸동작으로 드러낸다.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아니라, 인물이 본래 지닌 성격이나 상황에 비추어 몇 개의 정형화된 캐리커쳐로 표현한다. 독자들은 익숙한 그림에 친숙성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물의 내밀한 본심이나 행동의 이면을 그림을 통해서 알기 어렵고, 나아가 칸과 칸 사이의 여백을 메우는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잔인한 장면이나 은밀하게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장면은 흑색으로 표현하여, 자극적인 일부 대중만화와 차별화하고 있다.
또한, 역사만화에 충실성을 기하기 위하여 만화 속에 실제 사진을 편집하여 제시하거나 주요한 특징을 찾아서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등장인물의 관계, 사건의 원인과 결과, 제도의 주요 변화 등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매우 많은 도표와 도식을 제시하고 있다.
4. 등장인물 영역
대부분의 서사만화는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라인과 플롯이 있다(Lee and Park, 2011). 이원복의 이 책은 역사만화이기 때문에 서사만화와 달리 특정한 주인공과 배경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새로운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구조를 지닌다. 이 만화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사실을 기술하는 통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특정한 시점을 절단하여 특정 인물과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한 것은 아니므로, 등장인물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별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그림 묘사가 한결 같아서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측면이 있으며, 특정 인물이나 특정 국가를 표현할 때 스테레오 타입이 가득한 캐릭터를 그려 넣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과도한 스테레오 타입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이 책에는 자신의 초기 저작인 유럽편에 비하여 본인이 등장하는 부분이 매우 적다. 이원복이 만화에서 자신이 화자로 등장하는 이유를 만화적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창작자로서의 그 내용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말하였다(Lee and Park, 2011)
여하튼 이 책은 일본 역사 사실을 제시하고 간간히 역사적 주요 개념을 쉽게 풀어서 제시하려는 의도로 강하여, 만화가 주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Ⅴ. 결 론
이 논문에서는 이원복의 교양만화 중에서 일본 역사편을 선정하여, 이 책이 가지는 교육적 가치를 살펴보고, 표현 방식을 검토하였다. 표현 방식의 검토는 내용의 교육적 가치를 전달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을 통하여 밝혀진 결과는 아래와 같다.
첫째,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에 실린 내용은 일본 역사를 주제로 한 교양서나 전공서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현재까지의 일본의 역사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역사가 현재까지의 자료에 바탕을 둔 역사가들의 해석을 표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원복의 이 책 역시 일본 역사에 대한 해석의 부분이 들어 있다.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두며, 논란이 있는 부분은 공통부분을 취하려고 한다(Lee and Park, 2011)”는 이원복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이 갖는 생략, 요약, 과장 등의 특성으로 역사 해석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본다.
둘째,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학습자료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일본의 통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동아시아사’의 범위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교과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만한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 사실에 대한 서술을 넘어서서, 역사에서의 주요 개념(율령제, 장원제, 이원정치체제 등)을 알기 쉽게 풀어 제시함으로써, 사실에 대한 기억을 넘어서서 역사를 파악하는 안목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셋째,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의 만화 구성 형태는 매우 단조롭다. 일반적인 서사만화와 달리, 칸, 단, 칸새, 면, 양면, 여백 등에서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재미보다는 정보 제공이라는 목적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단조로움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또한 일본의 통사를 한 권의 만화 책 속에 담아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260쪽의 3,000여칸은 독자들이 읽어내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넷째,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의 소리 영역 역시 단순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거의 모든 칸에 지문이 들어가고, 지문만 읽어도 일본 역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지문의 양이 많고 방대하다. 하지만 지문 내 서술 양식을 구두체로 표현하여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고, 말풍선 속에 들어가는 대사뿐만 아니라 말풍선의 모양과 크기의 변조를 통하여 상황에 맞게 등장인물의 내면과 행동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의성어와 의태어 그리고 동작소리를 포함하는 효과 소리는 ‘와와’ 등을 포함한 의성어를 제외하고는 활용의 빈도가 높지 않다.
다섯째,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그의 다른 만화와 마찬가지로 배경 화면은 거의 무시되고,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구성된다. 그림은 대개 지문의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거나 지문 및 말풍선의 대사 내용과 짝을 이루어 의미를 전달한다. 인물은 개별적 인물의 사실적 특징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몇 개의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캐리커쳐를 선택하여 활용한다. 인물은 눈썹, 입모양, 동작 등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데, 그림을 단순화하여 안정감과 친숙감을 주지만, 독자가 내면의 감정을 읽고, 칸들 사이의 잔상을 통하여 연결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만화에 제시된 많은 도표와 도식은 일본의 역사를 한 눈에 정리하여 이해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여섯째,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갈등 구조와 비밀이 밝혀지는 서사만화가 갖는 스토리라인이 없다. 등장인물 또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잠시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나라별 차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스테레오타입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시대와 상황이 매우 달라졌으므로 과도한 스테레오타입을 설정하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Park(2011)은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여기서는 일본 역사편을 포함하여)는 세 번 이상 읽어야 역사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Lee and Park, 2011)라고 말한 바 있다. 한 국가의 수 천 년에 걸친 역사를 한 권의 책 속에 담았는데, 이를 한번 읽고 전체를 파악하기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이원복의 일본 역사편은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비교적 역사 사실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역사 속의 주요 개념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았다는 점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자료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독자로 하는 역사 교양서로서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만화 구성의 형태가 단조롭고, 소리 영역 역시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갈등 해소와 비밀을 벗겨가는 서사만화와 달리 극적인 요소가 없고, 캐리커쳐 중심의 인물화로 재미를 선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만화가 내용적 가치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예술 장르라고 보면, 이원복의 이 만화는 내용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하여 표현 방식에 다소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육이라는 장면에서 만화에 대한 연구가 청소년 만화의 부정적 영향, 특정 학습만화의 성공 요인 검토, 만화 그리기를 통한 학습효과의 확인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반갑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매우 많이 읽는 만화를 선택하여 그 만화가 지닌 교육적 가치를 살피고 분석하는 연구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 연구가 이러한 연구 방향의 새로운 길을 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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