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영어교육 개선방안 모색 : 덴마크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the English education system of Denmark to draw effective English education policy implications for Korea. For this study, literature reviews were adopted as a research methods. The characteristics of the English education system of Denmark are as follows: first, clear motivation for Danish people to achieve English; second, exposure to English environment frequently and naturally by media; third, effective training system for competent English teachers; forth, evaluation system where knowledge and proficiency measurement is the target. The implications of this study are as follows: motivation of learning English that can be learned through various ways of experience, establishing a step-by-step application method for English immersion education appropriate to the situation of educational field in Korea, changes in the way to train English teachers, and development of communication-oriented evaluation system.
Keywords:
English education, English communication, English education system, DenmarkⅠ. 서 론
세계화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는 2015년 교육부 발표와 함께 기존의 읽기, 쓰기 중심의 영어교육에서 의사소통능력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재편하였다. 듣기ㆍ말하기에 중점을 둔 초ㆍ중학교와, 읽기ㆍ쓰기 학습을 강조한 고등학교 단계의 교육을 통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4가지 영역에 대한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였다(NCIC, 2016). 이에 따라 국내 영어교육은 의사소통능력을 중시하는 실용적 기능을 중심으로 하여 학생과 교사 모두의 의사소통 능력 신장, 학생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다양한 영어 교육과정의 편성 및 운영,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영어 학습의 증대 등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Park, 2017).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말하기ㆍ쓰기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지며, 중등학교 영어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습자들의 의사소통능력 향상과는 동떨어진 문법과 독해 중심의 교수학습과 평가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Park and Chang, 2017). 또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년의 영어 공교육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앞에서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영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영어에 투자한 시간적ㆍ물적 노력만큼 우리나라 국민의 영어실력은 높게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영어교육 관련 사교육비 지출은 2017년 기준 연간 5조 4천억 원으로 세계 최고였다(The Ministry of Education, 2018). 그러나 국제영어능력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발표한 2017년 전 세계 토플성적 통계결과 120점 만점에 83점으로 169개국 중 82위였으며, 말하기 점수는 125위에 불과했다. 그 외에도 2017년 영국 캠브리지대와 영국문화원이 주관하는 IELTS의 결과에서 한국은 40개국 중 19위를, 2018년 IMD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언어능력 순위는 63개국 중 33위를, 2018년 EF영어유창성지수(English Proficiency Index: EPI) 결과에서 비영어권 국가 88개국 중31위를 차지하였다(EF EPI, 2018).
영어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영어 교과서 및 교재가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상당부분 개선되었고, 원어민 교사, 영어전담교사 등 교실수업의 방식이 어느 정도 변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평가라는 입시와 관련된 고(高)부담 시험으로 인해 현장의 영어교육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글’중심의 교육으로 흘러가고 있다. 즉, 초등학교 때 놀이 중심ㆍ의사소통 중심의 학습과 과정중심평가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중ㆍ고등학교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흥미나 능력을 고려한 실용적 기능의 영어 학습 보다는 문법적 정확성이나 기능성이 더 강조된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과 정량적 평가가 더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며, 우리나라는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이다(Kim, 2017).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비영어권 국가들 중 2017년 EF영어유창성지수 1위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유럽 4개국(1위 스웨덴, 2위 네델란드, 4위 노르웨이, 5위 덴마크)과 아시아의 싱가포르(3위)이다. 공교육 차원에서 이러한 국가들의 영어교육 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이들과 우리나라의 영어능력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Jeon, 2005). 특히 덴마크는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법, 번역, 입시위주의 영어교육으로 인해 만연했던 문제들을 의사소통 중심으로 개혁을 이루어, 현재 영어 구사능력 뿐만 아니라 세계 영어 성취평가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문헌 및 자료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영어교육 정책의 변화과정과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에서 영어교육 개혁에 성공한 덴마크의 영어교육 정책을 비교·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영어교육과정 구성 및 영어 의사소통능력 신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를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1. 한국과 덴마크의 영어교육 변화과정과 주요 영어정책 현황은 어떠한가?
2. 한국과 덴마크 영어교육의 특징은 어떠한가?
Ⅱ. 한국과 덴마크의 영어교육 변화과정 및 현황
1. 한국의 영어교육 제도의 변화과정 및 주요 영어교육정책
한국 최초의 근대식 영어 교육기관은 1883년에 설립된 ‘동문학’이었으며, 1886년에 설립된 ‘왕립 육영공원’에서는 교이영문영어(敎以英文英語) 즉, ‘영어몰입교육’이 실시되었다. 이 시기의 원어민에 의한 직접교수법(영어몰입교육)의 효과성은 다수의 문헌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사람들의 월등한 영어구사능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식민지하에서 이루어진 일본어 공용화 정책 및 교육제도 개편으로 인해 문자 중심의 문법, 단어, 독해에 치중한 영어교육이 이루어졌으며, 우리나라 학생들의 어학 능력은 빠르게 퇴보해 갔다. 그러한 영어 교육법은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영어교육 목표에 따라 교육과정이 변화되고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교육 방식의 큰 틀은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EBS, 2014).
한국은 1981년 제4차 교육과정 개편부터 ‘살아있는 생활영어 구사력 증진’을 강조하였고, 1991년의 UN가입과 1996년 OECD가입을 통해 글로벌 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세계화 교육, 국제 이해교육,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최근까지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능력과 과업중심의 영어교육을 목표로 재개편되어왔다. 그러나 공교육뿐만 아니라 사교육에서까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영어교육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여전히 입시를 대비한 번역식, 문제풀이식 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인의 ‘벙어리 영어’를 고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Park and Chang, 2017).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영어교육 정책에는 1997년부터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영어 의무교육 실시, 1995년을 시작으로 2008년에 본격적으로 그 수가 증가한 원어민 영어교사제(English Program in Korea: EPIK), 2009년 9월부터 도입된 영어회화 전문 강사 제도, 2009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2011년 전국 자율실시로 확대 된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인증제, 대학수학능력평가 영어시험의 대체를 계획으로 논의되다가 2014년에 해체된 국가영어능력평가(NEAT), EBS 영어강의 수능연계제도, 수능영어 절대평가제도, 초등 방과 후 영어수업금지 및 폐지, 초등학교 영어수업시간 확대 등이 있다.
원어민 영어교사제는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자질부족 논란, 복무관리의 어려움, 한국인 협력교사의 관련업무 가중 및 갈등 등의 비판적 논의가 제시되고 있으며(Kim, 2018),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는 교사로서 기본 자질에 대한 검증 논란 및 강사의 신분에서 오는 제약으로 인해 영어교수 업 무 진행상의 많은 제약이 따르는 문제점이 있다(Park, 2013).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영어교사 양성 제도인 TEE 인증을 받은 교사 수는 2015년 2월까지 총 1,616명(초등 929명, 중등 687명)에 달한다. 그러나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경험 및 자신감 부족 등으로 인해 학생과의 영어 의사소통 및 평가 반영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Seoul Metropolitan of Education, 2015).
EBS영어강의 수능연계제도는 수능 시험과 EBS교육방송을 연계하여 문항을 출제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낮추고 공교육 강화 및 사교육 억제를 위해 2004년에 도입되었다. 도입 당시 EBS교재 연계율은 30% 안팎이었지만, 2019년의 연계율은 70%에 이르렀다(Kwon, 2018). 그에 따라 많은 고등학교 3학년이 EBS 교재를 교과서화 하여 사용하고 있고, 교재내용을 무조건 암기하는 등 오히려 공교육을 대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4년 교육부는 학생의 영어능력 향상을 위한 영어 공교육 정상화 및 평가의 타당도 확보차원에서 2018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을 발표하였다. 수능 영어시험의 과도한 경쟁으로 학교현장의 무의미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고,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 활성화 및 학생들의 실제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영어교육이 정상화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지만, 선발고사의 성격을 띤 수능의 특성으로 인해 변별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4년 3월에는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2019년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가 이후 중단되었고, 2019년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으로 다시 시행되었다.
2. 덴마크의 영어교육 개혁 및 주요 영어교육 정책
덴마크는 우리나라와 같이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의 비영어권 국가이면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영어교육이 시행되고 있고, 학교 영어교육 외의 사교육은 거의 행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 대부분이 9학년(우리나라의 중학교 3학년) 무렵에는 별 불편 없이 영어를 구사한다(Kim, 2016, Recite). 자국민들끼리의 대화는 물론이고 거리의 간판이나 도로 표지판도 자국어만을 표기하는 등 철저히 영어를 외국어로 취급하지만 수준 높은 영어 교육으로 국제 영어성취도 평가 성적과 영어말하기 실력은 비영어권 국가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영어 의사소통 능력도 뛰어나다. 약 600만 인구의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소득 6만불 수준의 나라로 도약한 것은 뛰어난 언어능력이 토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Lim, 2013).
그러나 과거의 덴마크는 영어에 대한 관심이 많은 국가가 아니었다. 100여년 전만하더라도 문어체 중심, 문법중심의 번역식 영어교육, 입시 위주의 영어교육 등 현재 우리나라에 만연한 교육상의 문제들을 거의 그대로 안고 있었으며, 영어는 독일어와 불어에 밀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으로 천대받기까지 했었다(Kim, 2008). Otto Jespersen(1860~1943)이 지적한 19세기 덴마크 영어교육의 문제점은 글 중심 교육으로 말로서의 영어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라틴어 문법에 영어를 꿰어 맞춘 문법 위주의 교육, 번역 연습 위주의 교육, 기계적 단어 암기에 의존, 작위적인 예문 사용으로 살아있는 영어 습득의 곤란, 입시 위주의 교육 등 현재 한국 영어교육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유사성을 띄었다.
영문법 학자였던 Jespersen은 논문이나 저서를 통해 영어교육 개혁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학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그러한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영어 교과서를 개발하여 직접적인 기여를 하였다(Kim, 2016). 그는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육을 주장하며 수업 현장에서 최대한 모국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목표어 사용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정확한 발음 습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문법 규칙은 학습자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외국어 학습 초기의 문법 교육과 기계적 암기위주의 문법ㆍ번역식 교육 및 무분별한 조기 외국어 교육을 반대하였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일상생활의 표현을 담은 교재 구성을 중요시하였으며, 교사의 역할 및 자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수 재직시절 교사 연수를 통해 당시의 모든 중등 영어 교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1903년 학교법에 의해 덴마크의 현대 외국어 교육이 강화되었으며, 개선된 영어 교사 양성 및 재교육 등을 통해 교사들의 자질이 향상되어 오늘날과 같은 성공적인 영어교육이 수행되게 되었다.
덴마크 학교 영어교육의 목표는 EU에서 결정한 성취수준을 바탕으로 각 학년에 맞게 설정하는데,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교수방법은 교사들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교수자료도 시대를 반영하는 시, 기사, 그림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가 직접 선택한다(Ryu et. al., 2017).
Ⅲ. 한국과 덴마크 영어교육의 특징 비교
1. 교육과정
덴마크는 우리나라처럼 영어가 공용어도 아니고 공교육을 받기 전부터 혹은 공교육과 병행하여 영어를 배우기 위해 사교육에 힘쓰지도 않는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이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구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Lee, 2014). 덴마크에서 영어교육이 성공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들 중 하나는 덴마크 국민들의 영어에 대한 강한 성취동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영어로 듣고 말하는 능력이 큰 자산이라고 생각하는데, 덴마크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워 다른 나라 국민들과 교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Kim, 2016).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 특히 외국어 능력이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신분상승의 사다리로써의 역할을 했다(EBS history Channel, 2014). Kim and Won(2018)의 연구에 따르면 참여자들은 ‘배움의 호기심’, ‘즐거움’, ‘놀이’로 시작했던 영어 학습이 상급 학년, 학교로 올라갈수록 ‘암기과목’과 별다를 것이 없는 시험 과목이 되었으며, 결국 ‘인생의 무기’로서의 가치 때문에 골칫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주치면서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악연’이라고 기술하였다.
초등학생의 58.8%, 중학생의 52.1%, 고등학생의 73.5%가 진학 및 취업을 위해 영어를 공부한다고 응답하였으며(Ministry of Education and Human Resources Development, 2007), 학부모의 73%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 실용영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초등 고학년부터는 내신위주의 영어 학습이 45.7%, 중등학생은 68.2%로 학부모의 자녀 영어교육이 내신영어 위주로 지원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Lee, 2015). 성인의 경우에도 현재 영어학습을 하는 이유 중 66.5%(복수응답)가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라고 응답하였다(Trend monitor, 2018). 이처럼 우리나라는 외국과의 교류 등을 위한 실용적 의미의 영어학습 동기보다는 입시 및 취업과 관련된 개인의 성취와 관련된 활용에 기초한 목적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덴마크가 영어를 잘 하는 나라라고 해도 모든 국민들이 완벽하게 영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영어는 댕글리시(Danish+English=Danglish)라고 불리는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틀린 영어문장을 말하거나 발음이 안 좋을 경우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분위기와는 매우 차이가 있다. 덴마크 영어교육의 목표가 모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쉬운 영어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창하게 비문(非文)을 구사하고, 틀린 문법에도 당당하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토론 발표 수업은 영어권 초등생 수준의 쉽고 간단한 문장들이 유창하게 구사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Park, 2017). 이에 반해 Kim(2017)의 연구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 학생들은 제대로 표현 못하거나 틀리는 것이 부끄럽고, 그로 인해 주눅이 든 자신의 모습에서 완벽하지 않은 영어구사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영어에 대한 부정적 개념을 형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덴마크에서는 7세가 되면 취학 전 학교 과정(børnehaveklasse)으로 1년 동안 0학년이 시작되고, 기본 교육과정(folkeskole)은 1~10학년으로 한국의 초·중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며 10학년은 선택이다(Chung, 2017). 덴마크 초등학교의 영어 최소 권장수업 시간은 주당 2시간에 해당되는 연간 약 60시간인데(Eurydice Brief, 2017), 실제 영어교육은 일주일에 3~4시간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본 교육과정(folkeskole) 1학년 때부터 9학년까지 의무적으로 영어공교육이 실시된다(The 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in Denmark, 2012).
우리나라는 1997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의무교육 실시하였고, 2011년부터 초등학교 3, 4학년은 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5, 6학년은 주 2시간에서 3시간으로 영어수업시간이 늘어났다. 영어전용 교육공간을 위해 초등학교의 영어체험교실과, 중ㆍ고등학교의 영어전용교실, 멀티미디어실, 방과후 영어교육 프로그램 등을 구축하였으며, 그 외에도 EBS영어전용방송, 에듀넷을 통한 영어자율학습 지원, 풍부한 교수-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Lim, 2013). 의무교육 실시시기나 교육시간 및 교육환경에 있어서는 덴마크와 큰 차이가 없지만 실생활에서의 영어활용도나 국제영어성취도평가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투자시간 대비 효율성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교육내용은 초등학교의 경우 주로 놀이, 노래 등 일상생활의 일부로 영어를 이용한 놀이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등 덴마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덴마크에서는 우리나라의 TEE 인증제와 같이 영어시간에 영어를 사용하라는 조항이나 규칙은 없지만, 초ㆍ중등학교 영어수업이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고, 고등학교에서도 50% 이상은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문법 설명 등 꼭 필요할 때만 덴마크어를 사용한다. 다른 교과의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 영어가 포함된 교재를 사용하고 있어 각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사용된다(Lim, 2013).
우리나라의 경우 주당 1시간 이상 회화수업을 시행하고 있는 중ㆍ고등학교의 수는 2015년 기준으로 전체의 63.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대부분 교과서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수학능력평가를 대비한 선별의 수단으로써의 교육이 주가 되어 진행되고 있어 실제로 학교 교육현장에서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은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Kim et. al., 2016).
덴마크의 학생 평가는 지속적으로 실시하는데, 학급 담당 교사는 각 반 학생의 학습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2학년부터 8학년까지는 국가 컴퓨터데이터베이스에 평가 결과를 기록한다. 일반적으로 팀을 짜서 공부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평가를 하는데, 모든 팀원이 함께 과제를 해결해야 과제를 완수했다고 보며, 학생의 실력이나 가치를 진단하기보다는 지식과 숙련도를 측정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Lim, 2013). 학생 평가는 학교 자체적으로 몇 회 실시되며, 덴마크어, 수학, 과학과 함께 영어시험이 주기적으로 실시된다. 덴마크에서 평가란 합격 불합격 여부가 아니라 더 잘하거나 덜 잘한다로 구분되어 각 과목별로 학생의 지식과 숙련도를 측정하는 의미로만 여겨진다(Kim, 2016). 졸업 시험은 folkeskole 9학년에 한 번 치르며, 졸업시험을 통과하면 중등학교(gymnasium)에 진학할 수 있다. 고등학교 영어시험의 경우 의무교육 과정 중 담임교사와 외부 인사에 의해 진학시험에 반영되는 영어 말하기 시험이 두 차례 시행되고 있다(Naked Denmark, 2016).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시ㆍ도 교육청의 객관식 시험 전면폐지 및 과정중심평가의 도입,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으로 평가를 위한 평가는 자제되고 있지만,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여전히 입시를 대비한 서열 중심의 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Kim et. al.(2016)의 연구결과, 말하기와 쓰기의 수행평가 반영 비율은 대체로 학교급 별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는데, 중학교는 1∼3학년 모두 38%를 상회하였고, 고등학교의 경우도 35%가 넘는 비율을 보여, 각 시도교육청에서 권장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Park(2016)의 연구결과를 보면 고등학교의 영어과 말하기 수행평가는 ‘대화문을 이용한 지필 평가(25.81%)’가 영어 프레젠테이션, 문장 외워서 말하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서술형 평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중학교의 경우 31.3%, 고등학교의 경우 25.7%의 비율을 보였으나, 에세이 수준의 평가라기보다는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외워 작성하거나 문법 활용능력을 알아보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2. 의사소통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 체제
영어 학습 환경은 영어를 제2언어로 학습하느냐(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외국어로 학습하느냐(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로 구분한다. ESL환경은 영어가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하거나, 교육, 경제,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환경에 속하며, EFL환경은 영어가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고, 학교수업 이외의 상황에서 영어에 접촉하거나 사용할 경우가 거의 없는 환경을 의미한다(Richards and Schmidt, 2002).
우리나라와 덴마크는 모두 EFL환경에서 영어를 학습하지만, 학교수업 외의 영어 접촉 내용과 방법에 있어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Kaplan and Baladuf, Jr.(1997)은 언어가 학습되는 속도와 기간을 고려할 때 학교수업만으로는 만족스러운 학습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였는데, 덴마크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공중파 TV등 미디어를 통한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영어의 노출도가 높다. 덴마크 국내 TV방송에서 어린이, 아동용 방송의 80~90%와 CNN이나 드라마 등이 더빙이 아닌 영어와 자막으로 방송되어 귀로 듣고 눈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크라센(Krashen, 1982)이 제안한 외국어 습득원리 5가지 가설 중 입력가설의 ‘이해 가능한 입력’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된 것으로, 무조건 듣기만 하는 것보다 의사소통능력 향상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EBS영어전용방송, 에듀넷을 통한 영어자율학습 지원, 풍부한 교수-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미디어 시청각자료를 활용한 영어수업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과정 외 영어노출은 자연스러운 영어전용 방송 등의 환경제공 보다는 대부분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아무리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육을 강조 하더라도 언어수행 과정 없이 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Lim, 2013), 높은 내신영어 학습비중은 실용영어 활용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실제로 연간 5조 4천억의 세계 최고 사교육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국제영어능력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덴마크는 유능한 영어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영어 공교육 활성화를 통해 많은 시간의 영어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덴마크에서 초ㆍ중등학교 과정인 포크스콜레(folkeskole)의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대학(Pædagogseminarium)에서 영어 등 4과목의 전공과목을 이수하고 교사로서의 자질 함양을 위한 1년간의 실습과정을 거쳐야 한다(Ministry of Education in Denmark). 교육대학의 영어 수업은 영어 소설, 시, 드라마 등을 활용하여 영어로 수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방법으로 진행된다(Lim, 2013). 대학 내 교수학습센터에서는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나 교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자료도 저작권 협상을 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각 자료에 대해 어떤 학년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안내하고 있다(Kim and Bae, 2018). 중등학교(gymnasium)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2년 과정의 석사학위를 취득해야 하고, 영어권 국가에서 2년 이상의 체류 및 연수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덴마크의 영어교사들은 모두 유창한 영어구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초ㆍ중등학교 영어수업이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고, 고등학교에서도 대부분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문법 설명 등 꼭 필요할 때만 덴마크어를 사용한다(Kim, 2016).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원은 교육대학의 4년 과정과 4주 이상의 교육실습을 거쳐 양성되며, 중등교원은 사범계 학과의 4년 과정과 4주 이상의 교육실습을 거쳐 양성된다(Wikipedia, 2018). 초등교원은 교대에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가가 정원을 강하게 통제하므로 졸업 후 2-3년이면 대부분이 교사가 될 수 있다(Park, 2017). 중등의 경우 전공과목 50학점이상, 교직과목 22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중등학교 정교사 2급 자격증이 발급되고, 교원 자격을 획득한 자에 한해 임용고사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국·공립학교는 임용고사를 통해서만 임용이 될 수 있는 반면에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각 학교 법인에서 지정한 일련의 채용 절차를 거쳐 임용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미래를 책임질 교사가 실습을 포함하여 4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양성과정동안 교사로서의 전문지식, 실무능력, 소명의식까지 갖추어 합격만 하면 바로 자기 책임 하에 독립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무리이다(Park, 2017).
중ㆍ고등학교의 TEE 인증교사 비율은 중학교가 13.6%, 고등학교가 11.6%로 여전히 낮은 비율에 머물고 있어 향후 각 시도교육청의 관련 정책 추진이 적극적으로 계속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관 주도의 교원교육 외에도 각종 교내·외 학습동아리, 교사학습공동체, 교과연구회, 교실 수업 개선 실천사례 발표대회 등에 참여함으로써, 초·중·고를 합쳐 36.39% 교사들이 자율적인 전문성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Kim et. al.,2016). 이는 영어 수업 관련 교육 활동을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한 학교 단위, 교사 공동체 단위의 노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으로 살펴본 한국과 덴마크의 영어환경 및 영어교육의 특징을 <Table 1>로 정리하였다.
Ⅳ. 시사점 및 결론
본 연구는 흔히 ‘벙어리 영어’라고 비판되는 우리나라 영어교육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덴마크의 영어교육 정책 및 변화과정, 현황, 특징 등을 비교하고, 그 시사점을 탐색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본 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바를 참고하여 의사소통 능력 향상과 관련한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시사점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첫째, 영어 학습의 동기부여 및 영어 의사소통능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해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덴마크의 영어학습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영어로 듣고 말하는 능력이 큰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덴마크 국민들의 강한 성취동기이다. 외국어 습득 동기는 입시, 구직, 승진 등 실용적인 목적으로 언어를 배우는 도구적 동기(instrumental motivation)와 목표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삶에 동화하고자 하는 통합적 동기(integrative motivation)로 구별되는데, 우리나라 학부모의 인식과 실제 현장의 교육은 도구적 동기가 크게 부각되어있다. 덴마크의 경우 도구적 동기와 통합적 동기가 모두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Kim(2017)의 연구에서처럼 영어가 시험이나 승진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된다거나, ‘경쟁력’으로서의 활용이나 주눅 들기 싫은 마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과목’이 되어버린다면 어떤 좋은 정책이 제시된다고 해도 학생들은 영어를 배우는 이유와 목적을 읽어버린 채 점수 받기에 급급할 것이다.
Lim(2013)은 영어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현실적 영어 학습 동기를 뚜렷이 제시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일선의 교사나 학부모들은 영어 의사소통능력의 부족을 무조건 암기나 문법식 교육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영어학습에 대한 현실적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영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쉬운 영어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어 발음이 좋지 않거나 문법이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하며, 가정에서 부모도 짧은 표현으로 자녀의 영어회화 시도에 응대할 수 있도록 학부모 영어교실, 동아리 활동 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여러 가지 제반 환경이 다른 나라들의 사례나 방법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보다는 한국 교육현장의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세기 덴마크는 문어체 중심, 문법중심의 번역식 영어교육, 기계적 단어 암기, 입시 위주의 영어교육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그 시기 우리나라는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도 영어 몰입교육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높였고, 실력도 우수하였지만, 일본어 공용화 정책 및 교육제도 개편으로 인해 실용영어 능력은 퇴화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TEE인증제와 영어회화 전문강사 등 영어몰입교육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몰입교육은 의사소통 그 자체가 아니라 ‘평가’와 관련지어질 때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며, 중ㆍ고등학교로 갈수록 대학수학능력 시험에 초점을 맞춘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영어몰입교육의 실질적 시행에는 어려움이 있다.
Ryu(2007)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몰입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했는데, 우리 영어교육의 문제는 영어 수업에 영어를 100% 사용한 몰입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영어수업에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것은 특히 상위 학교급으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따라서 완전한 몰입교육을 요구하기 보다는 서서히 늘려가야 할 것이다.
셋째, 의사소통능력 향상을 위해 영어교사의 영어구사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영어교사 양성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의 교육과정 및 수업 방식이 의사소통능력 신장이라는 국가 영어교육 목표에 맞게 수정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교과교육학적 지식이 수행지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실습시간이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원대나 사범대는 고등학교까지의 학문적인 능력을 측정하여 학생을 선발하고, 4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양성과정을 거친다(Park, 2017). 여기서 ‘짧은’이란 기준은 교사라는 직업을 전문가로 봤을 때 대학에서 양성되는 다른 전문가 - 의사, 법조인, 한의사 – 의 양성기간과 비교한 것인데, 덴마크의 경우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 후 1-2년의 실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사의 수련의 과정이나 법조인의 사법 연수원 과정처럼 교사의 경우에도 교과 학습적 지식뿐만 아니라 교사로서의 실무능력, 소명의식까지 갖출 수 있도록 최소 1년 정도의 실습 기간을 거치도록 하는 것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영어 사용의 최대화, 한국어 사용의 최소화’라는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평가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평가원에서 제시한 수행평가 기준, 수능영어 절대평가, 고교학점제를 위한 평가방안 등 국가 차원의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초등학교에서 말하기 위주의 과정중심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하더라도 중학교는 문법ㆍ독해 위주로, 고등학교는 수능 위주로 영어 학습목표가 달라지고 있다. 또한 말하기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수행평가도 대화문을 이용한 지필 평가(Park, 2016)나 포트폴리오 형식의 빈칸 채우기(Kim et. al., 2018) 등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시 말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을 모두 갖춘 영어능력 함양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목표이지만, 읽기나 듣기 위주로 평가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교육목표, 교수학습 과정, 평가가 제도적 측면에서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하며, 말하기, 쓰기 활동이나 수행평가와 관련한 공통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영어과 교사들의 협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제반사항을 고려해 볼 때 한 사람의 주도로 영어교육의 개혁을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으며, 지금까지의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는 교육과정이나 제도의 정착과 현장 활용의 어려움이 반복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일선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영어교과 학습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교과수업연구회 등 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자료 개발 활동, 효율적인 평가방안 모색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향식(bottom-up) 방식의 변화가 지속되어야 하며, 교과지식 전달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과목의 실효성 또한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영어를 처음 접하는 어린학생들이 실수하고 틀리더라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발전의 과정임을 내재화 할 수 있는 암묵적 환경조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영어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현장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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