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안전 어촌지역 조성을 위한 정책과제의 탐색: AHP 결과를 중심으로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s the policy challenges for ensuring the safety of fishing communities in the face of climate change and disaster risks. The research utilizes the Analytic Hierarchy Process (AHP) to identify key policy tasks and prioritize infrastructure needs essential for enhancing disaster resilience and sustainable living conditions in fishing villages. The findings indicate that the most critical areas for intervention include improving physical safety infrastructure, establishing robust institutional frameworks, and fostering community engagement and cooperation. These measures are crucial for mitigating the impact of disasters and ensuring the long-term viability and quality of life in fishing communities.
Keywords:
Fishing village, Disaster management, Disaster policy Analytic Hierarchy Process (AHP), Local governanceI. 서 론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가 심각하며,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과거보다 더욱 빈번하고 강력한 수준으로 태풍이 불고, 집중호우나 대설, 폭염 등의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 발생과 그에 따른 피해 사실에 대한 보고가 늘고 있다. 재난의 규모 역시 점차 대형화되는데, 하나의 재난이 발생한 후 그 영향으로 인해 다른 재난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이른바 복합재난의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Chung et al., 2015). 이처럼 기후변화는 재난의 일상화를 넘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안전 문제이다(Cho et al., 2017; Kim and Park, 2023). 특히 어촌지역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연안선 변화를 일으켜 항구, 어항, 주택 등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으며, 잦은 태풍과 그 강도는 해난사고 위험을 높이며, 어항, 어선, 어구, 양식시설 등 연안의 기반시설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재난안전 포털의 자료에 기초하면, 전남 지역의 경우 2017~2021년(5년) 동안 자연재해로 인해 어촌지역이 입은 피해규모(피해액)는 9월 발생했던 태풍 링링, 타파, 미탁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처럼 자연재해는 종국적으로는 어가의 경영을 어렵게 하고(Hwang et al., 2010),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Ma et al., 2017). 결국, 어업소득의 감소, 열악한 정주 여건 등의 문제는 어촌지역의 계속된 인구감소를 낳고 ‘소멸위험’으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3년 40만 4,610명이었던 어가 인구는 2022년 9만 805명으로 크게 줄었고, 어가 수 또한 11만 3,617가구에서 4만 2,536가구로 약 63% 감소했다(KOSIS, 2022). 30년간 매년 1만 명 이상의 어가 인구와 2,000여 개의 어가가 줄어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고령화율로 전국 490여 곳의 어촌 중 57%에 해당하는 280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2003년만 해도 어가 인구 21만 2,104명 중 65세 이상은 15.94%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무려 44.22%인 4만 153명으로 집계되었다.
어촌의 소멸위험은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어촌이 담당해 온 공익적 기능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어촌소멸로 인해 그간 어촌주민들이 담당했던 해양생태계 보호나 생물 다양성 유지, 해난구조와 구호, 국경해역 감시, 지속 가능한 식량 공급, 고유한 어촌경관 형성이나 문화의 보존과 계승 등의 기능이 위축되면, 사회적·국가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에서는 어촌지역을 살리기 위해 귀어인이 어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수산업과 어촌 비즈니스와 관련된 창업을 하는데 자금을 지원해 주고,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 우수어촌계와 지역별 양식수산물 생산·유통 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의 내용은 대개 경제·산업적 측면에서 어업 활성화에 집중된 한계를 가진다. 아무리 어업 활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어촌지역의 정주 여건이 열악하거나 삶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면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은커녕 어촌지역 주민들의 이탈 또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기후변화 등에 따른 재난위험에서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고,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회복할 수 있는 물리적·비물리적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8년 ㈜한국사회조사센터에 의뢰해 어촌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생각하는 어촌지역의 인구감소 원인은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수산업 여건(51.8%)’과 함께 ‘불편한 주민편의생활 여건(30.8%)’과 ‘열악한 주거생활 여건(22.9%)’, ‘접근성 제약과 취약한 교통 여건(21.0%)’ 등이었다. 또한, 지역주민의 어촌 이탈과 청년층의 어촌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서도 일자리 부족과 수산업 여건의 약화(81.4%), 공공서비스 취약(32.6%), 열악한 정주생활 여건(25.3%) 등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어촌지역의 안전한 정주 환경 조성이 가지는 중요성을 잘 설명해 준다.
본 연구에서는 기후변화 등에 따른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어촌지역 조성을 위해 이행해야 할 정책과제가 무엇인지를 찾아 제언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Ⅱ장에서는 이론적 논의 및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어촌지역의 재난 안전 관계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AHP 분석을 위해 계층별 주요 요인을 도출하고, 자료수집 및 분석 방법을 설계한다. Ⅲ장에서는 자료의 분석 결과를 통계적으로 설명하고, 각 결과가 지니는 이론적, 정책적 함의를 살펴본다. 또한, 어촌지역의 재난관리 체계 확립을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정책과제를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Ⅳ장에서는 연구 결과의 요약 및 결론을 제시한다.
Ⅱ. 연구 방법
1. 이론적 논의 및 선행연구 검토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바다는 육지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물의 부피가 팽창하게 되고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또한,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육지 위의 얼음이나 빙하가 빠르게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수면 상승은 가속화된다.
2019년 IPCC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3.6mm씩 높아졌으며, 그로 인한 위험 영향도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은 어촌지역 주민에게 재앙적인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 저지대의 홍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바닷물 침수로 인해 담수가 해수화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더 많은 자연재해와 재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Kim, 2022). 이는 어업의 수익성 감소와 보험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며(Hwang et al., 2010), 어촌지역의 삶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Ma et al., 2017). 그렇기에 기후변화와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어촌지역 조성에 관한 정책의 개발과 이행에 대한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촌지역의 재난 안전을 주제로 한 전문 연구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농촌만큼 어촌 거주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농촌 지역의 차별적 특성을 고려한 재난연구에 비해서도 양적으로 적다. 그간 국내에서 재난을 주제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재난 발생의 주된 요인에 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의 모색, 재난관리 체계 확립 방안, 회복력을 측정하는 연구, 재난관리 거버넌스의 강조, 주민참여를 통한 재난관리 방안 등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먼저, 재난의 발생 요인과 그에 대한 대응 전략, 회복력 측정에 관한 연구들로 Ji and Oh(2022)는 기존의 재난 회복력 개념이 실제 재난관리 정책에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회복력의 개념 정립과 측정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였다. Park et al.(2020)은 매년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태풍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피해 형태가 복잡해짐에 따라서 업무자가 재난 대응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미리 태풍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업무 단계별 활용되는 정보의 구축방안을 제안하였다.
둘째, 재난관리 체계에 관한 연구로는 Hong(2018), Lee(2019), Cho and Yeo(2022) 등이 있다. Hong(2018)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강화를 통해 기존의 재난관리 체계를 선진화하고, 현장 중심의 재난관리 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Lee(2019)는 대규모 해양 재난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블랙스완(Black Swan) 이론’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양 재난에 대한 국가적 대응 전략을 검토하였다. 한편, Cho and Yeo(2022)는 현재의 재난관리 법체계에서 재난관리 조직의 기능과 한계를 분석하였고, 재난관리 주체로서의 특별지방자치단체의 필요성을 확인하면서 재난관리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예방·대비·대응·복구 관점에서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검토하였다.
셋째, 주민참여 중심의 협력을 통한 재난관리를 다룬 연구들도 있다. Kim and Kwon(2007)은 지역의 재난관리를 위해 주민조직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군 재난관리 부서의 적극적인 역할과 주민 재난관리 활동 지침 준비가 필요하며, 단체장과 시·군의회의 대표자가 참여하는 방재단 연찬회, 교류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방재 리더 육성과 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학습 과정을 제공해야 하고, 방재단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의 지원을 역설하였다. 이 밖에도 지자체의 공공시설을 이용한 방재강좌와 연수회 개최의 필요성 또한 주장하였다. Lee and Nam(2019)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안전의 가장 중요한 주체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및 대응 역량은 주민의 삶과 직결된다고 하였다. 이에 지역주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지자체의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 역량을 평가하였고, 지자체가 주민의 안전도 향상과 효과적인 재난관리 체계구축을 위해 검토해야 할 정책추진 방향을 살펴보았다. Eom et al.(2022)은 재난관리의 성과로서 주민들을 재난관리에 참여하게 만드는 영향 요인을 살펴보았다. 그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재난의 직접적 피해 경험, 재난에 대한 개인적 혹은 지역적 위험 인식, 재난으로 인한 지역 간 갈등, 재난정보의 신속성, 재난조직의 정치적 독립성이 재난관리에 주민참여를 증진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넷째, 재난관리 거버넌스 구축과 관련한 선행연구로 Chung(2013)은 지속 가능한 지역 안전 거버넌스의 구성 요소로 ‘지역주민 중심 의사결정 체계’, ‘다양한 행위 주체 간 협력관계’, ‘지역 위험요인 이해·분석’,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의 운영’, ‘제도화 노력’, ‘지속적 평가 · 개선’ 등 여섯 가지 요소를 제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정책사례를 분석했다. 그는 여섯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국내 지역 안전 거버넌스와 관련한 방재마을 만들기(소방방재청), 안전 도시(행정안전부), 마을 안전망 구축(서울시) 사업을 평가하였고, 이를 토대로 앞서 제시한 여섯 가지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주민이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괄하여 지역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하였다. Lee(2015)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인 민・관 재난 안전 네트워크의 협력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협력 수준을 연구한 사례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사회관계망 분석을 통해 지역 재난 안전 네트워크의 ‘협력 단계’가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와 네트워크의 중추조직이 어디인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조사대상으로 삼았던 기초자치단체의 재난 안전 네트워크 협력 단계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파악되었고, 단계별 네트워크의 중추조직은 시청 안전총괄과, 소방서, 경찰서 등 전통적으로 재난 안전 대응과 관련해 중심적 역할을 해오던 기관으로 나타났다.
2. AHP 모형의 설계
본 연구는 기후변화와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어촌지역 조성을 위한 주요 쟁점과 정책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다 기준 의사결정(Multi-criteria decision making) 기법인 AHP를 활용하였다. AHP 분석 방법은 비교척도가 존재하지 않거나 평가 기준이 다양한 다속성 의사결정 문제에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Satty, 1980). 이는 여러 정책적 대안의 선정이나 사업 분야의 평가, 자원 할당, 성과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안들에 대한 중요도의 가중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Kim and Choi, 2012; Yu and Yeo, 2017).
3. 자료수집 및 분석 방법
자료수집 기간은 2023.8.15.~8.31까지 약 보름간이며, 설문조사 대상은 해양, 수산, 어촌, 행정, 경제 등 어촌지역 정책담당자 또는 전문연구자 등이다. AHP의 신뢰성 분석은 설문 문항의 요인들 사이의 오차를 측정할 수 있는 일관성 비율(CR: Consistency Ratio)로 할 수 있는데, 이는 값이 작을수록 일관성이 높다. 본 연구에서는 CR≤0.1를 기준으로 하였다(Saaty, 1980). 이처럼 엄격하게 적용한 것은 어촌지역의 재난위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대안이 부재하는바 핵심 정책대안 영역을 구체화하는 데 연구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Saaty의 제안 이후 AHP를 활용한 연구들에서는 응답 참여자 수에 대한 기준을 특별히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응답자의 수보다 일관성 비율이 있는 응답의 수치통합 방법을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일관성 비율의 엄격성이 AHP 분석의 활용에 있어 중요한 전제가 된 것이다(Song and Lee, 2023). 따라서 본 연구에서도 일관성 기준을 0.1로 엄격하게 적용하고, 일관성이 확인된 최종 응답의 수치통합 결과에 따른 가중치 분석 결과를 연구에 활용하였다.
<Table 2>는 응답 현황 및 응답자들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Ⅲ. 연구 결과
1. 분석 결과
기후변화와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어촌지역 조성을 위한 주요인 간 상대적 중요도를 살펴보면, ‘시설 요인’이 가장 높은 중요도를 나타냈고(0.314), ‘제도 요인(0.297)’, ‘공동체 요인(0.295)’, ‘네트워크 요인(0.094)’ 순으로 분석되었다. 이상의 결과에 기초한다면, 기후변화와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어촌지역 조성을 위해서는 주민과 지역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물리적 시설의 구축이 가장 우선된 과제라 하겠다.
다음으로 위에서의 주요인별 하위 요인 간 상대적 중요도를 비교하면, 먼저, ‘시설 요인’의 하위 요인 중 가장 높은 중요도를 가진 것은 ‘안전시설(0.598)’로 확인되었고, 다음은 ‘안전 장비 구비(0.224)’, ‘안전관리 강화(0.178)’ 순으로 나타났다. 둘째, ‘제도 요인’에서는 ‘법제도(0.547)’의 중요도가 가장 높게 확인되었고, 다음은 ‘재정지원(0.279)’, ‘조직·인력(0.174)’이 뒤를 이었다. 셋째, ‘공동체 요인’에서는 어촌지역 주민의 ‘자발성(0.416)’의 중요도가 가장 높았고, ‘공동체 의식(0.408)’, ‘역량(0.176)’ 순으로 나타났다. 넷째, ‘네트워크 요인’에서는 ‘신뢰성(0.437)’이 가장 높은 중요도를 보였고, 다음으로 ‘투명성(0.362)’, ‘민주성(0.200)’이 뒤를 이었다.
한편, 전체 하위 요인을 대상으로 상대적 중요도를 비교한 결과에서는 시설 요인의 ‘안전시설(0.188)’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인되었고, 다음은 제도 요인의 ‘법제도(0.162)’, 공동체 요인의 ‘자발성(0.123)’과 ‘공동체 의식(0.120)’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가 내포하는 함의 또는 시사점은 다음 절에서 다루기로 한다.
2. 논의
요인별 상대적 중요도 분석 결과에 기초할 때, 기후변화와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어촌지역 조성을 위해서는 안전시설과 관련한 인프라 구축이 최우선으로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시설이란 월파 방지시설(테트라포드 등), 안전난간, 지능형 CCTV 등 재난 안전시설, 노후화된 어구 보관 창고 등 어업 기반시설 정비, 선착장, 방파제 등 여객선 접안시설 확충, 방재거점 마련, 재난 대비 시설 등을 말한다.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어촌 뉴딜 300 사업과 그 연장선에서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을 추진해 왔다. 두 사업은 모두 어촌이 영토의 시작점이라는 공간적 특수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어가 인구의 고령화와 어촌·어항의 낙후된 인프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의 부족 등에 따른 문제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은 2023부터 5년간 300개소에 3조 원을 투자하는 사업으로, 어촌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3가지 유형-어촌 경제 플랫폼 조성(유형1), 어촌 생활플랫폼 조성(유형2), 어촌 안전 인프라 개선(유형3)-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태풍·해일 등 대비 재해 안전시설 보강을 포함한 어촌 안전 인프라 개선 사업은 시행 첫해인 2023년에 전국 30개소, 2024년에는 총 18개소를 선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거나 법정 어항에 해당하지 않는 소규모 어항은 여전히 재난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어 한계를 지닌다.
그러므로 이 사업의 대상을 확대하거나 기준 등을 수정함으로써 더 많은 어촌지역이 해당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후변화 및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어촌지역 조성을 위한 별도의 정책사업을 발굴·추진되어야 하겠다.
둘째, 기후변화 및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어촌지역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관련한 제도적 기반이 탄탄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어촌을 포함하고 있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노력 또한 요구된다. 국가 어항과 지방 어항의 경우 어촌·어항법에 근거한 해양수산부 어촌 어항 관리시스템에 의해 중점관리시설은 반기에 1회 이상, 일반관리시설은 연 1회 이상 안전 점검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하지만 어항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어촌정주어항과 마을 공동어항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 소규모 어항을 보유한 지자체의 경우, 어항 관리 조례 등을 통해 재난 대응과 관련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어항 관리를 전담하거나 위임받아 처리하는 지자체 업무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와 어항 관리 조례에 어촌의 특수성을 반영한 요소가 부족하며, 향후 어촌의 특수성이 반영된 방향으로 조례 등을 제·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셋째, 앞의 분석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공동체 요인이다. 특히, ‘자발성’과 ‘공동체 의식’이 높은 중요도를 나타낸 것인데, 이는 어촌지역의 재난 안전 거버넌스 구축과 관련한다. 기후변화·재난위험으로부터 어촌지역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물리적 안전시설의 확충과 제도적 기반의 확립과 함께 어촌지역 주민들의 주체적이며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이 요구된다. 어업 활동 등을 하면서 재난위험을 감지하거나, 재난 발생 후 신속한 대응과 복구작업이 가능해지려면 어촌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이다. 아무리 국가 차원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피해에 대한 빠른 복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해당 지역주민의 의지와 역할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서해안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사례를 통해 구성원들의 소통과 협력이 재난위험에 대응하고,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2007년 12월에 발생한 서해안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는 환경재난이 어촌지역에 사회경제적,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례이다. 재난의 직접적인 피해를 본 한 어촌공동체는 사고 이후로 오랫동안 갈등과 협력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갈등은 새로운 피해를 낳고, 협력은 어촌공동체를 회복시킨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한편, 이 사건 이후로 공동체의 역량이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힘의 원동력이 됨을 통감하며 공동체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Yun et al., 2010). 전국적으로 어촌계를 중심으로 어촌 자율 방재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어민 스스로 방재 요원이 되어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으로 해양 오염 사고에 대한 방재역량이 강화된 것이다.
재난관리에 있어서 정부와 민간, 지역사회, 주민 등의 수평적 협력은 지역 재난관리의 탄력성(Resilience)을 높이고, 재난관리 역량을 강화한다(Kim et al., 2021; Yoon and Park, 2020). 따라서 국내적으로도 주민참여형 재난관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전국적으로 수많은 어촌이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촌지역을 대상으로 한 주민참여형 재난관리 체계구축과 관련한 실천적 노력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어촌지역의 재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치 조직은 거의 부재하다. 따라서 안전한 어촌지역 조성을 위한 어촌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높이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정책지원 또한 요구된다.
Ⅳ. 결 론
재난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것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가진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고 재난 안전 대응, 관리체계의 구축을 위한 정책 노력은 다각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구축된 재난관리 체계로 실제 재난 상황에서 지자체나 지역사회가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많다. 특히 어촌지역은 도시나 농촌 지역보다 지역 기반 재난 관리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어촌지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와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책과제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어촌지역의 기후변화와 재난위험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는 안전시설과 안전 장비 등의 시설이 완전하게 갖춰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재난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화도 필요하다. 특히, 중앙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어촌지역과 가장 밀접한 현장에 있는 지자체들의 제도화 노력이 적극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본 연구는 어촌지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어민, 어업 종사자 또는 관계자, 지자체 등의 소통과 협력에 기초한 자발적 조직, 즉 재난관리 거버넌스가 구축되고 활발하게 작동되어야 할 것을 제언한다. 효과적인 재난관리를 위해서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단계별 전략이 중요하다. 즉, 재난을 사전에 인지하여 경보하고, 취약성을 평가하여 위험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 발생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여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가 예방과 대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이미 발생한 재난에 대해서는 신속한 수습이 중요하다. 예방관리에 실패하더라도 빠른 복구가 이뤄진다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는 재난들의 특성을 보면 정부만의 노력만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속한 복구와 사회의 재조직화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참여가 전제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일본은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경험한 후로 자주 방재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농어촌지역에 이를 구성하여 방재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이나 훈련을 하고 있다(Yoon and Park, 2020).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재해대책법」 제66조(지역 자율 방재단의 구성 등)에 지역주민 스스로 재난 예방 및 경감에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지역 자율 방재단’을 규정한 바 있지만, 이를 실제 현장에서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구성원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으로,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기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Chae and Lee (2020)가 주장한 것처럼 교육이나 훈련과 같은 일상적 활동의 수당과 별도로 재난 현장에 공급된 노동력에 대한 최소한의 실비 지급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상으로 본 연구는 어촌지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및 재난위험으로부터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책과제를 탐색하고 그 우선순위를 살펴보았다. 재난관리에 관한 다수의 연구에서는 도시와 촌락의 차이를 밝히며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적 재난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재난관리에 있어 어촌지역은 별도로 검토되어야 할 필요성을 가진다. 어촌지역의 재난은 해양이라는 특수성과 복합성으로 인해 도시나 농촌 못지않게 복잡하고 거대한 규모로 확인되는 한편, 복구가 쉽지 않다. 따라서 어촌지역의 재난관리에 대한 접근은 다른 지역들과 차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본 연구가 어촌지역의 재난관리를 주제로 하고, 그 중요성과 학술적 및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한 것은 기존 연구들과 분명한 차별성과 유의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대상과 주제에 관한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어촌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의 유형별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데 있다. 어촌지역이 효과적으로 재난을 예비하고, 이미 발생한 재난으로부터 회복 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재난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에 따른 피해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과제를 통해 어촌지역 재난의 특수성과 그에 필요한 차별적이며 실제적 효력을 지닌 정책과제 발굴이 이뤄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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