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고전읽기 교육의 교수-학습방법 탐색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the teaching and learning methods of classic readings in university education in order to redefine the status of classical literature as an exploration of life values and to propose a meaningful classical literature reading method. To this end, the study was conducted by conducting in-depth interviews among qualitative research methods with research participants who are teaching in the field of classical reading education. Through these interviews, 14 semantics units, 6 semantics categories, and 3 essential themes were derived, and educational approaches were explored based on the findings. In order to connect modern learners with classical literature, it is necessary to consider students' interests and levels, rather than requiring a one-way acceptance of the meaning of a particular classical work as a reading center. In addition, it is necessary to apply various innovative teaching methods and various online learning tools and e-learning systems that allow students to contextualize the meaning of classical literature in their own lives.
Keywords:
Classical readings, Classics reading education, Teaching and Learning methodⅠ. 서 론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현대사회는 인간에게 편리한 삶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으나, 역으로 황금만능주의 사고를 야기하여 인간 본성을 파괴하고 가치관을 혼란시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스마트 미디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등장과 함께 각 분야에서 무수히 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개인과 집단에게 전파되고 있다. 이처럼 지식의 파도가 몰아치는 격랑의 시대 속에서 대학은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인재 양성, 그리고 대학 교육 수준의 질 저하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의 본질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특히 인문에 대한 사유와 인간 제반 문제에 대해 통찰하는 힘을 함양하기 위해 ‘고전(古典)교육’을 제고해야 한다는 대학의 의식은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을 가져오기도 했다(Professor newspaper, 2006).
구체적으로, 1993년 서울대학교의 ‘동서고전 200선’에서 시작되어 2000년대에 연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민대학교, 경희대학교, 카이스트, 한양대학교, 서강대학교, 전남대학교, 부산대학교 등에서 대학별 권장도서가 지정되면서 대학에서 ‘고전읽기’와 ‘독서교육’을 강조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고전읽기의 중요성과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교과 또는 비교과의 형태로 교육을 하는 등 교육과정에 새롭게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며, 대학마다 고전읽기 교육의 목표와 방향성을 정립하여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대학에서 고전읽기 교육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초교육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극복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며, 한편으로는 대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인식하고 교양교육의 본래 목적과 방향성을 찾기 위한 시도라 이해할 수 있다(Yoon, 2021). Lee(2022)는 고전교육의 확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하며, 고전읽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대학이 고전읽기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학생들은 장기간에 걸쳐 대학입시를 위해 단편적인 요약 형태로 고전을 접해왔기 때문에 ‘반(反)고전읽기’의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Han, 2006). 모든 작품을 같은 절차에 따라 가르치고 정답이 있는 정형화된 지식을 다룸으로써 학생들은 고전을 거부하는 경향이 높아졌으며, 기능적 문식성(funtional literacy)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Yeum, 2001). 아울러 많은 대학에서 고전을 ‘읽게’ 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학생들의 질적인 변화에 대한 이해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고전읽기의 중요한 목표가 훼손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에서 고전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고전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보편적인 지혜가 응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전이란, 작가의 당대나 특정 지역에서만 높이 평가되어온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진가가 인정되어왔으며, 그 어떤 작품에 의해서도 대체가 어려운 작품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고전은 일시적인 베스트셀러와는 개념적으로 대립되며, 질적 가치가 인정되어 후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작품이다(Korean Literary Critics Association, 2006).
즉, 고전은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의식과 삶을 통찰하는 지성의 힘 위에서 창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전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읽고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변화하는 세상은 그리 두렵거나 불확실하지 않을 것이다. 고전 속에는 경쟁 패러다임 자체를 조망하는 시각이 있고, 실패한 자와 성공한 자의 삶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으며, 삶과 죽음을 모두 중요하게 다루어 우리를 성찰하게 하는 성숙한 시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고전읽기는 단지 성현들과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현들이 남긴 지혜를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것을 우리의 현실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와 문화를 창조한다. 이처럼 고전읽기는 과거의 모습을 통해 경험하고 깨달은 바를 토대로 현재의 새로운 삶과 의미를 창조하는 데 기여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고전읽기 교육이라 할 수 있다(Eom, 2012).
고전읽기 교육은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상상력이란 환상이나 백일몽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통시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의 삶 속에서 ‘낯선 세계’를 발견하고 형상화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상상력을 표현하고 묘사하는 힘이 창의력이다.
고전읽기 교육이 고정된 틀에 맞춰 해석하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삶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전과 현재의 학생들을 이어줄 매개체가 필요하다(Han, 2012). 즉, 특정한 고전의 의미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고전의 의미를 ‘현재적’으로 재해석하게 하는 다양한 매개체들이 함께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고전읽기 교육의 대상자인 대학생들은 스마트 시대의 디지털 원주민이자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유목민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이들에게 전통과 권위를 바탕으로 권하는 ‘고전추천도서 100선’과 같은 거대한 정전(正典) 목록은 무겁고 낯설기만 하다. 고전읽기를 제대로 교육하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재의 상황과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고전읽기 교육에 적절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수행된 고전읽기 교육에 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전읽기 수업 사례를 통해 고전읽기와 교양교육의 관계를 모색하거나 현황을 분석한 연구(Choi, 2020; Jeong, 2007; Jang and Yoon, 2017; Kim, 2019; Kim, 2020; Lee, 2020; Seo, 2020; Shin, 2012; Yoon, 2021)가 다수 수행되었으며, 융복합 고전교육 개발 및 운영사례 연구(Jo, 2014; Kim, 2023), 읽기와 토론, 문해력 등의 구성을 통해 고전읽기 수업 및 교육설계 방안을 모색한 연구(Lim, 2022; Park, 2018; Park, 2019), 디지털 시대의 고전읽기 연구(Seo, 2008; Yeum, 2008), 고전읽기를 통한 의사소통교육의 효과를 모색한 연구(Hwang, 2017), 고전문학 번역 및 출판과 관련된 연구(Kwon, 2022; Yoon, 2014) 등이 있다.
2000년대의 고전읽기 관련 교양교육 사례연구의 현황에 대해 분석한 Choi and Han(2021)의 연구에서는 특정 학교의 교과목 사례를 다룬 연구가 비교과 사례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다수의 연구가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고전읽기 수업 사례에 초점을 두고 교양교육과의 관계를 모색하거나 고전 읽기 수업 설계 방안에 대한 제언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급변하고 있는 시대적 현실 속에서 질적 연구를 통해 고전교육 현장 교육 관계자의 경험적 측면을 탐색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현재 대학 교양교육 현장에서 고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담당 교수자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의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대학 고전읽기 교육의 교수학습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삶의 가치 탐구로서 고전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교육적 경험을 강화하는 의미 있는 고전읽기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고전읽기를 교양교육의 근간으로 정착시켜 교양교육의 본질인 학생의 창의적 사유와 정신적인 삶을 풍부하게 하는 전인적인 발달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고전읽기 교수학습 방법이 대학 현장에서 고전읽기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연구자는 연구설계에 착수하면서 고전교육 현장에서 ‘고전읽기’ 또는 ‘명저읽기’ 관련 과목을 5년 이상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고전산문 전공 2명, 고전시가 전공 2명, 고전수필 전공 1명, 고전비평 전공 1명인 총 5명의 교수자를 대상으로 연구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알리고 예비 연구 차원에서 사전 면담을 실시하였다. 사전 면담을 실시한 이유는, 연구 참여자의 특성과 현재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질적 연구에서 면담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연구 주제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나 자신의 의견이 있으며, 이를 잘 표현할 수 있고, 면담에 응할 의향이 있거나 여건이 되는 참여자를 선정해야 한다(Han, 2020).
연구자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가장 적절한 대상을 선택하기 위해 목적표집방법(purposive sampling)을 활용하였으며, 현상학 연구에서는 정보수집 과정에서 최소 3명 이상의 소수 면담이 진행될 수 있다(Shin, 2014)는 정보를 바탕으로 고전산문 전공 1명, 고전시가 전공 1명, 고전수필 전공 1명으로 총 3명의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고려를 위하여 연구동의서에 연구 참여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힌 대상자를 최종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자에게 수집된 자료는 비밀을 보장하며, 반드시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연구 참여에 대한 의지가 낮아질 경우 언제든지 참여를 그만둘 수 있음을 알렸다. 연구 참여자에 대한 기본 정보는 <Table 1>에 제시하였으며, 참여자의 이름은 익명성을 고려하여 알파벳으로만 표기하였다.
2. 자료수집 방법
심층면담은 직접적인 의사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연구 참여자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Kim, 2017). 또한 심층면담은 인간 행동의 맥락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며, 이를 통해 연구자가 행동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공해 준다(Seidman, 2009).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의 인식과 내면세계를 나타내는데 면담법이 유용하다고 판단했으며, 심층면담은 연구 참여자에 따라 각 2차례 실시하였다. 1차면담은 2021년 8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진행되었고, 2차면담은 2021년 10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진행하였다.
1차면담은 일대일 대면 면담을 원칙으로 하였으며, 참여자의 경험을 맥락 안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 비구조화 된(unstructured interview) 면담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비구조화 된 면담은 연구 참여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연구 참여자에게 재해석된 경험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차면담은 온라인 화상 회의를 이용하여 진행하였으며, ‘현 시대의 고전읽기 대학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고전읽기 교육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의 고전읽기 교수-학습방법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고전읽기 교육과 이러닝 체제의 접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등과 같이 반구조화 된(semi-structured) 질문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면담진행 일주일 전에 각 연구 참여자의 메일로 송부하였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 참여자의 면담 결과를 정리하였다. 모든 면담 내용은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으며, 면담이 종료된 직후 연구자가 녹음한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며 전사 작업을 하였다.
3. 자료 분석
본 연구의 자료 분석 단계에서는 대학 고전읽기 교육의 교수-학습방법에 대해 탐색하기 위해 Hycner(1999)의 면담자료 분석법을 활용하였다.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첫째, 자료를 녹음하고 전사하여 같은 내용을 범주화 하거나 현상학적 형태로 수정한다. 둘째,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읽고 일반적 의미 단위의 윤곽을 파악한다. 셋째, 연구자의 질문과 관련성이 높은 의미 항목을 기술한다. 넷째, 관련성 있는 의미 항목을 입증하기 위한 판단 훈련을 한다. 다섯째, 의미단위 간 유사하거나 중복된 내용을 삭제하고 관련 있는 의미 항목을 정리하여 주제를 결정한다. 여섯째, 연구 참여자별 면담내용을 요약하고 그 요약과 주제의 관계에서 주제와 요약을 수정한다. 일곱째, 모든 면담 내용에서 일반적이고 독특한 주제를 분류하여 주제 간 전후관계를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내용을 종합하여 기술한다.
연구자는 이러한 분석 내용을 종합하여, 연구 참여자들이 진술한 내용과 질문지에 응답한 자료를 여러 번 읽어본 뒤 그들이 진술한 내용의 의미를 고찰하였고, 그 중 공통적으로 진술하는 부분들을 분리해 의미범주의 주제적 진술을 도출하였다. 이 중에서 유사한 주제를 모아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를 선택하고 이를 범주화하여 본질적 주제를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타당도를 높이기 위하여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하였다. 첫째,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을 사용하여 연구하는 트라이앵귤레이션(triangulation)을 사용하였다. 트라이앵귤레이션은 하나의 방법과 이론을 사용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연구의 오류를 줄이는 방법이다(Kim, 2017). 즉 본 연구에서는 면담내용과 설문내용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연구자료 해석에서의 결점과 판단오류를 보완하고자 하였다. 둘째, 자료에 대한 연구자의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참여자에게 연구 결과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자료 수집을 통해 연구자가 도출한 분석 결과를 연구 참여자에게 보여준 후 그들이 경험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셋째, 질적 연구에서 연구자는 스스로 연구도구가 되어야 하므로 연구과정 동안 지속적인 성찰을 통해 연구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연구주제를 선택한 동기와 연구문제에 대해 상기함으로써, 연구진행에 있어 편향을 경계하고자 노력하였다.
Ⅲ. 연구 결과
본 연구는 자료분석을 통해 38개의 의미 단위를 추출하였고, 수차례 수정 작업을 통해 중복되는 내용을 제거하여 최종적으로 의미단위 14개, 의미범주 6개, 본질적 주제 3개를 도출하였다. <Table 2 참조>
1. 목표 설정 및 평가방식 체계화
연구 참여자들은 고전읽기 교육의 목표 부재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목표를 구체화하고 학생들에게 알려 줌으로써 고전읽기 교육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고전읽기 교육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어왔다고 지적하면서, 진정한 실용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장이 필요함을 언급하였다.
“교수-학습 측면에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고전읽기 교육의 목표를 다시 점검해 봐야 합니다.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수업 설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니까요. 교수자 스스로 목표를 구체화한 다음, 수업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생들에게 고전읽기 교육의 목표와 본질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해요.”(참여자 C)
“지금까지 진행된 고전읽기 교육은 주로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어요. 중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고전교육은 주로 수능 국어영역에 도움이 되는 문학 혹은 비문학 지문을 단편적으로 살펴보는 정도였지요. 이렇게 고전교육을 경험하고 대학생이 된 학생들에게 고전 영역은 낯설고 부담스러운 영역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고전읽기 교육의 목표는 그저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하나의 관문일 뿐인 것이지요. 우리는 ‘진정한 실용’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참여자 A)
연구 참여자들은 고전읽기 교육의 평가가 단순하게 단편적, 파편적 정보를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됨을 강조하였다. 고전읽기 교육의 평가는 운영 과정상의 성과와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피드백 할 수 있도록 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성찰이 일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 시 학생 상호 평가와 교수자 평가 등 평가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목표와 평가기준을 확인하며 학습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전읽기의 평가 방식이 단편적인 정보 묻기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평가는 목표와 계획이 의도한 대로 실천되어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확인함으로써 잘된 점은 신장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한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고전읽기 교육의 평가도 목표와 실천 계획, 그리고 운영 과정상의 성과와 문제점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 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포함해야 합니다.”(참여자 A)
“고전읽기를 공부할 때는 단순 정보 이해보다 다양한 사유 방법의 습득을 위해 성찰적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교수자는 학생들이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시도하도록 독려하는 동시에 완벽한 지식과 분석을 요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참여자 B)
“저는 현재 학생 상호 평가, 교수자 평가의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학생 팀별 활동에 대한 ‘적절성’, ‘협동성’, ‘소통정도’ 등을 루브릭으로 제작하여 상호평가 하는 거죠. 루브릭 또한 온라인 학습관리 시스템을 활용하여 진행할 수 있어요. 이런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목표와 평가기준을 참고하면서 고전읽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참여자 C)
2. 학습자의 동기 유발
대학에서 고전읽기를 가르치고 있는 연구 참여자들은 고전읽기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가 매우 낮은 수준임을 공통적으로 언급하였다. 이는 교수-학습 방법에 있어 작품을 해독하는 주석식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도출되었으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학생들의 특성이 변화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요즘 학생들이 무언가를 진득하게 읽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하잖아요. 이런 학생들에게 고전을 내밀면 훨씬 더 힘들어하죠. 고전읽기를 진정으로 즐기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학생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걸 보면서도 수업은 해야 하니까...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아요.”(참여자 A)
“재미없어 하죠. 다른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게, 자꾸 주석식 수업을 해서 그래요. 교수자도 바뀌어야 하는데 이 수업방식에 익숙하다보니 잘 안 바뀌고... 그런데 학생들은 정말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고전읽기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아요.”(참여자 B)
또한,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고전읽기 텍스트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요소에 대한 의견이 도출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고전 읽기 텍스트를 선정할 때 학생의 개인차와 전통고전 및 현대고전의 비율, 학문의 영역에 대한 비율, 특수주제와 관련된 고전의 비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고전의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고전읽기 텍스트를 선정할 때는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학생들의 독서수준, 독서흥미, 독서태도, 독서환경 등의 개인차를 고려해야 하고, 전통적인 고전과 현대고전의 비율 문제도 고려해야 하죠. 인문사회, 정치경제, 문화예술, 자연과학 등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비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매우 중요합니다.”(참여자 A)
“페미니즘, 소수자 권리, 다문화, 인종과 같이 특수주제와 관련된 고전 비율의 문제를 어느 정도 고려할 것인가에 대한 사항도 최근 수업을 하며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참여자 C)
고전교육의 현장에 있는 교수자들이 디지털 기술 및 이러닝 도구의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연구 참여자들은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현 시대의 학생들에게 매우 익숙하며 친근한 이러닝 도구의 사용법을 배우고, 수업 현장에서 적극 활용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제 학생들만 공부해야 하는 시대는 끝났잖아요. 교수들도 변화에 적응해 나가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고전읽기 수업을 할 때도 책만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영상들도 찾아서 보여주고, 앱을 활용해서 상호 소통 활동도 하고... 그렇게 해야 학생들이 겨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참여자 B)
“어떤 교수님들은 고전교육 시 디지털 기술이나 이러닝 도구 활용하는 걸 불편해하고 거부감을 느껴요. 이런 것을 활용하면 파편화된 정보만을 습득하게 되고, 사유하는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현재 수업시간에 아주 적절하게 이러닝 도구들을 활용하고 있고 만족도가 높아요. 학생들이 상호의견을 교환할 때, 패들렛을 사용해 봤는데 학생들이 생각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흥미로워했어요.” (참여자 C)
3. 혁신교수법의 적용 확대
연구 참여자들은 고전읽기 교육이 강의식으로 운영되기보다 다양한 학습자 중심의 혁신 교수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특히 플립드 러닝의 적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수업 운영 시 단순히 텍스트 읽기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경험적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적 기획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고전 읽기 교육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삶 속에서 그것이 살아 숨쉬어야 해요. 교수자는 명제화 된 지식을 강의식으로 전달하고 텍스트를 읽게 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텍스트에 접근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즉 학생 경험의 속성에 부합하는 교육적 기획이 필요한 거에요.”(참여자 A)
“읽기에 치우친 교육은 교수자에게는 익숙하지만, 학습자에게는 따분한 일이죠. 고전 그 자체에 따분함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뭔가 새로운 교수학습법을 적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대학마다 학습자 중심 교수법이 이슈잖아요. 플립드 러닝 같은 경우는 관련 워크숍을 듣고 수업에 적용해 보았는데 학생들이 힘들어하면서도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참여자 B)
“고전은 학생들의 ‘읽기’가 기본이 되어야 해요. 학생들의 읽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의 수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되는 거죠. 글쓰기나 토론도 읽기가 되어야 할 수 있는 행위잖아요. 이 ‘읽기’학습을 위해 저는 플립드 러닝 적용이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사전학습을 잘 활용하면 수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어요. 가령, 1960년대 ‘누보 로망’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랄랭 로브그리예의 <질투>를 선정하여 사전질문을 하는 경우, ‘작품의 제목을 통해 무엇을 유추할 수 있는가?’, ‘작품에서 질투에 대한 남녀의 행동 방식은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가?’, ‘작품 속에 나타나는 질투의 속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등 학생들이 작품을 읽고 고민하면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그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참여자 C)
연구 참여자들은 앞서 고전읽기 교육이 단순 ‘읽기 중심’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과 같은 맥락에서, 고전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문제점과 담론을 학생들이 함께 탐색하고 공유해 나가는 활동이 중요함을 언급하였다.
“고전에는 다양한 내용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이 담겨져 있습니다. 고전이 시대적 차원을 넘어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출발선에서는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주관적 관점들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고 해석해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참여자 A)
“함께 읽는다는 것이 꼭 한 자리에 마주보고 앉아서 토론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조별 토론 활동은 온라인 학습 커뮤니티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함께 나누는 것’이에요. 즉, 함께 고전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학생 개인이 향유하고 있는 것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이지요. 이는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담론을 탐색할 수 있게 합니다.”(참여자 B)
Ⅳ. 결 론
고전은 지식과 사고력의 원천으로, 학습자들의 활발한 의사소통 행위를 가능하게 하고 대학에서 학문적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식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Jeong and Heo, 201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대학 고전읽기의 교수-학습방법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였으며, 질적 분석 방법 중 심층면담을 활용하여 대학 고전읽기 교육 현장에 있는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확인하였다.
지금까지 진행된 고전읽기 교육은 주로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왔다(Baek, Ahn, and Kong, 2016). 이렇게 고전 교육을 경험하고 대학생이 된 학생들에게 고전 영역은 역시 낯설고 부담스러운 영역일 수밖에 없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고전읽기 교육의 목표는, 그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하나의 관문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실용은 삶의 순간마다 의연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의지다. 사람의 가치, 삶에 대한 진정성, 세상을 읽어내는 지혜 등을 갖추어야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내가 가능해진다(Kim, 2016). 이러한 관점에서 고전읽기는 인문적 소양으로 건전한 시민성을 함양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Heo, 2017). 구체적으로, 학습자가 고전 작품을 읽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작품을 읽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의와 토론을 통해 비평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고전읽기를 통해 실제 삶 속의 문제를 성찰하는 사고력을 계발하는 것, 고전읽기를 통해 작품 속 문제와 나의 문제를 연결 짓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향상시키는 것 등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고전읽기 교과의 수업설계 단계에서 교수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먼저 학생들에게 무엇 때문에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고전읽기 교육은 대상과 목적, 그리고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지도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고전읽기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수준과 요구는 물론 사회·문화적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적절하고 분명한 목표를 수립하여야 한다.
고전읽기 교육의 평가 또한 단순하게 단편적, 파편적 정보를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평가는 목표와 계획이 의도한 대로 실천되어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는가를 확인함으로써 잘된 점은 신장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는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고전읽기 교육의 평가 또한 목표와 실천 계획 그리고 운영 과정상의 성과와 문제점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 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고전읽기 교육의 목표와 관련된 루브릭(Rubric)을 개발하여 학생 상호평가 및 교수자 평가 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가방법의 체계화 및 관련 변인과의 관계 모색을 통해 고전읽기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독해역량, 의사소통역량, 창의역량,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효능감, 학습흥미 등 다양한 변인과의 관계를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고전읽기 교육 및 교육과정의 운영과 관련한 객관적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요구된다(Kwon and Yoon, 2020).
아울러 고전읽기 교육의 목표와 성과평가가 연계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단순히 고전읽기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축적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내용을 개인 및 사회와 연계하여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가령 고전읽기 교과를 수강한 학생을 대상으로 리빙랩(Living lab) 또는 스토리펀딩(story-funding)과 같은 개념을 활용한 비교과를 연계하여 운영·평가하는 것은 고전읽기 교육활동의 실제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연구결과를 통해 현시대의 학생들이 빠르고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고전읽기 교육을 할 때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하여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전읽기 교육에 참여하는 대학생은 대상자에 따라서 지적·정의적 특성이 다르고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전읽기 교육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생의 읽기수준은 물론 흥미, 태도, 환경 등 개인차에 맞추어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 전 학습자의 학습수준 및 고전에 대한 이해도 등 다양한 요소를 조사하여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전은 개인에 따라 학력이나 독서력에 차이가 있지만, 초기 청년기라는 대학생의 발달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교수자의 관점에서 권장하는 고전이 관념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위 ‘어른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 청년기의 인격 발달 단계에 적합한 작품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고전읽기 교육과 이러닝 영역의 연결 강화에 대해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즉, 고전읽기 교육이 고정된 틀에 맞춰 해석하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삶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전과 디지털 원주민인 오늘의 학생들을 이어줄 매개체를 활용하는 것이 요구된다. Seo(2003)는 고전과 이러닝(e-Learning) 체제는 그 자체로 상당히 이질적인 속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바로 이 점에서 서로 교차적으로 융합되어 교육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고전 관련 다양한 지식 정보와 전자자료 등 디지털 정보의 활용 활성화와, 온라인상의 소통 강화,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등의 매체 활용으로 고전 읽기 교육의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다.
즉, 교수자는 특정한 고전의 의미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고전의 의미를 현재적으로 재맥락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학습 툴과 시스템 적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작품 속 텍스트에 내재화된 고정적 의미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텍스트가 함축하고 있는 경험세계 또한 하나의 방향으로 전달될 수 없다(Choi, 2007). 텍스트 세계는 경험을 위한 요소에 불과하며, 경험 구성의 주체는 개별 학습자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경험적 접근이 교수자보다 학습자를 주체로 설정하고 학습자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곧 교수자 역할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습자의 의미 있는 경험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명제화 된 지식을 강의식으로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고민과 검토가 요구된다(Choi, 2007). 즉, 경험의 속성에 부합하는 교육적 기획의 구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는 고전읽기 교수-학습방법에 있어 주석식 수업을 지양하고, 학습자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석식 수업은 작품 해석을 위한 수업이며, 이는 작품을 해독하는 읽기 중심의 수업이다. Kim(2002)은 연구를 통해 읽기에 치우친 고전 교육은 학습자가 작품을 학습한 후에도 충분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고, 수업 이외의 개별적인 학습을 요구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읽기’에 치중해 온 고전읽기중심 수업은 교수자에게는 매우 익숙하지만 학습자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고전을 읽으면서 쓰기와 말하기를 통합시켜 학습자가 자유롭게 열린 시각으로 고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어 행위는 총체적이며 통합적인 사고 행위라는 관점에서, 이상적인 학습은 여러 영역들이 통합된 상태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Kim, 1996).
그러나 고전읽기 교육은 뚜렷한 교육목표나 방향성이 정립되지 않아 대학마다 단순히 읽기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Baek, 2017). 따라서 자신의 삶과 세계와 관련한 다양한 과제를 지적으로 해결하는 능력과 타인을 배려하고 공존하는 태도를 갖추도록 하는 실질적인 고전 읽기 교육방법이 필요하다(Baek, Ahn, and Kong, 2016).
과거에는 교수자 중심으로 텍스트의 읽기 전략과 기능을 지도하는 직접 교수법(Direct Instruction)이 주로 활용되었으나 교수-학습의 패러다임이 교수자에서 학습자로 변화되면서, 학습자 중심의 학습활동 강화가 대학교육의 중요한 교수-학습 방법론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학습자의 주도권을 인정하며, 고차원적 학습 목표를 추구하고, 교수·학습 방법으로서 자기 학습과 성찰, 동료학습 및 상호협력, 참여와 토론 등의 활동을 요구한다(Kang and Choo, 2009). 또한 학습 활동에서 학생을 여러 개의 소집단으로 구성하여 상호작용 하도록 하며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교수-학습의 형태를 추구한다.
이러한 교수-학습의 흐름을 고려하여 교수자는 학생이 고전에 포함된 문제를 발견하고 논점화하며, 논점에 대해 자신의 사유로 다른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함께 읽기’가 중요하다 할 수 있다(Choi, 2009).
수업 중 고전읽기를 할 때 조별 토론 및 발표를 통해 다양한 고전 작품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 시각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읽기를 할 때는 고전 작품에서 다루고자 하는 중심생각이나 핵심내용을 이해하고, 작가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나 전제를 탐색하는 활동, 독자의 입장과 시대적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는 부분을 탐색하는 활동을 파악한다. 또한 텍스트의 배경을 포함하여 보다 광의의 맥락으로 문제의식을 확산하여 텍스트를 평가하도록 하는 활동 또한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고전 작품의 내용과 저자의 관점이 지닌 한계점및 의의를 성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습자는 고전 작품을 단순히 읽고 즐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 및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다. 즉, 비평형 수업으로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고전읽기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지식을 비판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깨우치게 하여 궁극적으로 현시대에 적합한 전인적 인재 양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고전읽기 교육은 그 의의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 이상을 실현하는 데 현실적인 난점이 적지 않다. 이제는 ‘고전’이기 때문에 교수자 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당위가 통용되지 않는 시점이다. 학생들이 고전읽기 교육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고,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인지 공론의 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심화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 탐색한 고전읽기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재검토는 대학의 고전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대학 현장에서 고전읽기 교육방법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1년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내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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